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대통령 TK 전격 대수술
대구 총선 공천지도 12개 전 선거구 교체說
청와대 전·현직 참모 대거 총선 차출설
윤두현·곽상도 등 거론…유승민계 와해 작전?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일요서울’은 9월 7일 발행된 1114호에서 ‘추적 TK 의원들 대대적 물갈이설’ 기사를 게재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파동’을 겪으면서 대구 국회의원들에게 큰 실망감을 느꼈고, 그 여파로 대구는 물론, 경북의 현역 의원들이 재공천을 받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었다.
이후 ‘TK 의원 대거 물갈이론’은 현실이 되고 있다. 박 대통령의 8일 대구 방문 때 지역 현역 의원 12명은 모두 초청조차 받지 못했다. 심지어 권영진 대구시장이 시정 업무보고 전날 국회의원 전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참석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까지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업무보고의 형태와 참석범위는 행사를 주최하는 시와 긴밀한 협조 속에서 결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심기를 헤아린 청와대가 권 시장에게 대구 의원 불참을 요청했다는 해석이 더 힘을 얻는다. 권 시장과 청와대 현기환 정무수석은 18대 국회 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장개혁파 모임인 ‘민본 21’에서 함께 활동한 사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다음날 인천을 찾았을 때는 지역의 현역 여야 국회의원 12명이 모두 초청을 받았다. 유독 대구 국회의원들만 따돌림을 받은 셈이다.
이 때문에 청와대 발(發) ‘유승민 계’ 와해 작업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구의 초선 의원 7명 가운데 대다수는 원내대표 퇴진 파동 때 유 의원 입장에 섰다. 박 대통령은 대구 방문 당시 중구에 있는 서문시장을 찾았지만 중-남구가 지역구인 김희국 의원은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김 의원은 유 의원의 핵심 측근으
로, 원내대표 사퇴를 결정하는 날 김무성 대표와 담판을 지을 때 배석하기도 했다.
‘박근혜 키즈’나 다름없는 이들 초선 외에도 나머지 재선급 이상 대구 국회의원들에 대한 박 대통령의 반감이 깊은 것으로 알려진다. 대부분 ‘박근혜 효과’로 금배지를 단 뒤 승승장구했지만 막상 박 대통령이 어려울 때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유승민 파동 당시 이들은 청와대 입장을 적극 관철시키려 하지 않고 뒷짐을 지고 있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초선 7명 유승민지지
경북 국회의원들도 눈 밖에 나기는 마찬가지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대구 방문 이후 경주도 찾았지만 이곳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정수성 의원은 수행하지 못했다. 정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돼왔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친박, 비박을 가리지 않고 대구와 경북 전체를 물갈이하려는 구상을 가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경북의 이병석 전 국회부의장(포항북), 강석호 의원(영양-영덕-봉화-울진) 등은 친이계다. 특히 강 의원은 김무성 대표의 중동고 후배로 가까운 사이다. 이 때문에 대구와 경북 국회의원 거의 모두가 ‘공천 학살’ 공포를 느끼고 있다.
그렇다면 물갈이를 하는 과정에서 새로 투입되는 인물은 어떤 사람들일까.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박 대통령은 내년 총선 이후 나머지 임기 동안의 국정운영, 나아가 퇴임 후의 정국상황까지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경우 끝까지 주변 환경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지켜줄 ‘순장조’를 필요로 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와 행정부에서 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춘 경력이 있는 참모 출신들이 대거 차출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대구의 경우 그동안 형성됐던 판세는 모두 무효로 되고 공천지도가 백지상태에서 다시 그려질 가능성이 높다. 또 대구의 공천 지각변동이 경북, 나아가 부산·울산·경남을 포함한 영남권 전체로 번질 수도 있다.
