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 노사 갈등 격화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금호타이어와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이하 노동조합) 간 대립이 시간이 지날수록 격화되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놓고 찬성과 반대 사이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동조합이 지난 17일 이후 무기한 전면 파업을 강행하고 있어 당분간 이들의 갈등은 좁혀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노동개혁과 관련된 문제들이 정·재계를 막론하고 번지고 있어 당분간 파열음이 수그러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방적 도입 안 돼” vs “왜 파국 몰고 가냐”
‘노동개혁’ 노·사에 이어 ‘정’ 까지 대립 가세
노동조합이 불만을 드러내는 부분은 임금피크제 실시 여부와 지배구조 불안정, 성과급 지급 여부이다. 노동조합은 지난 17일 전면파업 기자회견에서 “내년까지 시간이 있어 유연적 논의가 가능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저의를 알 수 없다”고 힐난했다.
아울러 전면 파업만은 피하기 위해 철회안을 요청했지만 금호타이어가 끝내 거절했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 노동조합은 상황이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배구조의 불안정을 들었다.
이들은 박삼구 회장과 채권단 간의 지분에 대한 가격 협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박삼구 회장이 파업을 유도해 주식가격을 낮추려 한다는 설명이다. 무능경영에 따른 경영실적 저조의 책임을 파업으로 돌리려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금호타이어는 지난 1분기 주요 시장인 유럽·중국 등의 경쟁 심화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와 48%가 줄어들었다. 2분기 역시 50% 가까운 영업이익 하락률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전면 파업 중인 평택, 곡성, 광주 공장 중 자동화 공정이 정상가동되는 평택 공장을 제외한 2곳에 비상 인력을 투입해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노동조합 관계자는 “임금피크제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진행되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임금피크제를 철회하고 성과급 등의 안에 대해 전향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회사의 경영실적이 급감한 가운데 노동조합이 여전히 전면파업을 강행하며 회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견해다. 더불어 노동조합의 일방적인 의혹으로 회사가 어려움을 맞닥뜨렸으며, 임금피크제가 전 산업계를 관통하고 있는 현안인 만큼 원만한 해결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금호타이어는 “노동조합이 지난 단체교섭의 합의내용과 취지를 무시하며 이미 지급된 2014년 성과에 대한 부분을 또 다시 요구하고 전면파업까지 강행하며 회사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반박한다.
노동조합이 계속 주장하는 2014년 경영실적에 따른 성과금에 대해 지난 1월 약 25.6%의 임금인상과 별도의 격려금을 통해 이미 지급을 끝냈다는 설명이다. 임금인상 수준 역시도 지난 10일 최종안을 통해 기존안보다 대폭 상향된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라는 것이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회사는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동종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 유지’를 보장하고 임금인상액도 대폭 상향된 안을 제시했다”며 “노동조합도 금호타이어의 임금수준이 업계 최고 수준인 점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시안에 대해 진정성 있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했다.
전면파업에 대해선 “회사가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 유지를 보장하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전면파업을 계속하며 회사를 어렵게 만들고 무리한 요구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며 “회사가 한 발 양보를 한 만큼 무책임한 전면파업을 중단하고 진정성 있는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금호타이어와 노동조합은 각각 다른 의견과 입장을 내면서도 서로가 한 발 ‘양보’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다. 이들의 대립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지 세간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너도 나도 싸움판
한편 이러한 모습은 ‘임금피크제’를 매개로 정·재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 각자가 선 위치에서 물어나지 않고 비판과 비난을 서슴지 않는다. 노·사·정을 아우르는 쟁점인 임금피크제가 어떤 결말을 내놓을지에 따라 향후 재계 전체의 노선까지 정해질 가능성도 보인다.
우선 새누리당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의 핵심인 임금피크제의 수용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임금피크제는 대립하며 싸울 사안이 아니”라며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노동개혁은 정치적 이해타산의 문제가 아니다. 부모와 자식, 노사, 우리 모두가 함께 살기 위한 국가적 과제인 것”이라면서 “현실을 바로 보고, 젊은 혁신위원의 통 큰 주장을 적극 수용해 임금피크제와 노동개혁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촉구한다”고 뜻을 밝혔다.
반대로 부정적인 입장인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임금피크제에 대해 “청년 일자리 창출의 묘약이 아니라 정리해고, 임금삭감의 수단으로 이용돼 중년·고령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을 양산시키고 서민과 중산층의 빈곤을 절정에 이르게 만들 ‘빈곤 피크제’”라고 비판 한 바 있다.
정계를 벗어나 재계에서 금호타이어와 가장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곳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그룹이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노동조합의 반대 목소리가 거세다.
지난 16일 현대자동차 노사에 따르면 현대차 그룹은 내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지난 11일 발표했다. 마찬가지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동참하고 청년 일자리를 늘려 인재를 확보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어떠한 형태든지 임금피크제 도입은 결코 용납되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미 일부에서는 임금피크제 문제가 정리되기 위해선 무조건 내년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