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허락하지 않는 정몽준 명예회장의 FIFA 도전기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자격정지 징계를 받아 차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 출마에 제동이 걸린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이 ‘선거일정 연기’라는 새 변수를 만나 다시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윤리위 징계만으로도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는 점에서 정 명예회장의 도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FIFA는 오는 20일 스위스 취리히 FIFA본부에서 임시집행위원회를 열기로 해 연말로 예정됐던 일정을 두 달여 앞당겼다.
영국 등 유럽언론 등은 지난 14일 “제프 블라터 FIFA 회장과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 제롬 발케 FIFA 사무총장이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아 정상적인 업무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차기 회장 선거 일정 변경을 논의하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FIFA 윤리위원회가 ‘검찰 수사 중’이라는 이유로 임시로 정한 세 인사의 징계(자격정지 90일)를 확정짓는 절차도 밟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회장 선거 연기 방안은 FIFA내 여당 격인 블라터-플라티니 계열이 내놓은 아이디어로 알려진 가운데 그 결과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초 오는 26일이면 FIFA 회장 입후보 등록이 마감된다. 이 기한까지 입후보를 하지 못하게 되면 자연스레 FIFA 회장 도전 자체가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문제는 현재 유력한 두 후보였던 플라티니 UEFA 회장과 정몽준 명예회장은 지난 9일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각각 90일, 6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으며 사실상 입후보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플라티니는 2011년 블라터 회장으로부터 200만 스위스 프랑(약 24억 원)을 받았다는 혐의로, 정 명예회장은 2022년 월드컵 유치 경쟁이 한창이던 2010년 축구 발전 기금 조성 제안을 담은 편지를 동료 집행위원들에게 보낸 것이 문제가 됐지만 구체적인 혐의를 찾지 못해 조사 비협조와 비밀유지를 위반 등을 이유로 자격정지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블라터 회장이 자신들의 세력이 FIFA회장 후보가 될 수 없으니 선거 자체를 연기할지 모른다는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의도가 어찌 됐든 선거 연기가 받아들여질 경우 정 명예회장에게도 출마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정 명예회장 측은 “만약 선거가 연기된다면 우리도 시간을 벌 수 있어 좋다. 현재 법적 분쟁 여지가 남아있고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선거가 연기된다면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현재 FIFA 회장 후보 등록을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정 명예회장은 징계를 내린 FIFA 윤리위에 즉각 항소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 같은 노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스포츠중재재판소(CAD)를 통해 법적 투쟁을 이어나갈 뜻도 밝혀 법적 대응을 지속할 방침이다.
이처럼 꺼져가던 차기 FIFA 회장 출마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지만 악화된 이미지로 인해 정 명예회장의 출마에 부정적인 의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명예회장이 개혁에 대해 이야기해왔지만 개혁에 적합한 인물이라고 말하기 어렵다며 1994년부터 2011년까지 하지 않았던 개혁을 지금 갑자기 한다고 하니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FIFA의 주요 스폰서인 VISA, 코카콜라, 맥도널드 등이 블래터 회장에 대해 이제는 내려와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과 달리 메인 스폰서인 현대자동차는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점에서 정 명예회장의 진정성을 놓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편 정 명예회장은 서울에 머물며 모든 방법을 강구해 FIFA회장 선거에 나서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잘못에 발목이 잡힌 상황에서 도전을 계속할 수 있을지를 두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