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전된 한화 뒤집기 노리지만…야신의 파격 행보 엇갈린 평가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지난 24일 기준 8경기만 남겨놓은 한화 이글스가 가을야구 진출을 위해 실날같은 희망을 이어가고 있지만 최근 홈 4연전을 1승 3패로 무너지면서 5위 자리에 오르기 힘들다는 것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김성근 감독의 파격 운영은 시즌 후반기로 넘어오면서 논란까지 빚고 있어 시즌 종료 후 후폭풍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5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구단들 모두 동반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할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한화, 종반 접어들며 5위 자력 진출 어려워…체력방전에 순위도 방전
시즌 초반 총력전 후폭풍 믿었던 필승조 붕괴…버티기 한계점 다달아
지난 시즌까지 최악의 결과로 우울했던 한화가 김성근 감독을 영입하며 줄곧 5위 자리를 지켜내 팬들로부터 큰 기대와 환영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8월 이후 체력전과 선수자원 싸움에 밀리면서 흔들리더니 급기야 8위까지 추락해 버렸다.
한화는 지난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2015 KBO리그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4-16으로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무엇보다 상위권 팀들과의 맞대결로 이뤄진 이번 홈 4연전은 5위 자리에 다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으나 힘없이 무너져 시즌 초반의 필살기로 뭉쳤던 한화의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더욱이 이미 가을 야구를 확정지은 NC는 선두 삼성을 추격하게 위해 고삐를 늦출 수 없었고 두산 역시 침체기에 빠져 있던 터라 총력전이 불가피했다. 결국 시즌 내내 특훈과 필승전으로 지쳐있는 한화 선수들은 체력적 한계를 실감하며 숨통을 조이게 됐다.
실제 지난 17일 NC와의 첫 경기에서 김 감독은 배영수를 선발로 내세웠으나 7-11로 패했고 이튿날에도 에이스 로저스를 내세웠으나 이날 한화는 무려 15점을 실점하고 말았다.
다행히도 19일에는 선발 탈보트의 호투로 3연패의 사슬을 끊었지만 홈 4연전의 끝에서 다시 16점을 내주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남은 경기 역시 호락호락 하지 않다. 한화는 5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롯데, SK, KIA에 비해 강팀과의 경기를 많이 치러야 한다는 점에서 불리한 입장에 놓였다. 이 때문에 5위와 벌어져 있는 1.5경기차를 극복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무리한 총력전
추락 부채질
물론 이 같은 전략에는 지난해까지 이어져온 최악의 구단 내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재도약하기 위한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한화는 시즌 중반까지 그럭저럭 버텨오며 5위 자리를 굳건히 했다. 하지만 불펜진들이 너무 많은 이닝을 소화해내면서 점점 과부하가 걸렸다. 또 시즌 중에도 연일 계속된 특타와 펑고 훈련 등으로 선수들의 체력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화가 자랑하던 막강 필승조는 후반기들어 붕괴됐고 윤규진은 부상으로 이탈했다. 권혁과 박정진이 버티고 있지만 전반기와 같은 구위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화는 후반기 들어 역전패와 1점차 승부에서 패배가 급격히 늘었다.
여기에 시즌 초반부터 마땅한 선발진이 없다는 사실이 한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화의 최대 약점으로 믿을 만한 젊은 투수가 없다는 점을 꼽았다.
전반기는 약한 선발을 불펜이 지탱해왔지만 후반기 들어 선발도 약하고 뒤도 약한 상황이 되면서 좀처럼 승리를 노릴 수 없다는 것. 현재 8월에 합류한 외국인 투수 로저스를 제외하고 뚜렷하게 던지는 선발을 찾아보기 힘들다. 또 선발 대부분이 5~6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쳐 불펜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 관계자는 “감독입장에서 젊은 투수가 있다면 안 쓰고 싶겠냐”면서 “믿을 만한 투수가 젊은 층에서 안 나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화가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선수자원이 부족하다고도 볼 수 없어 무리한 총력전이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다는 데에 화살이 쏠리고 있다.
김 감독은 올 시즌을 시작하면서 메이저리그나 일본에서도 전례가 없는 무리한 투수 기용을 시도했다. 이는 모든 걸 걸어야 하는 경기와 포기해야 할 경기 사이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며 선수들의 체력이 빨리 고갈된 것에 일조했다.
