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 전관예우 금지

전관예우금지법으로 법조계 시끌 …실효성 있을까

2011-05-17     최은서 기자
[최은서 기자]= 판검사 출신 변호사가 퇴직 후 1년 동안 직전 근무지에서의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한 변호사법 개정안인 ‘전관예우금지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대법원과 법무부는 전관예우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판검사의 줄사퇴가 예고되자 ‘법 시행 전에는 사표를 수리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이를 두고 ‘판사들의 줄사표를 막고 전관예우를 금지하기 위한 조치’란 의견과 함께 ‘법조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11일 오전 국무회의를 통과한 전관예우금지법은 이명박 대통령이 유럽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 최종 재가를 받아 18일경 관보에 게재해 공포할 예정이다. 이 법은 공포하는 즉시 시행된다. 전관예우금지법은 지난해 3월부터 법원과 검찰 제도 개혁을 추진해온 국회사법제도개혁특위의 첫 산물이다.

‘전관예우’는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해 처음 맡는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이나 처분을 받는 특혜를 말한다. 법조계에서는 전관에 대한 기대심리로 인해 퇴직 후 1년 동안의 사건 수임률이 높은 편이다. 특히 전관 변호사들이 퇴직 후 자신의 전 근무지의 중요 사건들만 집중적으로 맡는 등 전관예우의 특혜를 누려왔다.

이처럼 전관예우금지법은 전관예우로 인한 폐해를 방지하기 위한 법원과 검찰의 자구책으로 볼 수 있다. 전관예우금지법은 판사와 검사 이외에 군법무관, 변호사 자격이 있는 공무원 등은 퇴직 전 1년간 근무했던 지역의 법원, 검찰청, 군사법원, 금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경찰관서 등의 사건을 1년 동안 수임할 수 없다.


‘사표 수리 불가 방침’ 의견 분분

전관예우금지법 시행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판·검사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시행이 임박해져옴에 따라 검찰 쪽에서는 부장검사 및 부부장 검사 6~7명이 사직서를 냈고 평검사들과 지역법관 가운데 일부 판ㆍ검사들도 사퇴를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일선 판ㆍ검사들의 사표 러시는 사전 예견됐었다.

하지만 대법원과 법무부의 ‘사표 수리 불가’방침에다 국내의 대표적인 1·2심 법원 수장이 유임의사를 밝혀 법조계는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구욱서(사법연수원 8기) 서울고등법원장과 이진성(연수원10기) 서울중앙지법원장이 사퇴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 이에 따라 현직 판사와 검사들은 모두 전관예우금지법의 사건수임제한 규정을 적용받게 된다.

대법원과 법무부의 의원면직 처리 방침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대법원과 법무부의 이 같은 방침에는 사직서를 수리해 줄 경우 판·검사들에게 전관예우의 길을 열어줬다는 비난에 직면하게 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관예우를 뿌리 뽑기 위한 적절한 방침이라는 반응과 형평성을 잃었다는 반응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 전관예우금지 법안이 시행된다는 것은 법조계 안팎에서 공공연히 알려진 상태였다. 때문에 퇴직을 고려했다면, 정기 인사철인 지난 2월 사직서를 제출해야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반면 지난 2월 정기인사 때 퇴직한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전관 특수를 2년간 누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관예우금지법으로 최소 1년 간은 전관 출신 변호사가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형사 처벌규정 없어

전관예우금지법에도 허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규정은 있으나 이를 어긴 변호사에 대한 형사 처벌규정이 없다는 것이 맹점으로 지적된다. 단지 변호사법에 의한 징계조항을 두고 있는 것으로, 위반 시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변협)의 자체징계는 가능하다. 이는 징계로도 법관 출신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할 수 없는 충분한 제도적 장치가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형사 처벌규정을 두는 것은 과도한 제한으로 위헌 시비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협이 변호사를 자체 징계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데서 실효성에 의문을 가져온다.

변협은 전관예우금지 조항을 위반한 변호사에 대해 제명, 3년 이하의 정직 또는 3000만 원 이하 과태료 등의 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하지만 과태료의 경우 사건 수임료보다 터무니없이 적어 전관예우 방지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고개를 든다.

더구나 전관예우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적발해 처벌하는가’ 등의 방법도 모호해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음성화 될 소지도 다분히 있다. 사건 변론에 직접적으로 나서지 않고 뒤에서 자문만하고 수익을 올리는 편법도 법조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다. 전관 출신 변호사들이 변호사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자문, 소송전략 설계 등을 맡아 사실상 전관예우의 효과를 누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choies@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