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스트? 브로커?’ 일그러진 두 얼굴
건설·법조·무기·자원 브로커 ‘다양’
2015-08-31 홍준철 기자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대한민국에서 변호사를 제외한 불법적으로 활동하는 브로커는 다양하다.
일단 지난 8월 15일 광복절을 맞이해 특사가 있었는데 이를 해결해주고 금품을 요구하는 브로커를 ‘법조 브로커’라고 통칭한다. 주로 ‘대통령 친인척과 친하다’, ‘권력 핵심을 안다’는 등으로 접근해 금품을 요구한다. 권부 핵심 요인과 찍은 사진이나 앞에서 바로 통화를 하면서 신뢰감을 준 뒤 금품을 요구한다.
‘땅콩 회항’으로 유명세를 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구치소 편의 제공을 제안한 인사 역시 ‘법조 브로커’에 해당된다. 교도관 출신이나 퇴직한 교정청장 등이 나서서 거물급 인사들에게 편의를 제공해주고 ‘뒷돈’을 챙기는 형식이다.
또한 유명한 브로커로는 ‘무기 중계상’이 있다. 막대한 금액을 처리하고 만나는 인사들이 장차관급 인사들이 다수라는 점에서 본인들은 ‘로비스트’라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인사가 바로 김영삼 정부 시절 무기 로비스트로 활동하면서 각종 특혜 의혹과 스캔들의 중심에 섰던 린다 김(김귀옥·61)이 다.
현직 국방장관과 전직 국회의원으로부터 ‘뜨거운 러브레터’를 받았던 미모의 로비스트로 당시 대한민국 정관계는 들썩거렸다. 이로 인해 린다 김을 고용했던 E-시스템사는 응찰업체 중 가장 비싼 가격을 제시했지만 경쟁사를 물리치고 최종 사업자로 낙점됐다.
또한 린다김은 군사기밀을 빼내고 뇌물을 준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미국으로 출국했고 당시 이양호 전 국방장관은 직에서 물러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최근에는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이 구속됐는데 터키업체 하벨산사가 방위산업청에 장비를 납품할 때 중계하면서 460억원을 빼돌렸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활동했던 ‘자원외교 로비스트’ 최규선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대중 정부시절 3남 홍걸씨를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최규선 게이트’의 장본인이 되기도 했다.
최씨는 2006년 출소한 이후 해외에너지 개발사업에 뛰어들어 건설사 ‘유앤아이앤씨’를 설립하고 자원외교 선봉에 섰다. 특히 쿠르드 자치정부의 자원개발 사업으로 주가가 폭등해 한때 화제를 모았다가 허위사실 유포, 법인통장 위조, 정관계 로비 등의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았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로비스트=브로커, 로비’라는 인식이 깊어 15대 국회부터 로비 활동을 합법화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히 무산됐다. 1993년에는 국회제도개선위원회가 로비 양성화를 제안했고 1996년에는 김중위 신한국당 의원이 미국식 로비스트 제도를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입법화를 예고했지만 별다른 후속 조치는 없었다.
그러나 2004년 정몽준 당시 무소속 의원이 ‘외국 대리인 로비활동 공개법’을 마련했고 2005년에는 이승희 전 민주당 의원이 ‘로비스트 등록 및 활동공개법’을 이듬해에는 이은영 전 통합민주당 의원이 ‘로비활동공개 및 로비스트 등록법’을 발의하기도 했지만 역시 발의만 하고 지금까지 계속 묻혀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2007년에는 국가청렴위에서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추진안을 수립하기도 했지만 진전을 보지는 못했다.
이처럼 로비스트 합법화가 지지부진한 데에는 법조계가 밥그릇을 빼앗길까봐 반대하기 때문이다. 로비를 합법화하면 퇴직 관료.사기업 직원 등 일정 자격을 갖춘 비법조인이 입법 청원 등 입법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할 수 있어 변호사 업무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합법적인 로비가 가능한 집단은 변호사뿐이다. 당연히 변호사가 대거 포진한 국회도 로비 합법화엔 반대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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