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 시술 음모론까지 확산논쟁 2라운드
노태우 전 대통령 침 시술 사건 시술자 찾았지만 미스터리 여전
2011-05-17 최은서 기자
[최은서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의 폐에서 발견된 한방침(鍼)을 두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흉통으로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가 길이 7cm 금속성 침이 발견돼 제거수술을 받고 지난 2일 퇴원했다. 서울대병원은 수술을 통해 제거한 침을 공개했지만, 침투경로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사건 이후 한의계는 한방의료에 대한 불신이 확산될 가능성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침 논란’은 최근 침을 놓은 사람이 구당 김남수(96)씨의 여제자 중 한 명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는 즉각 규명을 촉구하고 나섰고, 김씨 측도 강력 반발하면서 불법시술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결국 침 시술자가 누구인지를 밝히기 위해 검찰이 수사에 착수,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부터 심각한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서울대병원에 입원했다. 엑스레이와 내시경 검진결과 기관지에서 침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받았다. 제거 수술 이후, 노 전 대통령의 흉부 우측 기관지에 위치하고 있었던 침은 한방 의료에 사용하는 침으로 밝혀졌다. 침체는 물론 침자루(손잡이 부분)까지 통째로 노 전 대통령 흉부 우축 기관지를 관통했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침 유입 경로도 미스터리로 남았다.
이에 한의협은 “병원 측이 누가 언제 어떻게 시술했는지에 대한 핵심내용이 빠진 내용만을 발표해 한의학에 대한 불필요한 불신과 의혹을 증폭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대병원과 노 전 대통령에게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침 시술을 받았는지 정확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한편 자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이 문제는 한의학에 대한 신뢰문제와 직결되어 있어 한의협이 적극적으로 진상 파악에 나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불법무자격의료 근절돼야
한의협이 무자격 시술자의 불법 시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가운데 SBS가 지난 10일 ‘침 시술자는 김남수씨 여제자로 추정된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이번 사건은 한의협과 김씨가 만든 단체인 뜸사랑 간 신경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한의협은 김씨와 뜸사랑 회원들의 뜸 시술이 불법이라며 지속적인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지난해 이미 두 단체는 침·뜸 시술권을 놓고 법적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이 처럼 이 두 단체 간에는 해묵은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지난 11일 한의협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노 전 대통령의 기관지 내 침이 불법무자격자에 의한 불법시술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번 사건이 불법무면허의료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불법무자격의료행위에 대해 느슨한 단속과 실효성 떨어지는 처벌로 일관해온 정부 및 사법당국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전 대통령에게서 발견된 침은 김씨의 여제자가 시술한 것으로 불법무자격자시술이라는 게 한의협 측 주장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침 제작사로부터 7cm 파이프형 침은 한의사들이 흔히 쓰지 않는 규격으로, 모 단체에서만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한의협은 침에 대한 일반인 판매 금지와 침 제조업체와 한방의료기관 간 유통시스템 투명화, 한방의료에 대한 각종 불법 민간 자격증 남발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 등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의협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불법 무자격자의 의료시술행위가 큰 위해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권고하겠다”면서 “불법무자격의료가 완전히 뿌리 뽑히지 못하고 암암리에 벌어지고 있는 것은 상당히 위험천만한 일이기 때문에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방치료에 사용되는 의료용 ‘침’에 대한 공급을 한방의료기관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누구나 시중에서 침을 쉽게 구입할 수 있다면 불법무자격의료행위는 근절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의협은 “흉부 우측 주 기관지에 침이 통째로 위치할 정도로 침을 시술했다는 것은 중상해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것”이라며 “시술을 한 자는 설혹 한의사라 하더라도 형법상 중상해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며, 한의사의 면허가 없는 무면허자라고 한다면, 중상해 외에도 무면허 의료행위에 대한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 등에 의한 처벌을 반드시 받아야 할 것”이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사건 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보건복지부에 불법시술 행위자를 밝혀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뜸사랑도 이러한 의혹에 대해 즉각 반박하고 나서면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뜸사랑측은 노 전 대통령과 같은 유명인사에게 김씨가 아닌 제자가 침을 놓았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뜸사랑 음해하기 위한 불순한 기도
뜸사랑 측은 지난 11일 성명서를 통해 “어떤 시술보다 안전한 침·뜸이 의료 이권집단의 밥그릇 싸움에 희생되어서는 안되고 반드시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믿는다”며 “뜸사랑을 음해하기 위한 불순한 기도라고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적대응 의지도 피력했다. 뜸사랑 측은 “해당 보도를 한 기자는 뜸사랑을 음해해온 인물이며, 인터뷰한 한의사나 침구사는 모두 뜸사랑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일부는 뜸사랑에서 다른 건으로 이미 형사고발 해놓은 사람들”이라며 “이번 사태에 대해서 법적 검토를 거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뜸사랑 관계자는 “침을 놓아 피부를 통해 침이 들어간다는 것은 황당무계한 이야기”라면서 “보도에서 나온 여제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며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다리면 진실규명이 될 것이라 믿는다”며 “노 전 대통령 측에서 진실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건의 핵심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은 어떠한 답변도 내놓고 있지 않아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한편 노 전 대통령에게 침 시술을 했던 의료인을 둘러싼 진실 공방은 결국 검찰의 손에 넘어가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2일 한의협이 노 전 대통령 침 시술자의 신원을 확인해달라며 진정서를 낸 사건을 형사 2부(부장 김창)에 배당했다. 검찰은 한의협이 제출한 진정서를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노 전 대통령 측 관계자를 불러 시술자와 시술 경우, 무자격자의 불법 시술 여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수사결과 침구사 자격이 없는 뜸사랑 회원이 노 전 대통령에게 침을 놓은 것으로 밝혀지면 이들 시술에 대한 불법 논란은 거세질 것으로 보이다.
choie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