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훈 수출입은행장 ‘황제 해외 출장’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이 지난해 3월 취임한 뒤, 줄곧 호화로운 해외 출장을 다녀왔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덕훈 은행장은 출장길에 오를 때마다 평균 항공료로 724만 원, 하루 숙박비는 69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그의 출장에 동행한 수행인원은 총 101명으로 지나친 의전에 임직원 눈도장 찍기의 행태가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요서울]이 이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임원은 물론 간부 직원도 비즈니스 클래스로
수행인원만 총 101명, 임직원 눈도장 찍기 지적
이덕훈 은행장은 여태까지 18번의 해외출장을 다니면서 비서실 직원을 제외한 현업부서 임직원 총 101명이 수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사용된 비용은 무려 9억 9248만 원에 이르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이덕훈 행장은 지난해 3월 브라질·미국 출장을 시작으로 올해 9월초 러시아까지 총 18번의 해외출장을 다녀 왔다.
한 번 출장 시 평균 5~6명의 현업 임직원들이 은행장 수행을 위해 해외출장을 갔다는 계산이다. 전임 행장의 경우 현업부서의 실무직원 1~2명이 수행한 것과 비교하면 두 세 배나 많은 인원이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는 본부장(부행장)급 임원 1명 이상이 은행장의 해외출장을 수행한 것으로 나온다. 본연의 업무에 매진해야 할 본부장들이 눈도장 찍기에 급급한 것 아니었냐는 은행 안팎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이덕훈 행장은 총 18번의 해외출장에서 총 2억 6397만 원의 비용을 사용했다. 1회 출장 당 평균 1466만 원이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항공료는 1억 3039만 원으로 한번 출장 당 약 724만 원, 숙박비는 6786만 원으로 1박당 평균 69만 원이다.
여기에 은행장 수행을 위해 비서실에서 사용한 여비 1억 6239만 원을 더하면 이덕훈 행장의 출장을 위해 쓰인 비용은 총 4억 2636만 원으로 계산된다. 은행장 수행을 위해 현업부서에서 수행을 간 인원 101명(본부장 15명 포함)이 쓴 비용은 총 5억 6612만 원이다.
모두 합치면 이덕훈 은행장이 간 18번의 해외출장에 쓰인 돈은 9억 9248만 원에 이르게 된다. 2014년부터 2015년 9월 현재까지 사용한 수출입은행 해외출장경비 42억6736만 원의 23.3%를 차지하는 것이다.
홍종학 의원은 “부실여신 등으로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입은행 임직원들이 이덕훈 행장 해외출장에 과도한 의전을 위해 따라 간 것은 국책은행의 품격을 저버린 행위”라며 “임직원들의 품격을 잃은 과도한 의전을 사전·사후에 막지 않은 이덕훈 행장에게도 큰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본부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얼굴비치기’의전이 지난 3월 전무이사 등 임직원들의 인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향후 과도한 의전을 막기 위한 방안을 수출입은행 차원에서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대책을 촉구했다.
공공기관 임직원의 해외출장시 항공권 클래스와 관련된 사항은 “공공기관 방만함의 상징과 같은 것”이라며 “지난 5년간 2조7000억 원의 국민혈세를 출자 받아 연명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이 긴축경영을 하기는커녕 정부의 지침조차 어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출입은행은 앞으로 지적을 받는 일이 없도록 모든 업무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의 한 관계자는 “이미 이덕훈 은행장이 국정감사를 통해 많은 대답을 했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은 없다”면서도 “당장 전임 은행장들과 단순비교를 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앞으로 지적을 받지 않도록 열심히 하는 수가 최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또 의전 수행이 지나치다는 부분에 대해선 “은행장과 동반출장하는 임직원은, 은행장 출장시 통상 3개 이상의 단위업무가 동시에 진행됨에 따라 각 단위업무별 담당 임직원 1~2명이 동반출장을 통해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단순한 의전을 위한 수행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 사례로는 2014년 3월 있었던 IDB 연차총회 참석을 들었는데, 당시 수출입은행의 업무에는 ▲ IDB 연차총회 주요 행사 참석 및 총재(Mr. Luis Alberto Moreno) 개별면담 ▲ 니카라과 EDCF 차관공여계약 체결(상대방 : 니카라과 재무장관) ▲ Scorpio Tanker 선박프로젝트 채권보증계약 체결 ▲ 워싱턴 소재 미국 수출입은행 방문 및 업무협력방안 논의 ▲ 미국내 수출입은행채권 투자자 경영진 면담 등이 포함됐다.
아울러 출장비 10억 원은 “단위업무 부서가 실무목적으로 사용한 출장비까지 모두 포함한 ‘출장단 전체의 비용’으로, 실제와는 달리 과다하게 표현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이덕훈 은행장은 ‘황제 출장’이라는 비판에 “업무를 줄이겠다”고 답해 출장에 과다한 비용을 지출한 것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를 밝혔다. 취임 때부터 박근혜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오명을 썼던 이덕훈 은행장이 수많은 잡음을 어떻게 지울지 주목된다.
# 안홍철 한국투자공사장 황제출장·부실투자 이유 ‘퇴임’ 압박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이 황제출장 논란과 댓글 논란 등의 이유로 퇴임 압박을 거세게 받았다. 그가 지난 2일 국정감사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높아가고 있다.
김현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안홍철 사장을 향해 “(지난 대선 당시)상대 후보와 전직 대통령에 대해 인신공격을 한 사람이 2년 가까이 공직에 앉고 4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100조원이 넘는 나랏돈을 주무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홍종학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역시 “KIC 문제는 국가 망신이다. 댓글쓰면 국부펀드의 사장이 된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는 꼴이다. 이런 일이 있기 때문에 국제금융이 아프리카 후진국보다 금융이 낙후됐다고 평가받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앞서 안홍철 사장은 2012년 대선 국면에서 트위터에 ‘노무현은 종북 하수인’ 등의 원색적인 비방글을 남긴 바 있다. 이 일로 인해 지난해 기획재정위원회는 파행을 거듭하다 여야 간 안홍철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합의문에 서명했다.
지속적으로 투자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데 따른 지적도 만만치 않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메이저리그 LA다저스에 대한 투자 과정의 적정성을 따져 물었다. 박원석 의원은 “투자실무위원회 예비심사 전 사장이 직접 접촉한 것은 KIC위탁자산운용세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홍종학 의원은 “KIC 필요 없다. MSCI 월드인덱스 그냥 투자하면 된다. 나 혼자하면 된다. 그 수익률보다 낮다”면서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수익률을 그렇게 못내는 기관이 연봉을 공공기관 중에 최고로 받는다”고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호화 출장비 문제를 지적한 것은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다. 그는 “1개월 평균 1.6회 해외 출장을 나가 평균 780만 원의 출장비를 썼다”면서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20개월간 32차례 해외출장을 가면서 2억5000만 원을 썼다”고 밝혔다.
<강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