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는 상생펀드를 왜 만들었을까

2015-10-19     강휘호 기자

“면세점 입찰 위한 연기” vs “영세 업체 자금줄”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이랜드리테일(대표 김연배)이 지난 2월, 영세 업체들을 돕겠다면서 조성한 상생펀드가 꼼수였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해당 펀드는 앞서 벌어진 면세점 사업권 입찰 때 동반 성장 지수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랜드가 면세점 사업 진출을 포기한 9월 이후 펀드 이용 실적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의심의 눈초리는 더욱 깊어진다.

2년 연속 동반성장지수 최하위 기록하고 조성
면세사업 진출 포기 후 펀드 이용 실적 ‘전무’

한마디로 이랜드리테일이 받고 있는 의혹은 ‘조성된 상생펀드가 면세점 사업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었을 뿐, 적극적으로 운영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 골자다. 또 이랜드리테일은 동반 성장 지수 최하위를 2년 연속 기록했던 바 있어 이를 숨기고자 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 역시 “이랜드리테일의 상생펀드가 면세점 사업 진출을 위한 꼼수가 아니냐”고 질책했다. 부좌현 의원은 이랜드리테일의 동반 성장 지수와 상생펀드가 만들어진 시기를 근거로 들었다.

 부좌현 의원에 따르면 이랜드리테일은 2013년과 2014년 연속 동반성장지수 최하위를 기록했다. 2013년에는 전체 평가기업 100개사 중 98위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112개 기업 중 91위를 기록한 것이다.   

이랜드가 최하위 평가를 받은 주요 사유는 2013년 ▲ 임직원 부당 활용 요구 ▲ 판촉비용 부당 전가 ▲  특판 행사 참여 강요 등 ▲ 마케팅 경영기법 공유 또는 전수 미흡 ▲  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정개선, 기술지도 등 미흡 ▲ 기밀유지약정 사전 체결 미흡 ▲ 협력사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 수행 권유 또는 안내 미흡 등이 있었다.

이어진 2014년에는 ▲ 납품대금 현금 또는 현금성 결제 비율 낮음 ▲ 납품대금의 일부 혹은 전부를 물품으로 지급한 사례 ▲ 협력사 기술력 향상을 위한 교육, 훈련, 연수 지원 미흡 ▲ 해외판로확대에 필요한 지원 미흡 ▲ 수탁기업협의회와 같은 각종 협의체 운영 및 지원 미흡 ▲ 협력사와의 정보교류를 위한 간담회 수행 등 미흡 ▲ 공정위와는 협약체결했으나 협력중소기업과는 협약 미체결 등이 꼽혔다.

그리고 이후 이랜드리테일은 올해 2월 동반성장을 위한 200억 원의 상생펀드를 조성했다. 또한 이랜드는 올해 5월, 시내면세점 사업 참여를 결정했다. 다만 최하위를 기록한 동반성장지수가 발표된 6월 이후 면세점 사업진출을 포기한 바 있다.

앞서 시내면세점 사업자 심사는 총점 1000점으로 동반성장지수 관련 항목은 300점을 차지한다. 때문에 부좌현 의원은 “이랜드리테일의 펀드출자의 순수성이 의심된다”고 말한 것이다. 

더군다나 현재까지 펀드 이용실적은 3개사, 9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면세점 사업 진출을 포기한 뒤 상생펀드의 이용실적이 전무하다는 점은 이러한 지적에 힘을 싣고 있다. 

부좌현 의원은 이에 대해 “이랜드리테일이 실제로는 적극적으로 펀드를 운영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이랜드리테일은 동반성장지수가 연속해서 최하위를 기록한 것에 대해 반성하고, 이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해야 함에도 이를 불순한 의도로 이용하려 했다면 이는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고 자성을 촉구했다.

불순한 의도 아냐

이랜드리테일은 절대 불순한 의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연배 이랜드리테일 대표는 지난 8일 국정감사장에서 이와 같은 지적에 대해 “현재 운영 중인 상생펀드는 면세점 진출을 위한 꼼수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 김연배 대표는 “먼저 이랜드리테일과 거래하고 있는 업체 등에게 송구스럽다”며 “(이랜드리테일)은 2010년 10월부터 공정거래를 위한 관리를 해왔으며 올해 초에는 200억 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조성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3개 업체만 펀드를 이용한 점과 업체당 평균 이용액수가 30억 원 수준인 점에 대해선 “상생펀드는 우리은행과 함께 대출해주는 것으로 우리은행이 업체에 대한 우량성을 기준으로 판단해 대출해주고 있다”고 전했다.

면세점 입찰 이후 상생펀드를 이용 중인 회사가 없는 것으로 봤을 때 상생펀드가 면세점 사업 진출을 위한 수단이 아니었냐는 물음에는 “그건 아니다”라며 “우리은행과의 협의를 통해 펀드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영세업체의 자금줄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이랜드는 상생펀드를 두고 논란과 의혹이 일자 해당 의혹을 없애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협력사와 동반성장 상생 협력 대회를 개최하는가 하면, 경기도-이랜드그룹 간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맺는 등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실제 이랜드그룹은 지난 8일 한강 유람선 이랜드크루즈 트리타니호에서 협력사 22개사 대표 및 관계자 31명과 이랜드리테일 유통 전 지점 4대 영역(미화, 보안, 주차, 시설) 현장 소장 60명이 참석한 가운데 협력사와 함께 만드는 감사 존중 동반성장 문화라는 주제로 ‘제4회 서비스 지식 페스티벌을 진행했다.

경기도와도 손잡고 상생협력을 하겠다고 나섰다. 남경필 경기지사와 박성경 이랜드그룹 부회장은 지난 15일 경기도청에서 경기도-이랜드그룹 간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맺고 경기도 농식품 소비확대와 외식산업 발전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다만 문제가 된 상생펀드와 관련해선 특별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랜드가 상생펀드 꼼수 의혹을 벗어 내고 진짜 ‘상생’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hwihols@ilyosoe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