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노·비주류 호남 의원 회동 후폭풍
당은 지금 ‘압력밥솥’…“문재인 내려와라”
‘호남 다독이기’ 문재인-전북의원 회동…중진은 빠져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언제 터질지 모르는 ‘압력밥솥 폭탄’처럼 새정치연합 당내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달 1차 혁신안의 당무위 의결, 탕평을 앞세운 당직인사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비주류의 불만이 점차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이 쏟아지고 있지만 당내 분란을 가중시키고 있고, 비노 진영에서는 ‘김상곤, 문재인 아바타’라는 냉소적인 반응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지난 8일 호남 지역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회동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문 대표가 당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한동안 침묵했던 비주류 의원들이 또 다시 문 대표를 정조준하고 나선 것이다. ‘문재인 사퇴론’을 거론한 이유는 문 대표 체제로서는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비노 진영에선 ‘신당창당’을 거론하며 문 대표 끌어내리기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당내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사사건건 친노와 비노 갈등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급기야 야권 내에서까지 ‘분당’은 시간문제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상황이다. 계파 갈등은 문재인 대표의 소통 없는 독자 행보 등으로 인해 폭발 일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그나마 계파를 고려한 당직 인선 등으로 당내 갈등이 소강상태에 들었다. 갈등→봉합을 반복하며 친노와 비노는 불안한 동거를 하고 있다. 한마디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셈이다.
최근에는 문 대표가 당 내부와 사전조율 없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 간 ‘빅딜’을 새누리당에 제인하면서 당내 논란이 일었다. 비노인 이종걸 원내대표가 ‘제동’을 걸어 삐걱대기도 했던 것이다.
실제 지난 5일 문 대표가 새누리당에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오픈프라이머리의 빅딜을 제안한 것에 대해 이 원내대표는 “주고 받는 방식이 현재로선 좀 빠른 판단으로 보인다”며 문 대표의 제안을 바로 반박했다.
이 원내대표는 ‘문 대표의 제안에 대해 지도부의 합의가 이뤄졌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직까지는 심층적 논의나 토론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공통 의견이 아니냐’는 물음에 “그렇게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표의 이러한 독자 행보는 처음 벌어진 일이 아니다. 문 대표는 올해 초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 문제와 관련해 ‘여야 공동 여론조사’라는 돌출 카드를 꺼내들었다. 게다가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 문제로 인해 ‘소통, 리더십 부족’이라는 비판까지 받았다.
광주·전남 의원 14명
8일 대규모 회동 가져
비노 진영에서 문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8일 광주·전남 의원들이 대규모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비노 의원들의 불만이 여과 없이 터져 나왔다. 대부분 ‘문재인 비토론’이다.
이번 회동은 박지원, 장병완, 박혜자 의원 등 광주 전남 의원 14명이 이날 저녁 자전거 국토순례를 위해 광주를 찾은 이 원내대표 주재로 광주 서구 치평동 한 식당에서 모였다. 이 원내대표 측근으로 수도권이 지역구인 최원식, 문병호 의원도 참석했다. 저서 사인회를 위해 광주를 찾은 박영선 전 원내대표도 잠시 이 자리를 방문했다.
이날 회동에서 어떤 말들이 나왔을까. 각종 참석자들은 문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기는 어렵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문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는 것이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며 신당 창당도 필요하다는 발언 등이 쏟아진 것으로 전해진다. 문 대표 체제에 대한 비노 진영의 반감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르고 있어 이번 회동이 향후 비주류 측 움직임을 조직화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참석자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호남 신당에 명분을 주면 안되는데 현 (문 대표) 체제로는 상황이 어렵다”며 “혁신위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당에서 어떤 조치나 변화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지금은 민심이 회초리를 때리는 정도인데 변화가 없으면 새로 당을 만들라는 여론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비노 진영 의원들이 사석에서 거론했던 말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비노 의원들은 혁신위원회의 활동을 지켜본 뒤 성과가 미흡할 경우 ‘신당합류’, ‘탈당’ 등을 거론하며 본격적인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운을 떼고 있다. 혁신위 활동이 마무리되는 9월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비노 의원들은 문 대표 체제에 대해 반감을 표명하고 있지만 신당 창당 합류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히려 당내에 남아 ‘문재인 사퇴론’에 힘을 싣겠다는 인사들도 적잖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한 의원은 “문 대표 체제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우세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신당에 합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새정치연합에 대한 반감이 강하지만 정권교체를 갈망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결국 결집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북도당·전남도당
공동 여론조사 추진
그 연장선상으로 새정치연합 전북도당과 전남도당이 공동으로 여론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지난 6월말과 7월 초 사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연합의 텃밭인 전북과 전남에서 창당하지도 않은 신당 후보에게 두 자리 수 이상 차이로 지지율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도당은 다른 지역의 여론을 확인, 4월 총선에서의 승리를 위한 대책마련 차원에서 2차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지난 여론조사에서 새정치연합이 야권 신당에 두 자리 수 이상 패배한 것에 따른 후속조치인 셈이다.
이에 대해 도당의 한 관계자는 “당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일부에서 의문을 제기해 다소 논란이 일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일부 의원들 사이 정확한 결과 데이터를 알아보기 위해 재 여론조사에 대한 필요성을 제기돼 다시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서는 문 대표를 흔들기 위한 시도가 본격화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과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이 모두 비노 성향이라는 점 때문이다. 야권 신당에 대한 지지율 여론조사가 호남 민심을 명분으로 문 대표 등 친노 진영을 흔들기 위한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게 주된 골자다.
이에 문 대표는 호남 지역 의원들을 만나 호남 다독이기에 나섰다. ‘문재인 불가론’을 진화하기 위한 조치다. 문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인근 식당에서 전북 의원들과 2시간 넘는 만찬회동을 가졌다. 전북지역 의원 11명 중 7명이 참석했다.
지난 12일에는 전남 의원들과도 만찬을 가졌다. 그러나 무게감 있는 중진 의원들은 물론 문 대표 체제에 불만을 표출한 이들이 빠지면서 호남 다독이기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편, 친노와 혁신위에서는 ‘비노계가 기득권을 챙기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했다. 김상곤 혁신위원장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당내 신당, 분당론을 언급하는 일부 비노 인사들을 향해) 기득권을 누리려고 움직이는 부류”라고 비판했다.
특히 신당파들이 호남 민심을 근거로 문재인 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데 대해 그는 “호남 민심은 당이 수권능력을 갖추길 바라는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의 거취 문제와는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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