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비상…철새 이동하는 10월이 더욱 문제
종식선언 못한 채 재발된 AI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지난달 15일 전남 강진과 나주 소재 오리농장의 오리가 H5N8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6월10일 발생 이후 3개월 만에 AI가 재발돼 방역당국의 대응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AI는 2003~2004년 첫 발생 이후 2006~2007년, 2008년, 2010~ 2011년, 2014~2015년 등 1~2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 바 있다. 특히 2014~2015년 발생한 AI는 현재 종식 선언도 하지 못한 상황인 가운데, 다시 AI가 재발해 사실상 우리나라가 상시발생국에 포함됐다는 지적이다.
일반적으로 방역당국이 AI 의심축을 살처분한 뒤 3개월간 AI가 발생하지 않으면 종식선언을 한다. 종식선언을 하지 않을 경우 수출 및 소비 부진 등 농가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의 가금류 수출은 2014년1월 AI 발생 이후 가공육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단된 상태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AI 재발 후 이날 현재까지 확진된 AI는 총 6건이다. 전남 강진과 나주소재 2개 오리농장에 이어 19일에는 전남 담양과 광주 북구 가금판매소 오리가 H5N8 AI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추석 연휴기간에는 광주 광산구 오리농장과 전남 담양 소재 가든형 식당도 AI로 확진됐다.
불행 중 다행은 이번에 발생한 AI가 예찰과정에서 발견됐다는 점이다. AI 확산 가능성을 상당부분 줄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일각에선 아직도 AI 종식 선언을 하지 못하고 있는 당국에 대한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발생한 AI는 예찰과정에서 모두 발견됐다”며 “예찰을 강화함으로써 확산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농식품부는 16개 시·군과 66개 읍·면·동이 확산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 보고 있어,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문제는 철새가 곧 한국에 도래한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10월 말~11월 초에 철새가 한국에 오는데, 이 때 철새가 AI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이 바이러스를 이동하며 옮길 가능성이 크다. 방역당국은 지난번 발생한 AI의 원인도 야생철새로 보고 있다. 때문에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관리해도 철새가 도래하면 방역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우리나라에 철새가 곧 도래하면 다른 지역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며 “모든 가금농장과 전통시장은 경각심을 갖고 방역에 철저를 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진화하는 바이러스도 골칫거리다. 국내에 발생했던 AI 1~4번째는 H5N1형 바이러스였다. 그러다 지난해 발생한 AI가 H5N8형으로 판명 났고, 전파매개 등을 찾느라 방역당국은 큰 혼란을 겪은 바 있다. 올해 현재까지 확진된 AI는 지난해와 같이 H5N8형이지만, 다른 형의 바이러스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에선 지난해 12월부터 올 6월까지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는데, 야생조류에서 발생한 75건의 AI 중 H5N8 22건, H5N2 37건, H5N1 3건, H5 13건 등이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되지 않은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다른 유형의 AI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인근인 중국에서는 H5N2와 H5N6, 대만에서는 H5N3, 베트남과 홍콩에서는 H5N6 등이 각각 발견된 바 있어 방역당국이 이에 대한 대응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는 AI 바이러스가 70도 이상 30분, 75도 이상에서 5분간 끓이면 사멸돼 섭취해도 전염되진 않는다고 보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