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인터뷰] 영화 ‘돼지 같은 여자’ 장문일 감독, 탈장르로 문화 다양성을 꿈꾸다

2015-09-11     김종현 기자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올 추석을 앞두고 대작들이 개봉을 서두르는 가운데 색다른 영화 한편이 관객들을 찾아왔다. 전작인 영화 ‘바람 피기 좋은 날’(2007)로 현대인의 일상을 재미와 해학으로 표현해내며 공감을 이끌어낸 장문일 감독이 어촌이라는 평범한 공간을 통해 오늘날의 일상을 재해석한 영화 ‘돼지 같은 여자’를 선보였다. 특히 어려운 여건에서도 대중이 즐길 수 있는 또 다른 다양성을 만들어 내고 있는 장 감독의 도전기를 만나봤다.

장문일 감독은 지난 7일 서울 중구 약수동 한 카페에서 [일요서울]을 만나 개봉을 앞두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여러 가지로 힘들었지만 고생한 스텝들에게 영화를 보여줄 수 있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볼지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영화”라고 소감을 전했다.

영화 ‘돼지 같은 여자’는 한때 풍요로웠지만 몰락한 어촌 마을을 배경으로 꿋꿋이 마을을 지키며 살아가는 세 여자와 한 남자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엮은 로맨스 멜로 영화다.

특히 저예산 영화에도 불구하고 이종혁, 황정음, 최여진, 박진주, 안소영, 정은표, 김기천, 오광록, 이봉원 등 쟁쟁한 배우들이 가세해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한다. 여기에 충무로에서 내로라하는 스텝들까지 합류해 어려운 제작 환경에서 비롯된 아쉬움에도 불구하며 세련된 영상미와 배우들의 명연기를 만날 수 있다.
 
장 감독은 “다들 짧은 촬영 기간 동안 충분히 여유 있게 준비할 수 없었지만 다들 열심히 하고 다들 잘했다고 생각한다. 각기 캐릭터가 다 다르다. 쎄고 독특하다. 그것에 맞는 역할들을 다들 해냈기 때문에 굉장히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특히 이번 작품을 위해 출연한 배우들과 스텝들 모두 개인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달려온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힘든 상황에서도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을 다뤄보고 싶었다”면서 “제목을 놓고 논란이 많았지만 돼지가 가지고 있는 억척스런 생명력은 이 영화의 내용을 상징하거나 은유하기에 적절했다”며 특별함을 강조했다. 더욱이 등장인물들에게 자신이 자랐던 고향 마을의 주변 이웃들과 친척들의 모습이 녹아있다고 회상했다.
 
감독으로서의 삶에 대해 장 감독은 “영화 한편 만들기 까지 모두 힘들다. 시나리오 쓰는 단계부터 캐스팅, 투자도 마찬가지다. 또 촬영현장은 전쟁터고 편집하고 후반작업을 하면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모든 부분이 어렵다”면서도 “이런 악조건에도 영화는 여전히 많이 만들어 지고 있고 영화 만드는 과정을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서로 의지하면서 스텝들이던 배우들이던 계속 도전하는 것 같다”며 고충과 애환을 드러냈다.
 
다만 장 감독은 “최근 들어 큰 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고 규모 있는 영화들을 해야지만 가능하다는 판단이 팽배해지면서 작은 영화들이 많이 힘들어지는 것 같다. 같이 갈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한국영화가 발전하면서 장르화됐고 그것의 완성도를 유지하기 위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어 몇 개 영화들에만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그 외의 다른 영화들은 극단적으로 더 작아지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더욱이 직접적으로 평균 35억 원, 마케팅까지 50억 원 규모의 영화들이 흥행하기 힘들어 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앞으로의 작품 활동에 대해 그는 “당분간은 돈이 되는 영화를 하기 위해 장르영화에 도전해보고 싶다”며 “장르에 충실한 영화를 해보고 싶다. 제 스타일과 조금 새로운 장르를 시도해보고 싶다. 하지만 아직 장르를 정한 것은 없고 빠른 시일 내에 영화를 시작하는 게 목표”라고 말해 작품 활동의 방향성에 대해 심사숙고 중임을 전했다. 
이처럼 과거보다 힘들어진 제작 환경 때문인지 장 감독은 이번 작품에 간절함을 담았다. 그는 “영화가 작게 출발했기 때문에 작게 만들어지고 배급도 크지 않아 흥행을 기대하는 것보다 영화를 보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며 “개봉에 부담을 안 느끼는 건 아니지만 사람이 뜻대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를 기반으로 해서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영화들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꿈을 전했다.

todida@ilyoseoul.co.kr

<사진촬영=송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