현대카드 vs 밴사 왜 다투나
삼성페이 수수료 갈등…소비자 볼모 ‘샅바 싸움’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현대카드와 밴(VAN 부가가치 통신망)사가 삼성페이에 대한 전표 수수료로 갈등을 겪고 있다. 현대카드는 결제 시스템 변화를 이유로 삼성페이에 대한 전표 수수료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밴사는 “결제 방식이 바뀌어도 시장에서는 동일한 관리 비용이 들어간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카드업계 전반으로 번질 전망이다. 양사의 갈등에 소비자들도 긴장하고 있다. 결제거부로 인한 피해가 예고되고 있는 것이다.
“방법 바뀌어도 관리 비용 동일하다”
양측의 갈등은 현대카드가 삼성페이 전자전표에 대한 밴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밴사는 신용카드사의 지급결제 업무, 단말기 관리, 설치 업무, 가맹점 모집 등을 대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업체다. 그동안 카드사들은 밴사가 가맹점으로부터 수거해온 매출전표를 재차 수거하는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허위매출과 불법 카드결제 등의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즉, 밴사는 매장과 카드사를 연결해주는 중간유통 역할을 함과 동시에 결제를 취소하거나 서명 위조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한 영수증 수집 및 보증 역할을 한다.
이에 따라 카드사는 밴사에 일정한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각 카드사마다 내용이 다르나 카드사가 밴사에게 내는 수수료가 100원이라면 이 중 전자전표수거를 하는 목적으로 30원 가량이 포함돼 있는 식이다.
하지만 삼성페이는 결제 시스템 특성 상 기존의 방식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삼성페이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자체카드단말기 시스템 서비스다. 결제방식은 지문으로 본인인증절차가 완료돼 있다. 때문에 사고 매출 가능성이 없고 매출전표 수거와 수수료 납입이 필요 없다.
현대카드 측은 “현재 삼성페이 결제가 미미하지만 앞으로 구글페이, 애플페이 등 간편결제가 확대될 예정이다. 밴 수수료 결제방식이 바뀌는게 시대적 흐름에 맞다”며 “삼성페이의 밴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밴 업계는 현대카드의 행보에 반기를 들고 있다. 전표매입비가 밴 수수료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주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실제 밴 수수료 평균 110원 중 싸인패드 등 전표관련 비용인 매입비가 35원, 전산이용으로 인한 승인비용이 75원을 차지한다.
또 밴 대리점들은 여러 카드사를 대행하기 때문에 관리 차원에서 가맹점을 찾아다녀야 하므로 삼성페이로 결제한 전자전표만 따로 분리해 서비스 비용을 낮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단체행동 예고…걱정↑
양측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삼성의 근심도 커지는 모습이다.
현재 삼성페이는 출시 한 달만에 가입자가 60만명을 돌파하는 등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핀테크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서 양측의 갈등이 계속되면 삼성페이의 범용성 확대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 흥행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인 것이다.
이와 관련해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현대카드와 밴사들의 갈등이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소비자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밴 업계가 현대카드 거부 운동 등 단체 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A씨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간편한 결제 서비스가 늘어나는 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업체들의 이익 추구 때문에 소비자들이 받을 혜택은 뒷전으로 물러나고, 카드결제 거부 등의 불편을 겪게 되는 건 아닐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갈등이 현대카드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업계 전반의 문제로 번질 가능성을 염두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삼성페이를 비롯해 네이버, 신세계그룹, 롯데 등도 각각의 ‘페이 서비스’를 출시했다. LG전자도 ‘G페이’ 출시를 예고한 상태다. 스마트폰을 통한 간단한 카드결제 시스템 시장이 확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문제를 간단하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현재 결제 시스템 구조 상 가맹점이 굳이 현대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않는다면 우려하는 소비자 피해는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현대카드를 제외한 다른 카드사들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분위기다.
일부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주장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며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결제 수단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비용이 줄어들고, 고객들이 내는 카드 수수료도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당장 밴사와의 수수료 정율제, 수수료 인하 등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아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카드사와 밴사의 갈등이 지속되면 소비자가 챙길 수 있는 혜택을 못 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카드사와 밴사 간의 갈등이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므로 밴 수수료 체계 자체를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욱이 금융 당국 역시 5만 원 이하 카드결제 시 무서명거래를 10만 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도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결제 방법의 다양화와 무서명 결제가 늘어남에 따라 수수료 체계 변경이 필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이에 밴대리점협회는 한국신용카드밴협회에 “현 승인수수료와 매입수수료가 구분된 불합리한 밴수수료체계를 단일 수수료 체계로 통합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또 7월 시행된 단말기 등록제로 기존 단말기 인증이 늦어짐에 따라 밴 대리점이 많은 피해를 입어 이에 따른 적절한 보상과 리베이트 금지로 밴사의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만큼 대리점에 합리적인 관리비용을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