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덕 판 커진 MLB에 '노크'…구단들 속앓이 극심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류현진(LA 다저스)으로 촉발된 미국 메이저리그(MLB) 진출이 윤석민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강정호(피츠버그)가 빅리그에 안착하면서 어느 때보다 한국야구에 대한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 덕분에 한국시리즈까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들이 MLB 진출 가능성을 놓고 적극적으로 타진하고 있다. 이미 손아섭과 황재균(이하 롯데)이 진출을 선언했고 일본무대에서 뛰고 있는 오승환도 MLB진출을 선언해 기존 구단들 역시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시화 되고 있는 MLB 진출 러시를 짚어봤다.
스카우트들 잦은 출몰에 선수들 기대…가능성 놓고 저울질
해외 진출 구실로 연봉협상 악용…스타 유출에 리그는 흔들
롯데 자이언츠는 지난 16일 조원우 신임감독 취임식을 앞두고 복잡한 상황이 연출됐다. 팀 주축 선수인 손아섭에 이어 황재균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겠다고 밝혀 두 사람 사이 교통정리가 시급해졌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한 구단에서 포스팅(공개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할 수 있는 선수는 한 명으로 정해져 있다. 이는 무분별한 국내 스타급 선수들의 해외진출을 막기 위한 조치다. 결국 한 구단에서 한꺼번에 두 명 이상 진출을 희망할 경우 누군가는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
이처럼 한 구단 내에서 여러 명이 MLB진출 의사를 밝히게 된 까닭에는 구단 내 사전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부분이 한몫했지만 그 이전에 메이저리그가 야구선수들에게는 꿈의 무대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 강정호가 루키 시즌을 성공적으로 보내면서 한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경쟁력 또한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그간 메이저리그 진출을 저울질 하던 선수들에게 도전장을 낼 수 있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여기에 올해 국내 야구장에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만나는 건 낯설지 않을 정도로 메이저리그에서도 한국야구에 대해 급격히 큰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그 중에는 올 시즌을 끝으로 진출 자격이 주어지는 박병호(넥센)를 비롯해 김현수(두산) 등이 스카우트들의 관심대상으로 떠오르면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올 시즌 강정호를 영입한 피츠버그가 대박을 치면서 야수들의 주가가 크게 상승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홈런왕 박병호에 이어
관심주 급등
우선 KBO리그 4년 연속 홈런왕에 오른 박병호는 일찌감치 메이저리그 진출을 기정사실화 했다. 특히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거포로 2연 연속 50홈런 역시 KBO최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일찍부터 박병호에 대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여기에 소속구단인 넥센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구단은 강정호에 이어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박병호는 올 시즌을 끝으로 해외 진출 자격을 얻게 되는데 이미 굴지의 에이전시 회사인 옥타곤과 계약을 체결했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이끈 거물 에이전트 앨런 네로는 “쿠바 선수였다면 1억 달러 이상 받을 것”이라고 홍보하고 나설 정도다. 관계자들은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어 그가 얼마를 받을지가 관심사로 남아 있다.
하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경우에는 아직 변수가 많이 남아 있다. 김현수의 경우 완전한 FA신분이 되지만 코너 외야수로서 메이저리그에서도 장타력이 통할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
또 롯데의 교통정리가 필요한 손아섭과 황재균도 여전히 물음표를 남기고 있다.
한 야구해설위원은 “손아섭은 국내에서 3할 이상을 치긴 했지만 메이저리그 선수와 대입했을 때 아쉬운 부분은 있다”면서 “손아섭은 코너 외야수 인데 메이저리그에서 코너 외야수는 반드시 장타를 쳐줘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무조건 3할을 친다는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손아섭이 과연 그런 믿음을 줄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황재균도 유격수 최초로 40홈런을 쳐낸 강정호 정도의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준 기억이 없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리 못한 롯데,
선수들 도전에 당혹
더욱이 손아섭·황재균의 경우 가능성을 평가하기 전 구단 내에서 벌어진 의도치 않은 경쟁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두 사람을 두고 구단 측은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롯데는 필연적으로 둘 중 누군가를 선택하든가 아니면 둘 다 불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구단이 무엇을 선택하든 간에 해당 선수들에게는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이에 롯데 측은 두 선수를 최대한 잔류하도록 설득한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지만 두 선수 모두 포스팅을 막자니 팬들의 반발 또한 거세질 것으로 보여 사면초가에 놓였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구단 내부적으로 일찍 교통정리를 한 뒤 발표를 했어야 했다며 아쉬운 소리를 내놓고 있다.
