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국제마약밀매 조직단 ‘두목’, 검찰에 검거
타고난 범행 수법“6년 갈고 닦은 실력이 아니야”
2011-06-28 이창환 기자
대서양 외딴섬 등에서 처참한 옥살이
[이창환 기자] = 해외에서 활동하던 한국인 ‘마약왕’이 서울중앙지검의 끈질긴 수사 끝에 검거됐다. 한국 국적을 버리고 남아메리카 수리남 국적을 취득한 조모(59)씨는 코카인 48.5Kg을 국내로 밀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조씨는 국내 동포들을 이용해 조직을 설립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가 밀수한 코카인의 총 시가는 1600억 원대로 이는 관련사건 중 최대 규모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2002년 처음으로 코카인 밀수에 가담했고 2004년 본격적으로 코카인 밀수를 시작했다”고 검찰에 진술했지만 검찰은 조씨가 훨씬 전부터 코카인 밀수를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가 1980년대에 선박냉동기사로 8년 동안 수리남에 체류한 적이 있고 1995년 수리남 국민이 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씨는 남미 최대 마약조직 ‘칼리카르텔’과 연계돼 있었으며 밀수수법이 탁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씨의 코카인 수급 인맥망 역시 수리남 내 각종 인종들과 폭넓게 연결돼 있었다. 검찰은 조씨의 범행형태가 불과 6년 만에 구축되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다.
수리남과의 길고도 지독한 인연
1994년 조씨는 사기 사건으로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수리남으로 도망쳤다. 당시 조씨는 빌라건축을 빌미로 피해자들에게 10억 원의 현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후 조씨는 마약 밀수로 돈을 벌기 위해 마약 조직원과 관계를 쌓아나갔다. 그리고 알고 지내던 A씨와 함께 마약 밀매 조직을 설립했다. 조씨는 A씨를 ‘부두목’으로 임명해 판매책 등을 맡겼다.
조씨와 A씨는 교민들을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하기 위해 “보석 원석을 운반해주면 400~500만 원을 주겠다”고 속였다. 조씨 등의 꾐에 넘어간 교민들은 주부, 조경기술자, 미용사, 용접공 등 으로 직업이 다양했다. 포섭된 인원은 100여 명에 달했다.
100여 명의 인원 중 검찰 조사에 규명된 이들은 조씨, A씨를 제외하면 14명이다. 14명 중 B씨, C씨, D씨는 운반총책, 모집총책을 도맡아 조직범죄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조씨 때문에 억울한 옥살이를 면치 못했다.
밀수한 코카인,
160만 명 투여 분량
운반책 E씨와 F씨는 2004년 조씨의 지시에 따라 코카인 37Kg을 프랑스로 밀수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2005년에는 운반책 B씨가 가이아나에서 G씨, H씨를 데리고 있다 코카인 운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I씨 역시 같은 해 페루에서 코카인 11.5Kg을 소지한 혐의로 체포됐고 C씨와 D씨는 국내에서 운반책 조직을 구축하려다 체포됐다.
프랑스 법원은 B씨, E씨, F씨에 대해 각각 징역 5년, 1년, 2년을 선고했고 페루 법원은 I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조직원과 교민들을 통해 조씨의 행방을 추적하던 검찰은 2009년 조씨가 마약 밀수를 위해 중국으로 간다는 정보를 알아냈다. 이후 마약 거래를 위장해 조씨를 브라질로 유인했다.
브라질에서 체포된 조씨는 마약 밀매 혐의로 2011년 2월까지 브라질 교도소 생활을 했다.
검찰은 법무부를 거쳐 브라질로부터 범죄인인도결정을 받아내 지난 5월 26일 조씨의 국내압송을 이뤄냈다. 현재 검찰은 조씨의 범죄 수익과 여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