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지/금 금융권 수장 연봉 삭감 릴레이

한동우·윤종규·김정태 통 큰 결단..고용 난제 풀기 물꼬 틀까

2015-09-14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은행권 수장들이 연봉삭감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3일, 3대 금융그룹(신한·하나·KB국민) 회장이 연봉 30%를 삭감키로 한 데 이어 4일 3개 지방은행 회장이 연봉 20%를 줄이기로 했다. 여기에 나머지 시중은행장과 금융계열사 임원도 동참을 선언하고 나서 금융권에는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삭감된 연봉은 신규채용을 통한 후배 양성에 쓰일 계획이다.


연봉 30% 자진 반납…보험·카드 까지 확산
정부 눈치보기용?…근본적 대책 필요 절실


임금삭감 바람은 2일 금융 3사 회장단의 조찬 모임에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청년층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해법을 모색하다가 의견을 모았다.

3대 금융그룹 측은 “청년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동참하고, 저금리, 저성장 기조 지속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금융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금융그룹 회장 연봉 반납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이번 임금 삭감 등을 계기로 은행권의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피라미드형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7일 금융위원회 간부회의에서 “금융지주 회장들이 자율적으로 연봉을 반납해 청년 일자리 마련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국가 경제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인 청년 일자리 창출을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한 것은 사회적으로도 평가받아야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금융권은 생명·손해보험과 증권업계에서도 이같은 움직임이 있을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高임금구조 대수술 신호탄

전에 없던 경영진의 연봉 삭감 발표 직후 '저의'를 궁금해하는 질문들이 해당 기업 홍보실로 빛발쳤다는 후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진짜 의도가 무엇이든 그룹의 최고경영자들이 책임을 다해 솔선수범을 보이는 것은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라며 “책임은 임원들에 떠넘기면서 쥐꼬리 지분에 황제노릇만 하려는 일부 재벌 총수들과는 아주 대조적인 모습이다”고 반겼다.

금융권 수장들의 연봉 반납에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칭찬일색이지만 금융권에선 뒷말이 무성하다.
이번 연봉 자진반납 이면엔 금융당국이나 정부의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은행을 계열사로 둔 국내 금융회사들은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형편이기 때문이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지만 지속적인 명예퇴직으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데다 재정건전성도 2009년보다는 안정됐다”고 분석했다.

그는 “회장의 연봉 삭감은 정부의 정책 방향에 대한 선제 대응이자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는 행보”라고 말했다. ‘회장님 연봉 삭감’이 직원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설명이다.
회장들의 연봉반납이 호봉제 중심인 은행권 임금체계 개편과 맞물려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고용을 늘리기 위해 고임금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 노동계를 압박할 수단이 될 수 있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오는 11일 임금협상을 앞두고 있다. 사용자협의회는 호봉제를 연봉제로 바꾸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노조에 제시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도 “저금리 기조의 장기화를 감안하면 인력 감축만으로는 수익성을 높일 수 없다”며 “임금체계 개편과 함께 은행 스스로 수익성 강화를 위한 특화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청년일자리 늘어날까

정부가 이런 판단을 한 건 그동안의 단순 인력 구조조정이 한계에 부딪혔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 인력은 현재 11만8000명으로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15만 명)보다 3만 명 이상 적다. 은행이 인력 감축으로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3대 금융그룹의 연봉 자진반납 발표와 관련해 해당 금융그룹에 청년고용 확대에 적극 나서달라고 압박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