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정정국] 검찰 특수부가 뜬다!
‘명품 칼잡이’ 첫 타깃은… 비리 의원 노리는 ‘사냥꾼들’
수사 무게중심 기업 비리에서 정치인, 고위 공직자로 옮겨져
특수부, 야당 A 의원 ‘뒷돈 의혹’ 첩보 입수, 일부 진술 확보
박연차 게이트, 성완종 사건 리스트 담당했던 검사 인재들 ‘집합’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박근혜 정부가 올 들어 두 번째 부정부패 척결을 선포, 사정정국을 예고했다. 그 어느 때보다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재계, 여의도 할 것 없이 사정망에 걸리면서 사정정국이 본 궤도에 진입하고 있는 기운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특수부 인력을 대폭 확대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 때문에 ‘검찰의 최정예 부대’로 불리는 특수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 3월 이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는 해외 자원 개발 비리, 방위산업 비리, 포스코 관련 비리, 박범훈 전 대통령수석비서관 비리, 박기춘 의원 사건 등 굵직한 수사가 동시다발로 진행됐다. 지난달에 검찰 정기인사와 여름 휴가철 등으로 잠시 주춤하기도 했다.
부정부패 척결
특수부 인력 강화
이런 가운데 김현웅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부정부패 척결을 강하게 주문했다. 이로써 대대적인 사정 바람이 불 것으로 예측된다. 부패 척결은 올 들어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왔던 것이지만 사실상 사정정국이 본 궤도 올랐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 건설 등 기업 비리에 집중됐던 검찰 수사의 무게중심이 정치인, 고위 공직자 비리 쪽으로 이동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은 지난 1일 “부패와 부조리의 악순환을 차단하지 않고서는 경제 재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은 요원하다”며 검찰에 강도 높은 부정부패 척결을 지시했다.
김 장관은 특히 검찰에 내린 ‘2015년 하반기 부정부패 사범 단속 강화 지시’를 통해 “사회 전반에 뿌리 내리고 있는 고질적 적폐와 부정부패가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법과 원칙에 따라 엄단해주길 바란다. 특히 유관기관과의 유기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 부정부패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 달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을 돌면서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데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김진태 검찰총장도 힘을 보탰다. 김 총장은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각종 수사를 빈틈없이 추진하라”며 대검 참모들에게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부정 척결 대상 1순위로 공직비리를 꼽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에서 내사 중인 입법 로비 의혹 등 정치인 관련 수사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검찰은 야당 중진 국회의원 입법 로비 연루 의혹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배종혁)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A 의원이 특정 이익단체의 이해를 대변하는 법안을 발의해 주고 뒷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으며, 일부 관련자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검찰은 우선 현행 도로교통법이 관련 단체에 유리하게 개정되도록 힘써 주는 대가로 A 의원이 금품이나 편의를 제공받았다는 의혹을 확인 중이다. A 의원이 대가성 있는 금품을 수수한 사실이 확인되면 뇌물수수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도 ‘부정부패 척결’을 위한 수사를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말 김진태 검찰총장의 임기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지휘부 교체가 예고돼 있을 뿐 아니라 내년 총선 대비 체제로 전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일까. 검찰은 반부패 수사를 주도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를 지난달 대폭 강화했다. 특수부 경험이 많은 검사 7명을 추가 파견해 검사 인력을 30명으로 늘린 상태다. 3개 특수부 체제로 1개 부에 검사 5, 6명이었던 점에 비춰봤을 때 검사를 10명 이상 늘린 것이다. 게다가 특수 1부와 2부에서는 부부장이 2명으로 편성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야당 중진 의원에 대한 입법 로비 의혹, 농협 수사, 체육계 비리 등에 대한 수사는 물론 정치권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 장관은 △공직 비리 △국가 재정 비리 등을 주요 수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 때문에 부정부패 척결을 수사하는 특수부에 모든 이목이 쏠리고 있다.
검찰의 꽃 특수부
핵심 인재 집합소
그렇다면 특수부는 어떤 조직일까. 언론에서 일반적으로 ‘특수부’라고 보도한다. 하지만 정식 명칭은 ‘특별수사부’다. 대부분 고위공직자는 물론 거물들이 연루된 사건을 다루는 곳이다. 과거 중앙지검 특수부장을 역임한 한 인사는 “거악이 발 뻗고 잘 수 없도록 하는 자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심지어 불법의 흔적을 남기지 않은 고위 인사들의 비리를 파헤치기 위해 고도의 수사 기법을 동원하기도 한다. 특히 특수부는 검찰총장의 뜻을 이행할 뿐 아니라 검찰의 꽃이라 불리는 곳이다. 법조계에선 이들 라인에서 근무한 사람들을 특수통이라고 부른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 중수부가 폐지돼 특수부가 갖는 무게감은 남다르다. 그래서 특수부는 막강한 힘을 가진 검찰 안에서도 정예들로 구성된 수사조직이다. 김성호 전 법무장관, 안대희 전 대법관 등 검찰의 핵심 인재들이 모이는 곳이다.
이번 인사발령에도 ‘검찰 인재’들이 모두 모였다는 평이다. 현장 검사의 최고참 격인 부부장급(사법연수원 30기), 수석급(31기) 검사가 5명이나 포함됐기 때문이다.
실제 특수1부에 배치된 이주형 검사는 삼성 특검뿐 아니라 2009년 박연차 게이트 수사 때 우병우(현 청와대 민정수석)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을 도와 노무현 전 대통령 신문 검사로 참여했다. 같은 부서에 배속된 고형곤 검사는 2006년 서울중앙, 창원, 서울북부지검 등 특수부에서만 활동했다.
특수2부에 발령된 김경수 검사는 올 초 성완종 리스트 의혹 특별수사팀으로 파견됐던 인물이다. 특수3부 박성훈 검사는 올해 광주지검 특수부에서 한국전력 전기공사 입찰비 비리 사건을 맡았다. 또 특수4분 손우창 검사는 예금보험공사 금융부실책임조사본부 파견 2년 6개월 만에 검찰에 복귀했다.
이들이 특수부로 복귀하면서 검찰 내에서는 “명품 칼잡이들이 다 모였다”, “대검 중수부가 부활했다”고 평한다. 그 동안 검찰은 중수부가 했던 역할을 각 지방검찰청의 특수부에서 대신하게 하고 신설한 대검 반부패부의 수사 지휘를 받도록 했기 때문이다. 즉, 대검 중수부가 수사했던 사안을 보면 특수부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대검 중수부가 다뤘던 주요 사건으로는 5공 비리사건, 율곡비리사건, 노태우 전 대통령 비자금사건, 한보사건, 대선 불법자금 사건, 외환은행 헐값매각 사건 등 대한민국 현대사의 한 획을 그은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이를 이어받은 것이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다. 특히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는 최근 박기춘 의원과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등에 대한 수사에 성과를 거두는 등 ‘저승사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체로 특수부 출신들은 승진이 기대되고 권력과 호흡을 맞춘다는 점에서 각광받는 곳이다. 벌써부터 여의도는 물론 재계에선 ‘부정부패 척결’을 위해 특수부가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 예의주시할 뿐 아니라 이들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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