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이 본 ‘安 비선실세 박경철’
“보안 강박증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안철수 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금태섭 변호사는 비선실세 박경철 원장을 ‘보안 강박증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였다’고 평했다. 박 원장은 특히 도청에 민감했다. 실제 ‘안철수-박경철-금태섭’이 여의도 한 오피스텔에서 처음 만났을 때도 박 원장은 “인도네시아 대사관 뒤편에 있어서 도청당할 위험이 없다고 했다”고 말했던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박 원장은 메신저 프로그램까지 신경썼다. “국정원 등에서 이메일이나 문자를 불법으로 엿볼 수 있으니 외국에 서버를 두고 있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깔아서 쓰라고 요청했다.” 박 원장의 보안 걱정으로 인해 급기야 안철수 캠프 구성원들은 미국 메신저인 ‘바이버’로 의사소통했다.
금 변호사는 ‘보안’으로 인한 박경철-안철수 간의 일화도 소개했다. 박 원장은 “안철수 전 대표와 중요한 일을 의논할 때 보안을 위해서 미리 약속한 시간에 메일을 보내고 읽으면 바로 지운다”고 금 변호사에게 전했다.
이에 금 변호사는 “조금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때는 사소한 부주의로 중요한 일을 망치면 안된다는 뜻으로 보여 존중했다”면서도 “정보기관에서 불법사찰이나 감청을 하려고 마음먹으면 그 정도로 막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선거 기간 내내 이어졌던 강박적인 보안 걱정은 득보다 실을 훨씬 많이 가져왔다”며 “보안을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알릴 필요가 있는 사항들까지 숨기려 든 것은 캠프 전체를 답답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캠프 구성원과 지지자들 사이에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선거운동이 활력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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