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여-이한구에서 김무성-원유철 라인으로

비박계로 바뀐 집권당 권력지도

2015-08-28     류제성 언론인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지도부는 황우여 대표-이한구 원내대표 체제였다. 두 사람 모두 충성심으로 가득 찬 친박계였다. 박 대통령이 당일 호출해도 군소리 없이 청와대로 달려갔다. 박 대통령으로선 집권당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비박계인 김무성 대표-원유철 원내대표 체제가 당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현재로선 가급적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려 하지 않는다. 각종 현안에서 ‘친(親)박근혜’ 입장에 서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 공천권을 앞두고 언제든 청와대와 충돌할 수 있는 뇌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특히 김 대표의 경우 ‘미래권력’으로 인식되면서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당의 실무조직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은 “무대(무성이 대장·김대표 별명)가 실질적인 정권의 ‘넘버 2’나 마찬가지다. 친박계 의원들도 무대와 식사라도 한 끼 같이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고 귀띔했다.
물론, 친박계인 서청원·김을동·이정현, 친박과 가까운 이인제·김태호 최고위원 등이 지도부에 포진해 김 대표를 견제하고 있다. 이들은 김 대표의 인사 등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독주를 차단하려고 노력하지만 뚜렷한 구심점이 없다는 게 한계다.

서청원 최고위원이 친박계의 좌장으로 불리지만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에게 패배한 뒤 힘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이정현 최고위원이 청와대와 직접 교감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년 총선 때 다시 적지인 호남(전남 순천-곡성)에서 살아남을지가 변수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내년 총선을 거치면서 당이 비박계 일색으로 채워질 수도 있는 구도다.

지도부에 들어가 있지 않지만 새누리당 내부 역학구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들도 있다. 박 대통령의 눈 밖에 나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난 유승민 의원이 대표적이다. 유 의원은 중도계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아 차기 대권주자 대열에 포함되기도 했다. 중도신당 창당을 추진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이 러브콜을 보낼 정도다.

유 의원도 내년 총선에서 살아남아야 미래가 열린다. 박 대통령의 스타일로 볼 때 유 의원이 지역구(대구 동을) 공천을 다시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유 의원을 공천에서 탈락시킬 경우 중도층의 반발로 수도권 선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그를 내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대통령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도 당내 파워그룹의 일원으로 봐야 한다. 윤 의원은 김 대표가 추진하는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 등의 현안을 놓고 ‘김무성 공격수’ 역할을 하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가 당에 복귀하면 역학구도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특히 최 부총리는 유승민 의원이 2선으로 퇴진하면서 새로운 역할이 생겼다. 박근혜 정부의 버팀목인 TK(대구·경북)의 구심점이 된 까닭이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 사퇴 후 전국적인 인물로 떠올랐으나 박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이 많은 지역구 대구에서는 외면을 당하는 처지가 됐다.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최 부총리가 채우게 됐다.

최 부총리가 당으로 돌아가면 친박계 최고위원들과 윤상현 의원 등을 규합해 ‘김무성 대표체제 와해’를 시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어차피 친박계와 비박계가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고, 최 부총리가 최일선에서 총대를 멜 것이란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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