또 과도한 스몰볼도 추락을 부채질 했다. 한화는 올 시즌 타격이 부족한 팀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 17일 NC전에서 2회 무사 1·2루에서 중심타자인 폭스에게 희생번트를 주문하는 어이없는 상황을 연출했다. 당시 상대 투수인 손민한은 번트 수비에 능한 선수다. 여기에 대량득점을 내야할 외국인 타자에게 번트를 대는 것은 작전 남발이라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동반하락 5위 진출
동아줄
SK는 지난 23일 넥센과의 경기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0-10 영봉패를 당해 6위로 내려앉았다. 반대로 롯데는 이날 열릴 예정이던 두산과의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5위 자리를 되찾았고 KIA는 1승 1패를 기록하며 제자리를 지켰을 뿐이다.
대신 21일, 22일 경기가 없었고 23일 우천으로 경기를 쉰 한화는 앉은 자리에서 5위 롯데와의 승차를 1.5경기차로 좁히며 다시 5위 레이스에 뛰어 들었다.
경기차가 줄었다고 해서 마냥 유리한 입장은 아니지만 경쟁팀들이 도와준다면 한화로서는 막판 뒤집기를 시도해 볼 만한 여지를 남기고 있다.
또 3일간의 휴식은 방전된 체력으로 고생하고 있는 한화에게 꿀맛같은 휴식이 됐다. 다만 이후 일정이 더욱 빡빡해졌고 남은 8경기 중 무려 6경기가 상위 1~3위 팀과의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다소 부담스럽다.
한화는 3경기를 남겨둔 넥센을 상대로 4승 9패를 기록하고 있고 1경기를 남겨둔 NC에 대해서는 5승 10패로 열세를 보였다. 2경기를 남겨둔 삼성에 대해서는 그나마 8승 6패로 강했지만 최근 상성이 시즌 1위를 유지하기 위해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승리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남은 경기 역시 악조건의 연속이지만 한화가 마지막 힘을 내 상위팀을 상대로 선전을 펼친다면 5위 싸움에서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올 시즌뿐만 아니라 2016년 진정한 전국구팀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남은 8경기가 더욱 중요해지는 까닭이다. 이에 한화가 어떤 마운드 운용을 선보일지에 따라 올 시즌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화는 믿을 만한 선발투수 자원으로는 로저스 한 명뿐이다.
당초 로저스는 지난 23일 NC전에 등판한 예정이었고 4일 휴식을 기준으로 최대 3경기까지 선발로 나설 수 있었다. 하지만 NC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로테이션 역시 꼬였다.
9일 동안 8경기를 치르는 잔여일정에서 로저스를 선발로 활용할 수 있는 건 최대 2경기에 불과하다.
이에 김 감독의 투수운영 방식을 참작할 때 로저스를 25일 넥센전, 30일 삼성전에 선발 기용하고 남은 경기에서는 상황에 따라 불펜에 대기시키는 방법이 유력하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로저스를 중심으로 주축 선수들이 얼마나 힘을 내주냐에 따라 팀의 운명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권혁, 박정진, 김태균, 탈보트 등 그동한 지탱해왔던 주전 선수들의 분발이 더욱 중요해졌다.
파격 기용,
신의 악수되나
한편 한화의 후반기 추락의 충격이 컸던지 김 감독에 대한 여론의 반응도 날로 차가워지고 있다. 김 감독은 지난해 말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강도 높은 지옥 훈련과 벌떼야구로 만년 꼴찌 한화를 중위권으로 올려놓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시즌 후반으로 가면서 무리한 팀 운영과 선수 혹사 논란이 연달아 구설수에 올랐고 팀 성적마저 주저앉으며 팬들도 서서히 한숨을 내쉬고 있다.
특히 김 감독이 그동안 맡았던 팀에서 상식을 뛰어넘는 선수기용으로 논란을 일으켰지만 그때마다 팀에 승리를 안겨주며 ‘신의 한 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여전히 혹사 논란에 대해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말로 대신하고 있어 김 감독 취임이 한화에게 신의 한 수가 됐을 지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그의 벌떼야구가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는 데 반해 선두자리를 다투고 있는 삼성의 류중일 감독과 넥센의 염경엽 감독의 관리 야구가 성적으로 연결되고 있어 더욱 씁쓸함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