그런 조짐은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 때 감지됐다. 이 지역에 연고가 있는 몇몇 청와대 참모들이 박 대통령을 수행했고, 공교롭게도 그들은 내년 총선 대구 출마설이 나도는 인물이었다. 안종범 경제수석, 신동철 정무비서관, 천영식 홍보기획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이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내다 청와대로 입성하면서 금배지를 뗀 안 수석은 대구 계성고를 나왔고, 현 정부 들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성균관대(경제학과) 출신이다. 지난 2007년 대선 후보경선 당시부터 박 대통령의 경제과외 교사였다. 청와대 참모로 들어가면서 국회의원직을 내놓은 그에 대해 박 대통령은 마음의 빚을 갖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안 수석은 내년 총선에서 대구의 한 지역구를 맡아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신동철 비서관은 경북 성주가 고향이지만 대구 청구고와 경북대를 나왔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여론조사 단장을 맡아 판세 분석에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다. 당료 생활을 오래 한 그는 지난 17대 총선 때 대구 중-남구에 공천 신청을 했다가 탈락한 바 있다. 현재 이 곳의 지역구 의원이 유승민 의원 세력의 돌격대장 격인 김희국 의원인 점을 감안하면 신 비서관의 재도전은 거의 확실하다고 봐야 한다.
천영식 비서관과 안봉근 비서관의 출마 가능성은 현시점에서 점치기 어렵다. 하지만 청와대 전현직 참모들의 총동원령이 내려질 경우 이들도 차출 대상의 우선순위에 들어갈 수 있다. 천 비서관은 대구 동구나 달서구 출마설이 나돈다.
안 비서관의 경우 고향인 경산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라는 친박계 거목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생활해온 대구 달성군 출마가 거론된다. 박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달성군에는 현재 초선인 이종진 의원이 있지만 그도 눈 밖에 난 것으로 알려진다. ‘유승민 파동’ 때 다소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 까닭이다.
대구 정치권의 한 인사는 “지역 정가에서 달성군은 마치 ‘성지(聖地)’처럼 인식되는 곳이다. 공천 룰이 어떻게 정해지든 이곳은 박 대통령이 후보를 낙점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가장 믿음이 가는 참모에게 맡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 비서관은 달성군 지역구를 박 대통령에게 넘겨줬던 김석원 전 의원 시절부터 비서를 지냈기 때문에 달성군 사정에 밝다.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에 수행하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출마설이 나도는 현직 참모들도 몇 있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대표적이다. 우 수석은 경북 영주에 출마할 것이란 소문이 지역정가에 파다하다. 이곳 현역은 우 수석의 검찰 선배인 장윤석 의원이다. 장 의원은 계파 색체가 엷기 때문에 친박계 핵심의 믿음이 약하다.
춘추관장도 출마 저울질
전광삼 춘추관장은 출마 예정자로 꼽힌다. 서울신문 기자 출신인 그는 19대 총선 때 고향인 울진 출마를 시도했으나 친이계 강석호 의원의 벽에 막혀 좌절됐다. 차기 총선에선 강 의원을 피해 대구 북갑 출마를 노리는 것으로 알려진다. 북갑에는 그가 졸업한 성광고가 있다. 이곳의 현역은 권은희 의원이다. 권 의원 역시 박 대통령에게 미운 털이 박힌 대구 초선 의원 그룹이다.
대구·경북 출신 전직 청와대 참모들도 총동원령에 동참할 가능성이 놓다. 가장 유력한 인물은 곽상도 전 민정수석과 윤두현 전 홍보수석이다. 현재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인 곽 전 수석은 대구의 ‘성지’인 달성군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으로 있는 윤 전 수석은 출마를 결심할 경우 여권 핵심부의 교통정리에 따라 대구의 한 지역구를 맡게 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유승민 사태’를 유발한 6월 25일 국무회의 발언에서 “당선된 후에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이 갖는 함의는 깊다.
사실 현재 김무성 대표가 추진하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가 현실화 되면 청와대가 공천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 오픈프라이머리가 도입되지 않는 대신 공천경쟁에서 국민참여 비율을 높일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꾸준히 TK 의원들에게 반감을 표시하는 메시지를 보낼 때는 문제가 달라진다. ‘박근혜 마니아’가 많은 TK에서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것으로 비춰지는 현역 의원들은 여론조사를 하더라도 높은 지지를 받기 어렵게 된다. 공천 룰이 어떤 식으로 정해지든 청와대가 간접적으로 개입할 여지가 생기는 셈이다.
대구의 경우 원내대표 사퇴 파동 직전까지는 유승민 의원을 지역의 차세대 정치 지도자로 꼽는 여론이 높았지만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자마자 지지율이 급락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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