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친에게 차이지 않기 위해 성관계 승낙?
성문화 개방으로 청소년 첫경험 시기 빨라져
2015-09-07 장휘경 기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요즘 청소년들 대다수가 이성친구를 사귀고 있다. 특히 과거처럼 성문화가 폐쇄적이지 않아 성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왕성한 나이인 청소년들은 첫경험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짚어봤다.
얼마 전 미국의 명문 고등학교에서 졸업 전 여자후배와 성관계를 맺는다는 전통을 따랐다가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남자 졸업생 오언 라브리에(19)가 논란 선상에 올랐던 사건이 있다.
같은 학교 여자 신입생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뉴햄프셔 주 콩코드의 세인트폴 기숙학교 졸업생인 그는 1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유죄 평결을 받았다.
이 사건은 159년 전통의 명문 고교에서 일부 선배 남학생들이 졸업 전 여자 후배와 성관계를 맺으려고 경쟁하는 ‘선배 의식'(Sewior Salute)이라는 전통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선배 의식'은 일종의 게임으로 이 학교 일부 남학생들 사이에서 졸업하기 전 여자 후배들의 순결을 뺏는 경쟁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5월 졸업을 이틀 앞둔 라브리에는 학교 내 건물 옥상의 기계실로 당시 15세의 여자 신입생을 데려가 ‘선배 의식'을 수행하면서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전교회장이었던 그는 이틀 후 열린 졸업식에서 ‘학교 활동에 헌신했다'는 명목으로 학교장상을 받았으며, 하버드대 신학대에 입학 허가를 받아 놓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성폭행 사건이 알려지면서 라브리에의 하버드대 입학 허가가 보류됐다.
그는 법정에서 “키스를 하고 몸을 만지기는 했지만 성관계는 하지 않았다"면서 “성관계를 하려던 순간 ‘신앙적 양심'에서 멈췄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그는 “친구들에게 여학생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자랑하기는 했지만, 이것은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생각에 한 거짓말이었다”면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피해 여학생은 법정에서 “‘선배 의식’이라는 전통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라브리에를 따라 건물 옥상까지 간 것은 자발적이었지만, 성관계를 갖기 위한 것은 결코 아니었다”며 “키스나 포옹은 생각했지만 라브리에가 갑자기 공격적으로 나와 ‘안돼’라고 말했다”면서 “나는 당시 얼어붙은 상황이었다. 그를 과감하게 밀쳐내지 못한 게 아쉽다”고 진술했다.
라브리에의 변호인 J.J 카니는 “‘선배 의식’ 전통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1971년 여학생 입학이 허용됐을 때부터 내려온 전통이며, 이 전통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여학생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학교 남학생들은 성관계 횟수를 놓고 경쟁하면서 세탁기 뒤편의 벽에 점수판을 만들어놓고 유성 매직으로 횟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잘못된 의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였다.
세종중학교 3학년 이모군은 “여친(여자친구)의 첫경험 상대가 내가 아닌 과거 다른 남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왠지 허탈했다”며 “재빨리 여친을 먼저 차지해서 첫경험의 상대가 되지 못한 게 너무 아쉽다”고 고백했다.
같은 학교 3학년 윤모군은 “우리 동네에 나보다 2살 많은 누나가 있는데 짝사랑하고 있다”며 “누가 먼저 그 누나를 건드리기 전에 내가 중요한 첫경험의 기억에 남아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청소년들의 이성교제에 대한 의식을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요즘 청소년들은 이성교제를 하면 곧 성관계를 한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다.
현대청소년성상담실 김은영 실장은 “이성교제를 하는 청소년들 중 성관계를 맺고 있는 커플이 상당히 많다”며 “1~2달 사귀다가 여친 쪽에서 성관계를 거부하면 흔히 말해서 차버리는 남친이 대다수다”고 말했다.
이어 “100%는 아니더라도 약 85%의 여자가 사랑 때문에 성관계를 한다면, 남자는 성관계를 위해서 사랑을 한다”면서 “이 두 가지가 상충되다보니, 남자들은 성관계를 위해서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여자는 그 남자의 요구를 거절하면 차일까봐 성관계를 승낙하게 되는 예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지난해 말 첫경험 느낌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20%가 첫경험 느낌이 즐거웠다고 응답했다. 그 중 남자 응답자는 26%이고 여자 응답자는 9%였다.
여자들의 경우 첫경험 느낌이 설렘이고 즐거움이라기보다는 아픔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즐겁다는 응답이 적은 것으로 추정된다.
사춘기 성관계, 자궁경부암 걸릴 확률 높아
우리나라 중고교에 재학 중인 13~18세 재학생 7만8593명을 조사한 ‘한국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성행태 조사'를 살펴보면 성관계 경험률이 전체의 5.1%(남학생 6.7%, 여학생 3.4%)였고, 성관계 시작 연령은 14.2세(남학생 14.0세, 여학생 14.5세)로 나타났다.
또 성관계 시작 연령이 점차로 낮아지고 있으며, 성관계 경험이 있는 여학생 중 임신 경험률은 13.8%로 이중 85.4%는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은 사실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가족여성연구원은 청소년들의 성경험 연령이 낮아지는 원인은 신체 성장의 가속화로 초경과 몽정의 경험이 빨라지고 유해환경에 노출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문제점으로는 청소년기에 겪게 되는 이른 성경험은 정상적인 신체 성장을 방해하고, 호르몬 변화로 인한 체중증가뿐만 아니라 흡연, 음주, 가출, 자살 등의 여러 청소년기 문제 행동들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밝혔다.
특히 청소년의 생식기는 면역력이 약해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대항할 힘이 부족해 사춘기에 성관계를 시작하면 자궁경부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경고했다.
한편 성관계 시기가 빠른 청소년일수록 피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학생 성경험자 중 절반 이상이 첫경험 시기를 ‘중학교 입학 전'이라고 답해 조기 피임교육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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