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강남고속터미널 쾅! 테러에 무방비

취사용 부탄가스 2통에 서울시 ‘벌벌’

2011-05-17     이창환 기자

[이창환 기자]= 서울역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에서 잇따라 폭발이 일어났다.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 직후 벌어진 일이어서 경찰도 긴장하고 있다. 테러에 대비한 경계를 강화한 와중에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폭발은 서울역 물품보관함 안에 장치된 부탄가스가 원인이었다. 경찰은 이번 연쇄 폭발을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연기와 폭발음 때문에 인근 승객들이 놀라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경찰은 묻지마 범행에서부터 테러에 대한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10시50분쯤 서울역 2층 대합실 물품보관함에서 폭발음 소리와 함께 검은연기가 치솟았다. 물품보관소 근처에서 상황을 목격한 윤모씨는 “용접하는 것처럼 불꽃이 튀더니 조금 있다가 검은 연기가 확 퍼졌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같은 날 오후 12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에서는 또다시 비슷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서울역에서 발생한 폭발사고와 마찬가지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건물 8층에 있던 시민들까지 폭발음을 들었을 정도로 상당히 강한 폭발음이었다.

근처에서 이번 폭발 상황을 목격한 조모(60)씨는 “뻥 소리가 나더니 뿌연 연기가 통로 전체로 퍼졌다”며 “1층 전체가 연기로 뒤덮여 큰불이 난 줄 알았다”고 말했다. 물품보관소에 붙은 불은 방모씨(52)가 휴대용 소화기로 진화해 추가 위험을 막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사고 장소의 출입을 통제하고 폭발물처리반(EOD)을 투입해 폭발물 탐지작업을 벌였다. 또한 각 지역 경찰청에 공문을 보내 고속버스와 시외버스터미널, 지하철역사와 기차역 등에 설치된 물품보관함을 일제히 수색토록 했다. 동시다발적인 사고를 차단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경찰은 폭탄이 폭발한 경위와 폭발물 설치 용의자를 찾는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제조 실수 없었으면 인명피해 이어질 뻔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역 CCTV를 통해 유력용의자가 등장했다. 용의자는 지난 12일 오전 5시51분쯤 어두운색 상하의를 입고 벙거지 모자를 눌러쓴 채 서울역 대합실에 나타났다. 그리고 물품보관함에 문제의 가방을 넣고 태연한 척 하며 빠른 걸음으로 현장을 벗어났다.

하지만 CCTV의 영상은 그 이상의 정보를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용의자가 포착된 화면이 너무 작았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은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을 끼었던 점과 CCTV에 나타난 용의자를 토대로 동일사건 전과자들을 용의선상에 올려 놓고 수사중에 있다.

경찰에 따르면 폭발이 일어난 직접적인 원인은 전선에 연결된 휴대용 부탄가스 장치다. 물품보관함 안에는 부탄가스 장치 외에 불에 반쯤 탄 등산용 가방, 부탄가스 통, 배터리, 유리병 조각, 타이머 등이 있었다. 경찰은 “폭탄은 부탄가스 위에 유리병을 올려놓아 병안에 가스를 채운 뒤 전기 스파크를 일으켜 폭발시키는 방식”이라며 “범인이 정확한 폭발 시간을 계획해 타이머 장치도 설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폭발물 제조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인지 폭발음이나 화염 등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묻지마 범죄냐 테러의 시작이냐

서울역과 강남고속터미널에서 폭발에 사용했던 내용물은 동일했다.

먼저 가방의 경우 심하게 훼손되기는 했으나 같은 상표의 20ℓ짜리 등산용 배낭으로 확인됐다. 배터리 역시 같은 크기의 12V 국내 A사 제품으로 밝혀졌다. 타이머의 상품명도 동일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도구를 구입한 사람을 찾아나서고 있다. 그리고 용의자가 버스로 이동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교통카드 이용자들을 확인하고 있다.

한편 탐문 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과는 별개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폭발물의 구조와 화약 성분 등을 정밀 분석 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나오는 증거물 등을 통해 동일범에 의해 계획된 테러와 공범여부를 밝혀낼 전망이다.

경찰은 증거물 분석과 탐문수사를 통해 폭발물 용의자를 조기 검거하기 위해 서울역 노숙자들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진전은 없었다.

시민들은 이번 연쇄 폭발 사건이 더 큰 테러를 위한 예행연습인지, 아니면 ‘묻지마 범죄’인지 궁금해 하고 있다.

한편 사이버 공간에서는 이번 사건이 있은 후 폭발물 제조방법 등을 설명하는 글들이 떠돌고 있어 충격을 더하고 있다. 검색 차단 때문에 예전처럼 쉽게 접근할 수는 없지만 네티즌들은 “개인 블로그 등에서 사제 폭탄을 만드는 법을 종종 발견 할 수 있다”면서 “해외 사이트를 통해 알아보면 흔한 재료를 이용한 폭탄 제조 방법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제 폭탄을 다룬 사이트를 개설했을 경우 형법상 폭발물 사용선동죄에 해당된다”며 “개인 블로그를 통한 기재 또한 정보통신망법상 불법 정보유통으로 처벌될 수 있다” 고 말했다.

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