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피뢰침 핵심부품 고가에 판매 사기극 4억 원 꿀꺽

‘중국판 봉이 김선달' 고소득 보장 쇳조각 가짜 피뢰침 핵심부품 판매

2011-06-14     윤지환 기자

고급 담배케이스 포장에 속아 개당 1000원 쇳조각 수백만 원에
전자제품 지식 없는 여성들만 골라 범행 한꺼번에 1억5000만 원 구입


[윤지환 기자] = 개당 1000원도 안 되는 쇳조각을 피뢰침 핵심 부품이라고 속여 판 중국동포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쇳조각을 항공기나 피뢰침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이라고 속여 중국동포 여성 12명에게 3억 원 가량을 받고 판매한 중국동포 주모(47)씨 등 2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하고 리우모(43)씨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들은 기계 부품 등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중국동포 여성들만을 골라 범행을 저질렀다. 주씨 등은 중국동포 최모(42·여)씨에게 쇳조각을 피뢰침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이라고 속여 개당 500만 원을 받고 판매하는 등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중국동포 여성 12명에게 모두 3억 원 가량을 받고 쇳조각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신종 사기단은 단순 쇳조각에 불과한 가짜 부품을 진짜 핵심 부품이라고 속여 개당 500만 원에 팔았다. 또 개당 10원 미만의 전자부품을 항공기 핵심 부품이라고 속여 개당 8만 원을 받고 팔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쇳조각을 네덜란드 수입 담배 케이스 등에 고급 포장해 피해자들의 눈을 속였다. 이어 관심을 보이는 피해자들에게 “피뢰침 핵심 부품이니 투자할 경우 고소득을 얻을 수 있다”며 접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물품 판매·물품 매수 역할을 분담하는 등 사전에 범행을 계획적으로 모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조선족 피해자 최모(42세·여)씨 등 지방의 한적한 다방 등에서 일하고 세상물정에 어두운 조선족 여성에게 주로 접근했다. 최씨 등에게 같은 동포임을 내세워 식사대접 등으로 환심을 산 주씨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라며 가짜 피뢰침 부품을 내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치밀한 역할극에 속아

또 이들은 미리 공모한 이들과 앉은 자리에서 고소득을 올리는 과정을 직접 보여주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은 일당끼리 사전에 꾸민 역할극을 마치 진짜 거래 상황인 것처럼 보여주며 최씨 등에게 고소득의 꿈을 부채질했다.

일당 중 한명이 제 3자로 위장하고 쇳조각을 개당 500만 원에 구입한 후 구매 업체 관계자로 위장한 또 다른 일당에 750만 원을 받고 되파는 역할극 장면을 실상황인 양 보여줬다. 또 같은 수법으로 가짜 항공기용 콘덴서를 개당 8만 원에 구입한 뒤 12만 원에 되파는 연극도 벌였다.

이들의 기막힌 사기극은 이뿐 아니다. 일당은 자신들의 경제력을 과시하기 위해 한화·미화·휴지화된 페루화 등이 들어 있는 돈 가방을 소지하고 다니며 피해자들을 현혹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를 기피하는 피해자를 협박해 판매하기도 했다. 이 같은 수법으로 이들은 12명의 피해자들을 끌어들여 총 3억 원 상당의 수익을 올렸다. 피해자들 중에는 쇳조각을 한 개에 500만 원씩, 무려 1억2000만 원 어치를 구입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일본서도 사기극 유행

경찰은 이번에 검거된 사기단과 비슷한 수법으로 돈을 뜯는 사기단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 드러난 피해자들 중에는 다른 사기단에 피해를 입은 피해자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피해자가 더 늘기 전에 유사 사기행각을 차단하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번에 검거된 가짜 항공기 및 피뢰침 부품 판매 사기수법은 국내에 만연된 보이스피싱에 이은 또 다른 신종 사기수법이다. 이 신종사기 수법은 대포폰과 신분증을 위조하는 방법 등으로 철저히 범죄증거를 남기지 않아 범인들을 특정하기 어렵다.

이에 경찰은 “피해가 발생해도 미해결사건으로 남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신종 사기수법에 피해를 당하는 일이 없도록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중국동포들을 조심해야 한다”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최근 중국·일본 등에서도 이러한 수법의 범행이 번번이 행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