지난해 SK와 KIA는 김광현과 양현종의 포스팅을 수락하기 위해 시즌 끝나기 전부터 선수와 교감을 가졌고 일사불란 하게 일을 추진한 바 있다.
물론 두 사람 모두 기대했던 금액이 나오지 않아 메이저리그 진출이 좌절됐지만 큰 잠음이 없이 구단으로 복귀해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롯데는 선수들에 대한 확답도 미룬 상태여서 논란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결국 구단 측에서 답을 내려야만 올 시즌을 마친 뒤 메이저리그 진출 문을 두드릴 선수들의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에 대해 롯데 구단은 KBO를 통해 ‘한 번에 포스팅 한 명’이라는 규정을 변경할 수 있는지를 문의한 상황이다.
KBO 측은 “롯데가 문의를 한 것은 맞다. 최대한 빨리 정리해서 확답을 줄 것”이라고 전해 확산되고 있는 메이저리그 진출 러시를 두고 내부적으로 고심하고 있음을 전했다.
일본리그도 가세,
성공률 높아지나
한국무대뿐만 아니라 일본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인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도 가시화 되고 있다.
이번 시즌을 끝으로 한신과 2년 계약이 끝나는 오승환은 2년 전 이루지 못한 메이저리그 진출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한신에서 워낙 많은 공을 던져 올 시즌 구위 저하를 보인 것이 약점으로 지적된다.
또 오승환은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주전 마무리로 활약했지만 포스팅에서 불펜투수정도로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오승환 소식에 한신의 마음도 다급해졌다. 아직 오승환과 협상을 테이블을 차리지 못했지만 한신 측은 돈 싸움에서 메이저리그 구단에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로 오승환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오승환은 한신과 2년 총액 9억 엔, 계액금 2억 엔, 2년간 연봉 3억 엔, 연간 5000만 엔의 인센티브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오승환도 무조건 메이저리그 진출을 고수하지는 않고 있어 한신과의 협상에도 응할 생각이다. 오승환 에이전트 측은 “선수가 미국 쪽에 마음이 기울긴 했지만 한신과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 플레이오프에서 뛰고 있는 이대호도 올 시즌을 마치면 구단과 +1 계약을 실행하지 않고 메이저리그 오퍼를 받을 경우 진출을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와 시즌 종료 후 최종선택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준비없는 진출,
실패의 쓴소리도
이처럼 메이저리그 진출기회가 확대되고 이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늘어나면서 한국야구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진출 성공사례가 극소수라는 점에서 철저한 준비와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는 “강정호의 성공으로 한국인 선수들을 보는 시선에 큰 변화가 왔다. KBO리그도 이제는 높은 수준을 인정받고 있다”며 “그렇다고 모든 선수들이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본도 2000년대 많은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했지만 상당수 실패했다. 지금은 그들을 바라보는 기대치가 높지만 철저한 준비과정 없이는 제대로 된 평가와 대우를 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국무대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박병호도 아시아 출신 거포에 대한 선입견, 메이저리그에서도 거포들의 격전장인 1루수 전문이라는 점 때문에 마냥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에 박병호가 미국 무대에 진출하더라도 합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편 정상급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타진하면서 한국 프로야구 리그는 스타선수 유출이라는 딜레마에 봉착했다. 실제 몇 년간 최정상급 선수들이 연이어 해외 무대로 빠져나가면서 스타파워가 떨어지고 프로야구 수준도 하락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수준급 선수들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면서 일부 FA선수들의 몸값이 과도하게 폭등하는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이미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
여기에 일부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핑계로 연봉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더욱이 윤석민이나 김태균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철저한 사전 준비와 전략 없이 막연한 환상으로 해외 진출을 노렸다가 오히려 시간 낭비가 될 가능성도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또 에이전트나 주변의 듣기 좋은 말에만 현혹되어 성급한 오판을 저지르는 경우도 종종 존재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을 고민하는 선수들이라면 보다 냉정하고 신중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이제 한국시리즈까지 마무리되면 한국 무대에서 뛰는 선수들의 이동이 본격화 될 전망이다.
이에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선수들이 얼마나 값진 결과를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을 향한 팬들의 기대가 뜨거워지고 있는 만큼 부디 철저한 준비와 전략으로 빅리그 입성에 성공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