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석유공사 성추행 스캔들

미성년 여직원 가슴 만진 간부…퇴직금만 1억 넘게 챙겨

2015-10-05     이범희 기자

 

성추행 스캔들이 또 터졌다. 이번에는 자원외교 비리로 검찰과 경제단체의 집중포화를 맡고 있는 한국석유공사(사장 서문규·사진)다. 해당 임원은 미성년 여직원의 가슴을 만진 혐의다. 그런데 해당 임원이 징계가 아닌 면직으로 처리되면서 1억 원이 넘는 퇴직금을 챙긴 사실이 최근 진행된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모럴해저드 논란이 뜨겁다.

공직자 도덕적·윤리적 해이 문제 수면 위로 드러나
국정감사 진행 중…누리꾼 “일벌백계로 책임 물어야”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이 21일 공개한 한국석유공사의 징계조치요구서에 따르면 석유공사 안전운영팀장(3급)인 A씨가 2013년 8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같은 팀에 근무하는 사회초년생 여직원을 상습적으로 성추행 및 폭행을 해 지난해 12월 파면조치 됐다.

A씨는 14개월 동안 회사 안과 출·퇴근시, 회식 장소 등에서 미성년자인 여직원 B씨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고, 심지어 이 여직원의 옷 속으로 손을 집어넣어 배 부위를 만지면서 포옹하는 등 상습적인 성추행을 저질러왔다.
이와 함께 A씨는 회식할 때 B씨의 머리를 손바닥과 주먹으로 때리고, 물수건을 던지는 등 신체적 폭력을 행사했다. 이러한 신체적 폭력뿐만 아니라 B씨를 세워둔 채 특정 신체부위를 가리키며 “못생겼다”거나 “예쁘지 않다”라고 말하거나 여성으로서 수치스러운 내용을 질문하는 등 언어적 폭력도 행사했다.

문제는 해당 피해자가 ‘스펙초월’ 채용제도로 학력, 전공, 어학점수 등의 스펙보다 역량을 중심으로 채용된 고졸사원으로 지난해 당시 만 18세인 미성년자였다는 점이다.
결국 한국석유공사는 피해자의 직접 신고로 2개월간 조사를 통해 A 씨의 범행을 밝혀낸 뒤 파면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A 씨에게 1억2500만 원의 퇴직금과 성폭력 및 품위유지의무 위반에 관해 조사받은 기간 동안 매달 650만 원이 넘는 임금 100%를 지급했다.

한국석유공사 측은 “퇴직금의 경우 근로기준법 상 후불식 임금이고, 현행 규정상 전액 지급이 원칙이기 때문에 전액을 지급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행 공무원 보수규정(제29조 제2항)과 공무원연금법(제64조 제2항)에 따르면, 파면 의결을 요구받은 사람은 봉급의 30%가 깎이고, 파면이 결정되면 퇴직금도 50%만 받을 수 있다(5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의 경우).

전하진 의원은 “성폭력과 성희롱을 예방하고 감독해야 할 위치에 있는 간부직원이 오히려 지위를 이용해 사회초년생인 미성년자 여직원을 성추행하다 파면됐는데 임금은 물론 퇴직금까지 챙겨주는 공기업이 어떻게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겠냐?”라며 “공공기관 임직원의 경우도 성범죄나 직무상 비리를 저질러 파면·해임될 경우 퇴직금 감액규정을 만들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지금은 개별 대응을 하고 있지 않으며, 국정감사가 끝난 뒤에 공식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것.
상습 성추행이 불거진 시기가 한국석유공사의 자원외교 비리로 검찰수사가 한창일 때라는 이유에서다. 검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면서 회사 분위기 또한 삭막(?)했을 텐데 이런 시기에 운영팀장이 직원을 상대로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들이다.

한 누리꾼은 “공무원의 기강이 흐트러졌다 해도 회사가 흔들리는 상황에선 팀원 간 의기투합이 더 절실한 상황일 텐데 이런 일이 발생했다니 너무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인 직원이고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친구에게 이런 못쓸짓을 하다니…당신 딸이라도 이렇게 하겠냐”고 질타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일반 기업은 직원 채용을 늘리려고 제 살 깎기도 서슴지 않는 상황인데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기업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또 논란이 된 해당임원에게 퇴직금 전액을 지급하다니 정말 이해가 어렵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끝나지 않은 비리

앞서 석유공사는 2009년 10월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사의 주식 100%를 40억6500만 캐나다 달러(4조 5000억원)에 인수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생산광구인 상류는 매장량 가치평가를 과다하게 산정해  27억7800만 캐나다 달러(3조 826억원)에 인수해 약 11억 달러(1조2000억원)를 비싸게 인수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하베스트 정유시설인 하류는 9억3000만 캐나다 달러(1조320억 원)에 인수, 당초 인수가격의 3%도 안되는 338억원에 매각해 1조 원 가까이 손실을 봤다.

이 문제는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지난 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전정희 의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계약의 적정성 등에 문제가 있다는 국책기관의 검토의견을 무시하고, 석유공사에게 자가검증(셀프검토)을 시켜 부실한 해외자원개발사업계획 신고서를 접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공사는 2009년 12월 9일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사 주식 100% 인수사업(안)에 대해 해외자원개발사업법(이하 해외사업법) 제5조 제1항에 의거 해외자원개발사업계획신고서를 지식경제부(유전개발과)에 제출했다.
당시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석유공사 두 기관에게 12월 10일자 공문으로 “사업계획 자료의 계약 적정성과 기술적·경제적 타당성에 대한 의견”을 2009년 12월 16일까지 지식경제부로 제출할 것을 의뢰했다.

지질자원연구원은 12월 16일자 공문으로 “석유 관련 일반적인 인수합병의 경우 확인매장량은 10% 할인된 순현가의 90%, 추정매장량 50%를 자산가치로 산정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석유공사는 하베스트사를 인수합병하면서 할인율을 8%, 확인 및 추정매장량을 100%, 가능매장량 및 발견잠재자원량은 50%, 탐사자원량은 20%를 인정하는 등 상류부분의 자산가치를 과대하게 평가했다”고 검토의견을 지경부 유전개발과에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 지경부가 국책기관으로부터 보완·권고가 필요하다는 검토의견을 받고도 석유공사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전 의원은 지적했다. 해외자원개발사업법 제5조에 따르면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해당 사업계획을 보완하도록 권고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음에도 당시 지경부는 석유공사의 해외 부실자산 인수를 묵인한 셈이다.

전 의원은 “국책기관의 검토의견은 무시하고, 석유공사의 자가검토를 토대로 해외사업계획 신고서를 접수했다는 것은 정부의 동조와 묵인 하에 하베스트 부실인수가 이뤄졌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며 “또한 최경환 장관이 정유시설 날까지 포함된 하베스트 인수에 관여했을 것이라는 의혹이 더 짙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