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한국수출입은행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을 둘러싸고 부실 대출, 기업 유착 등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한국수출입은행은 부실 대출과 직원 뇌물수수 등으로 몸살을 앓았고, 이제는 부실 기업인 대우조선해양에 수십조 원을 지원했다가 혈세를 투입해야 할 지경에 이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일요서울]은 올해 들어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한국수출입은행의 실태를 들여다봤다.
2011년 이후 법정관리 들어간 기업만 102곳
재무건전성 적신호…퇴직 임직원도 도마 올라
우선 한국수출입은행은 재무건전성이 불안해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대출채권과 유가증권, 확정지급보증 등 신용공여액 21조8000억 원 중 절반에 가까운 12조4200억 원을 지원했던 것이 발단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하면서 최대 채권기관이 됐는데, 대우조선해양이 올 상반기만 3조 원 이상의 영업 적자를 기록해버렸다. 때문에 한국수출입은행의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대우조선해양 이외에도 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 조선업의 부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면서 이들 기업에 돈을 빌려준 수출입은행의 재무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진다.
실제 수출입은행의 지난해말 기준 BIS비율(자기자본비율)은 10.50%로 13개 시중·지방은행 평균인 14.88%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신건전성을 보여주는 총 여신 대비 고정 이하 부실채권비율도 2.02%로 시중·지방은행의 1.39%보다 높은 수치를 보인다.
또 박원석 정의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으로부터 보증이나 대출을 받은 기업 중 2011년 이후 지금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간 곳은 102곳이나 된다. 여신 규모는 1조3000억 원에 이르는데 회수할 수 있는 돈은 4000억 원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한국수출입은행은 여러 가지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대출심사 능력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가 가진 국고를 투입하게 될 가능성을 놓고서는 혈세 낭비라는 시각도 있다.
앞서 한국수출입은행은 경남기업에 5200억 원의 묻지마 대출을 지원해 특혜 의혹이 불거진 바 있다. 모뉴엘의 대출사기에 속아 담보 없이 1135억 원을 빌려주는 등 부실대출 논란 역시 이어져왔다.
그런데 여기서 한국수출입은행은 국책은행으로서 이익적립금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 없을 때 정부가 부족액을 보전해줘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부실이 쌓이면 그만큼 정부가 세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정리하면 수출입은행의 부실을 국민이 떠안아야 하는 모양새다. 낮은 금리로 자금조달이 가능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국제결제은행 기준 자본비율 비율을 높게 유지해줘야 한다.
현재 정부는 이를 위해 향후 본예산이나 단발성 현물출자 등 방식으로 수천억 원대 추가 출자가 불가피하다고 판단, 출자 시기와 방법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정부는 2012년 7793억 원, 2013년 1000억 원, 2014년 5100억 원을 한국수출입은행에 출자해왔다.
그렇다 보니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출 심사 과정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함께 나오는 것이다. 물론 한국수출입은행은 수출업체를 지원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고, 대규모 플랜트 등 고가의 제품을 생산하는 조선업도 이에 해당되는 기간산업이다.
그러나 한국수출입은행이 조선업의 불황 및 대우조선해양의 리스크 등에 대해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너무 쉽게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줬다는 분석도 터무니없지는 않다. 금융감독원도 한국수출입은행에 대해 종합검사를 준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이번 검사에선 한국수출입은행이 자산을 건전하게 운영했는지 집중적인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초점은 대출해준 기업들의 부실이 많아진 것과 관련된 여신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다.
늘어나는 의혹들
한편 한국수출입은행은 부실 대출 말고도 퇴직 임직원들이 거래기업으로 잇달아 재취업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해당기업들은 수출입은행이 지분을 보유한 자율협약 대상 업체인데, 공교롭게도 이후 해당 기업에 대한 대출과 보증이 급격히 늘어나 유착관계가 형성돼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어나고 있다.
이들은 허위 입찰서로 대외경제협력기금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에 대한 제재도 허술하게 해온 점도 골칫거리다. 한국수출입은행의 내부 통제 능력 역시 마찬가지로 도마에 올라 있다.
지난해 모뉴엘 사건에서 당시 여신업무를 담당했던 간부 2명이 모뉴엘 측으로부터 금품수수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이 이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는 내부의 직원이 금품을 수수하는 과정을 한국수출입은행이 잡아내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와 관련해 홍종학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한국수출입은행의 손실은 곧 국민의 부담으로 연결되므로 향후 한국수출입은행 경영 전반에 대한 점검이 시급하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한국수출입은행은 “퇴직임직원들이 재취업한 업체들은 2010년 자율협약이 개시되어 그 이후 채권단 공동결의로 조선사 정상화를 위한 금융 지원이 이루어졌고, 당행 퇴직 임직원이 동사에 취업한 시기인 12~14년은 자율협약 개시 이후가 된다. 따라서 '재취업 이후의 여신 증가, 유착관계 형성'은 시간 순서상으로도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다”라고 해명했다.
또 한국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우리는 국가 기간산업을 지원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는데다. 해당 산업에 대한 충분한 대출 심사과정을 거쳤다”고 입을 열었다. 그러면서 “대출심사 과정이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또 부실이 이어진다면 혈세가 낭비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적자가 나더라도 적립금으로도 보전이 안 되는 경우에 한해 정부가 손실금을 보전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수출입은행은 창립 이래 적자를 낸 적이 없고 여신에 따라 담보가 설정되어 있거나, 프로젝트 이행능력에 문제가 없다면 부실 발생 시에도 회수 가능한 부분이 있어 모든 부실여신이 회수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향후 대응에 대해선 “이미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조직 개편 등을 통해 리스크관리단을 본부로 격상하고 심사평가 기능을 강화했다”면서 “앞으로도 부실 대출 등의 잡음이 일어나지 않도록 개선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