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 ‘제네릭’ 조기발매 내막

“도전”vs“꼼수” 팽팽… 시장 혼란 우려도

2015-10-19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동아ST(이하 동아에스티)의 복제약(이하 제네릭) ‘바라클정’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에서 패소했으나 복제약 조기 발매를 계획대로 이어갔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바라크루드’다. 이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동아에스티가 시장선점을 위해 조기발매를 강행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동아에스티는 “특허 무효를 자신한다. 정당한 특허 도전”이라는 입장이다.

이례적 행보…“부당성 발견, 정당한 행위”
업계 열기 후끈…바라크루드 판도 변하나

한국BMS제약이 판매하는 B형 간염 치료제 바라크루드의 특허만료일은 지난 9일이다. 원칙적으로는 10일부터 제네릭 판매가 가능하다. 하지만 동아에스티는 한달 전인 9월 7일부터 제네릭 ‘바라클정’을 출시했다.

이에 한국BMS제약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모든 조치를 하겠다”며 바라크루드에 대한 특허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동아에스티의 바라클정 제품이 바라크루드의 특허를 침해한다”며 “동아에스티는 특허 만료까지 바라클정 제품을 생산이나 사용, 판매 등을 해서는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바라크루드의 특허만료 전 제네릭 발매는 특허침해에 해당한다며 판매를 금지한 것이다.

또 동아에스티가 이 명령을 위반하는 경우 한국BMS제약에게 하루 1억 원씩 지급하라”면서 동아에스티가 보관 중인 바라클정 제품을 특허 만료시까지 한국BMS제약이 위임하는 집행관이 보관하도록 지시했다.

앞서 동아에스티는 제네릭 발매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대웅제약, 한미약품 등과 제기한 바라크루드 물질특허 무효 소송에서도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물질특허 무효소송과는 별도로 특허심판원에 특허 존속기간 연장등록이 무효라는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동아에스티의 행보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현상이다. 보통은 법원의 판결이 나와 특허 무효화 후 제네릭을 발매한다. 하지만 동아에스티는 거액의 손해배상을 물어야 하는 부담을 지고서도 조기 발매해 업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일각에서는 “동아에스티가 제네릭 조기 발매를 통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꼼수를 쓴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거액의 손해배상을 물더라도 시장을 선점하게 됐을 때 누리는 실익이 더 크기 때문에 이 같은 결정을 내렸을 것이란 분석이다.

바라크루드는 국내 단일품목으로는 최대 판매액 제품 중 하나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처방 실적 1위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연 1500억 원가량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530억 원이다. 시장의 10%만 잠식해도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수준이다.

처벌 미비해

따라서 바라크루드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국내 제약업계 경쟁도 치열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67개 업체가 130여개 품목을 제네릭으로 허가받았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바라크루드 시장은 국내 제약업계 사상 최대 시장으로 불리고 있어 마케팅 전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의혹은 동아에스티의 최근 실적으로 인해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지난 2분기 매출액은 1393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5.8% 감소한 액수다. 주력 사업인 전문의약품 부문은 17.6%가량 감소했다

더욱이 통상 의료진이 특정 의약품 처방을 시작하면 1~2년가량은 처방 제품을 바꾸지 않는 분위기라는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시장 진입이 빠를수록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어 소송과 손해배상을 감수하고서라도 조기발매를 추진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동아에스티는 “아직 소송의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고 진행 중인 사안이므로 세부적인 내용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꼼수 등의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한다.

동아에스티의 한 관계자는 “특허만료 전에 제품이 나와서 여러 얘기들이 나오지만 특허 연장 과정에 있어서 발견한 부당성으로 인해 승소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정당한 특허 도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근거로 특허 존속기간 연장등록 무효 소송을 지난 9월에 제기했다”면서 “제네릭 제품 출시로 가격적인 부담을 낮춰 환자들의 부담을 내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같은 제품이 지난 5월에 특허 만료가 됐는데,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승소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논란을 계기로 시장의 혼란이 올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특허소송에서 패소하더라도 특허만료보다 앞서 제네릭을 발매하는 전략을 쓰는 업체들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국내에서는 이 같은 행위를 제지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이 없다. 손해를 끼친 액수만 지급하면 되기 때문에 ‘선 시장선점 후 피해보상’식의 전략을 세우는 이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진실을 떠나서 이번 논란으로 불거진 의혹을 이용하는 일이 늘어날 수 있다”며 “리베이트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시장선점의 중요성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에 우려도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에 따라 악의적 행위로 인정될 경우 규제를 극대화하기 위해 3배 이상의 배상을 하기도 한다”며 “국내에도 관련 법안 제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