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 사이트 ‘애슐리’ 해킹 후폭풍

이혼·협박·자살까지…‘명단 유출’ 제2의 피해 속출

2015-08-31     김현지 기자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불륜 사이트 해킹의 후폭풍이 거세다. 세계 최대 기혼자 불륜 알선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이 지난 5월 해킹을 당해 회원 명단이 유출됐다. 3500만 개에 달하는 유출 정보엔 직업과 이름 등 회원의 자세한 내용이 기록돼 있었다. 정보 유출의 결과는 가정 파탄, 자살, 협박 등이었다. 이에 ‘불륜을 조장하는 사이트의 당연한 결과’라는 측과 ‘엄연히 사생활은 존중돼야 하는 것 아이냐’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사이트 회원 마녀사냥 식 색출에 질타
‘사생활 존중’ vs ‘불륜조장 응징’ 입장 엇갈려


해킹 사건이 터지기 전인 지난 4월, 애슐리 메디슨 측은 자사 사이트에 가입된 한국인 회원이 약 19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당시 사회적 논란으로 작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5월, 애슐리 매디슨 사이트가 해킹을 당했고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회원 명단이 외부로 유출됐다. 자신의 배우자, 혹은 지인의 불륜을 의심한 이들이 정보를 보는 일이 이어졌다. 회원은 자신의 불륜이 드러날까 노심초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사건이 발생하자 한국에서도 역시 사회적 논란거리가 됐다. 불륜남·여를 색출하기 위한 마녀사냥도 더해졌고, 한국 회원들의 ‘직업군’에도 관심이 쏠렸다. 무엇보다 사이트 측에서 4월 밝힌 한국 회원자 수인 ‘19만 명’에도 시선이 집중됐다. 이 사이트에 가입한 한국 남성 회원은 5만2682명으로 전체의 93%에 달했다. 여자 회원은 3964명으로 7%에 불과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네이버, 다음 이메일 주소를 사용해 사이트에 가입한 회원이 40만 명에 달해 실제 한국인의 수는 오차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안 전문가들은 애슐리 매디슨 사이트에 가입할 때 실명 확인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같은 숫자에 오차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응징? 피해 사례 속출

해킹 사건이 발생한 직후, 전세계적으로 불륜 사이트의 ‘도덕성’을 비난했다. 결혼한 이들의 불륜을 이 사이트에서 조장했다는 게 주였다. 비난의 화살은 자연스레 회원들에게 돌아갔다. 배우자가 있음에도 사이트에 가입해 다른 이성과 불륜 행각을 저질렀다는 게 이유였다. ‘당연한 응징’이라는 논리가 회원 명단의 유출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응징을 넘은 피해 사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해외에선 자신의 정보가 유출된 회원이 자살한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최근엔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회원으로 추정되는 2명이 자살했다. 회원들이 자살하는 이유론 이들이 ‘2차 범죄의 피해자’가 됐기 때문이다. 제3자가 회원에게 금품을 요구하면서 가족들에게 알린다는 등의 협박을 했다는 게 최근 언론에서 잇달아 보도되고 있다.


이혼합의에 이를 이용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혼 과정에 참여한 한 변호사가 소송 당사자가 회원임을 발견하고, 이들에게 ‘사이트 이용 사실을 당신의 배우자에게 알리겠다’며 협박한 일도 있다. 일반적으로 협박의 경우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많았다.


특히 ‘회원이 아님에도 회원이라고 잘못 유출된’ 피해자들의 경우가 더욱 문제다. 24일(현지시간) 미국의 조 바이든 부통령 아들인 헌터 바이든이 불륜 사이트에 가입됐다고 미국의 한 언론사가 보도했다. 하지만 당사자는 자신의 계정이 도용됐다는 주장을 했다. 사이트의 회원이 아님에도 명단에 잘못 유출됐다는 것. 이 외에도 일부 피해자들은 ‘자신의 계정이 도용됐다’며 ‘회원명단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다’란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해킹으로 드러난 사이트 내 문제…진흙탕 싸움

애슐리 매디슨의 설립자이자 모기업 애비드 라이프 미디어(ALM)의 최고경영자(CEO)인 노엘 비더만이 경쟁사를 해킹하라고 지시한 사항이 최근 드러났다. 이는 ‘임팩트 팀’으로 알려진 해커들이 공개한 것으로, 노엘 바더만이 이메일을 통해 경쟁사의 개인 정보를 훔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음이 밝혀졌다.


이의 배경으론 3500만 명에 이르는 회원 정보가 유출돼 자사의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처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개인정보 유출에 민감한 회원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사이트 경영에 일개 개인들을 악용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번 해킹으로 사이트 내 관리도 도마에 올랐다. 애슐리 매디슨이 남성 회원들을 모으기 위해 ‘가짜 여성 프로필’을 만들었다는 것. 결국 거짓 마케팅으로 회원들을 속였다는 것인데, 이번 사건으로 사이트 자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사이트는 그간 대화를 원하는 남성 회원에게 여성을 연결해주고 돈을 받아왔다. 하지만 해킹팀의 분석 결과 사이트에 등록된 수천 명의 여성 회원이 프로그래밍된 ‘가짜 회원’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해킹을 주도한 임팩트팀은 “실제 애슐리 매디슨에 가입한 회원 95%는 남성이었다”며 “가짜 여성정보를 회원인 것처럼 속여 남성들을 유인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번 해킹 사건으로 ‘개인의 영역인 불륜을 사회가 마녀사냥 식으로 처벌할 수 있는가’란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불륜이 도덕적으론 잘못된 행위지만 이를 개인의 정보를 유출하면서까지 비난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목소리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회원들의 2차 피해사례가 발생하면서 마녀사냥, 협박성 처벌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