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학위장사 사실이면 단일 사건 최대 규모”
대구경북지역 ○○대학교, 정치인 상대 무더기 학위장사 의혹
2011-05-03 윤지환 기자
대구지방경찰청은 이 학교의 교수 선발 과정에서 부정이 개입된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19일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약 5시간에 걸쳐 이 학교 본관 내 인재개발팀 등 사무실 2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해 컴퓨터 등 인사 관련 자료 일체를 압수했다. 경찰은 압수한 자료를 분석한 뒤 조만간 학교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이 학교의 남성희 총장은 지난 3월 21일 정부중앙청사 지방분권촉진위원장실에서 지방자치역량 강화에 기여한 공로로 근정포장을 받았다. 이 학교에 대해 강도 높은 경찰조사가 예고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 학교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대구경북지역의 ○○대학교에 대해서도 학위장사 의혹이 제기됐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이 대학교는 다수의 군의원 시의원 도의원 졸업생을 배출했다. 의원 졸업생 수는 24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대부분이 특정 학과에서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장을 땄다는 점이다. 더욱이 의원 졸업생들은 모두 5대 6대 의원들이어서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만약 의원 졸업생들이 제대로 학점을 따지 않고 졸업을 했다면 이 대학교는 단일 사건으로 최대 규모의 학위장사를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의원 졸업생들이 돈으로 졸업장을 산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말하자면 모두 허위학력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대학교 측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고 있어 의혹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일요서울]은 사무처, 교무처, 기획실 등에 문의했으나 의원 졸업생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학교 관계자들은 의원 졸업생의 수업 참여여부와 입학 졸업 과정 등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말로 일관했다.
이 대학교의 한 관계자는 “졸업생들 중에 의원님들이 많다는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 외에는 잘 모르겠다”며 “어떻게 우리 학교에 입학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 졸업자 모른다?
또 의원 졸업생들의 수업 참여가 거의 없었다는 소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그런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면서도 “내가 알기로 수업 참여가 쉽지 않은 의원님들에 대해서는 리포트로 수업을 대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학점을 위한 시험에 대해서는 “시험은 교수의 재량에 따라 개별적으로 따로 치르거나 논문 등으로 대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학생에 대한 관리 부분은 해당 교수들이 처리하는 문제라서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수의 이 학교 졸업자들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의원들이 수업에 참여하는 일은 매우 드물었다. 논문을 실제로 제출했는지 여부도 확실치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토록 많은 의원들이 이 대학교 졸업생이 된 것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이 대학교 재단 이사장과 수 차례 접촉을 시도했다.
하지만 대학교 측은 “이 사장님은 해외 출장 중”이라거나 “중요 모임에 참석 중”이라고 했다. 심지어 아침에는 “해외 출장 중”이라고 말해놓고 저녁에 다시 전화하면 “퇴근하셔서 연락이 안된다”며 말을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또 이 대학교는 최근 교수직 장사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대구보건대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 학교는 핵심인사들이 매우 가까운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인지 학교 설립 과정 뿐 아니라 학교를 운영하는 방식도 매우 유사하다. 심지어 이 두 학교는 총장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도 닮았다.
○○대학교의 A이사장은 정치권과 매우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 지역에서는 A이사장이 학교재단을 키우기 위해 정치권에 로비를 벌였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A이사장은 학교를 세우기 전에 사업체를 운영하며 전 대통령의 집안사람과 함께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같은 그의 이력은 정치권 로비 소문에 무게를 싣게 한다.
의원 졸업생 리스트를 살펴보면 의료경영학부를 졸업한 의원은 김모, 이모 의원 등 7명이다. 아동사회학부를 졸업한 의원은 최모, 김모 의원 등 6명이다. 이외에 신문방송광고학부와 한방자원학부 졸업생 등도 있다. 현재 이 학교에 재학 중인 의원도 있다. 이들 의원은 모두 대구경북지역 시의원 군의원 도의원이다.
사정기관 학위장사 내사 중
의원들은 하나같이 학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야간 학부를 다녔기 때문에 수업에 참여하는데 지장이 없었다”며 “부득이하게 수업에 참여하지 못할 경우 과제물을 통해 수업을 대신했다”고 말했다.
리포트로 수업을 대신 했다는 대학교 측의 설명과 다소 차이가 있는 설명이다. 이에 [일요서울]은 야간이라고 해도 수업은 오후에 시작하는 경우가 많고 더구나 회기 중에는 의정활동으로 수업참여가 쉽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지적하자 “그럴 땐 논문으로 대신했다”며 앞서 “야간이라 별 지장 없이 수업에 참여했다”고 한 말을 바꿨다.
현재 이 대학교의 학위 장사 의혹에 대해 사정기관에서 내사 중이다.
수사 관계자는 “내사를 통해 구체적인 위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졸업자, 학교임직원, 교수 등을 소환해 본격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보건대에서 ‘부정채용 의심’ 교수가 10여명에 달했다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경찰은 이 대학에서 압수한 인사 서류와 디지털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2년간 전임강사 이상의 교수 10여명이 교원채용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들 부정채용 의심 교수들이 사립학교법이나 고등교육법, 학교법인 정관의 임용 절차와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규모는 이 대학이 최근 2년간 56명의 교원을 채용했던 점을 감안할 때 약 20%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은 또 이 대학에서 일부 인사 관련 증거자료가 조작되거나 인멸된 흔적을 포착, 대학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이번 사건을 ‘토착비리 척결’ 차원에서 수사, 교수 부정채용 과정에 금품이 오간 것으로 확인되면 배임수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엄중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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