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암면에 세워진 공포의 십자가

골고다 언덕으로 변한 둔덕산 폐채석장

2011-05-09     문경=이창환 기자

[문경=이창환 기자]= 경북 문경의 한 폐채석장에서 50대 남성이 예수를 연상시키는 모습으로 나무 십자가에 못 박혀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조차 그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워 전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돼 있다. 사건의 초점은 사망자의 사망 경위와 행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찰은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지만 타살이나 제3자 개입 여부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건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사건을 둘러싼 의문점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지난 1일 오후 6시께 경북 문경시 농암면 궁기리의 한 폐채석장에서 김모(58·택시기사)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김씨는 흰색 하의 속옷만 입은 상태였다. 김씨는 예수가 처형당할 때처럼 겹쳐진 다리와 목 부위는 십자가에 묶인 채 두 발에는 대못이 박힌 상태였고, 양손에도 못이 박혀 있었다.

더 엽기적인 점은 김씨의 머리에 예수가 십자가에서 처형당할 때 쓴 것으로 알려진 가시 면류관 형태의 관이 올려져 있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사건은 여전히 안개 속에 가려져 있다. 경찰은 일단 김씨가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까진 “제3자 개입의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자살 조력자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타살 가능성 마저 제기되고 있다.

김씨의 죽음은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릴 때와 여러 면에서 흡사하다. 심지어 오른쪽 옆구리에도 예수 처형 때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것과 비슷한 형태의 상처가 있었다.

시신 검안결과 김씨의 양손은 전기드릴 등의 공구로 구멍이 뚫린 뒤 십자가에 미리 박혀 있던 못에 끼워진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시신이 발견된 현장과 가까운 곳에서 김씨가 생활했던 천막에서는 십자가 제작과 관련한 도면, 끌과 망치 같은 공구가 발견됐다. 또 몸을 때리는 데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채찍과 십자가에 매달린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울, 십자가에 매다는 방법을 적은 종이도 발견됐다.

김씨는 숨지기 전 자신의 거주지 주변에 사는 전직 목사 주모(58)씨를 찾아가 종교와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다.

주모씨는 “숨진 김씨가 광(狂)적인 종교관을 갖고 있어 기독교와 관련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일상적인 생활 이야기만 나누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김씨의 시신을 부검했으며, “김씨가 평소 종교에 심취했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술과 시신 발견 시기를 전후해 기독교 기념일인 부활절이 있었던 점을 토대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미스터리 1
자살 또는 타살

경찰은 일단 종교에 심취한 김씨가 스스로 또는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부활절을 전후해 십자가에 매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건의 장애물은 타살과 자살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씨의 사망경위를 두고 자살과 타살, 자살 방조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 중이다. 사건 초기 경찰은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었다. 그러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전문가 감식 결과, 다른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사망경위를 규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안 결과 김씨의 두 손은 현장에서 발견된 전기드릴 등의 공구로 구멍을 뚫은 뒤 십자가에 미리 박혀 있던 못에 끼워진 것으로 추정됐다. 사망자의 손에 난 상처는 둥근 형태이고 발에 생긴 상처는 망치 등으로 못을 박을 때 일반적으로 나는 찢어진 형태로 조사됐다.

또 경찰은 김씨가 숨지기 전 종교에 관한 대화를 나눈 전직 목사와 한 달 전쯤 구입한 차량을 출고할 때 동행했던 동생 등을 상대로 사망 전후 행적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주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사망자가 접속해 남긴 글 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시신의 팔과 목, 허리는 십자가에 달린 붕대에 걸쳐졌고 발 밑에는 작은 나무발판이 부착된 상태였다.


미스터리 2
엽기적 사건 도우미 있었나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신약성서에 기록된 예수의 처형 당시와 유사하다. 이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들만큼 엽기적인 사건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사이비 종교 광신도들의 어긋난 종교관이 사건의 발단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여러 명이 모의해 십자가를 세우고 김씨가 대표로 예수 역할을 자처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러 석연치 않은 정황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타살이나 제3자 개입 증거가 없다며 자살 쪽에 무게를 두고 김씨의 행적 조사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자살로 보기엔 수법이 엽기적이고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구석이 많다.

경찰은 숨진 김씨가 지난달 중순께 경남 김해의 한 제재소에서 목재를 구입한 사실을 확인했다. 또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십자가 제작법이나 규격, 실행계획 등을 적어 놓은 A4용지 3장에 나타난 글씨의 경우 김씨의 딸로부터 김씨 필체가 맞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정확한 필적 감정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한 상태다.

또 경찰은 김씨의 행적을 조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 통화내역이나 금융거래내역, 도구 구입처 등을 조사하고 있고 도구 등에 남은 지문이나 DNA 분석을 의뢰했다. 경찰이 발견한 김씨의 실행계획서에 따르면 김씨는 스스로 양 발에 못을 박고 손에 구멍을 냈으며, 흉기로 배를 찌르고 목을 맸다. 하지만 어떻게 혼자서 고통을 참고 실행에 옮겼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뿐만 아니라 한쪽 손에 구멍을 내고 그 손으로 나머지 손에 구멍을 내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