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함바집의 뒷거래 실태
건설사들 줄지어 수사망…‘관행’이라기엔 문제 커
2010-12-21 이창환 기자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 등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함바집은 한번 이를 따내기만 하면 수천만 원에서 억대 이상의 뒷거래가 오간다. 이유는 큰 건설 현장의 함바집을 따내기만 하면 몇 배의 매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함바집을 댓가로 SK 건설 김 사장이 4000만 원을, 삼환기업 이모 전무가 8000만 원을 건네받은 것이나 함바집 식당을 운영한 적이 있는 유모씨가 한화건설 이 사장에게 2억4000만 원씩이나 줄 수 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수사대상 업체 관계자는 “검찰이 10년 동안의 거래를 훑고 있어 수백만 원 상당의 거래도 적발 될 수 있을 것 같다. 대부분의 건설사가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다면 ‘자릿세’를 내고 함바집 운영권을 따내면 어떤 혜택이 따라올까. 우선 독점으로 운영한다는 장점이 있고 식대 또한 매달 임금에서 지불되기 때문에 늦게 받거나 떼일 걱정이 없다. 게다가 임대 건물을 사용하면 시공사에서 건물 또한 제공해준다. 전해지는 수익 또한 쏠쏠하다. 투입된 인부가 500명이고 공사기간을 3년으로 친다면 매출이 7억 원 정도에 이른다는 것이다. 가령 30개월에 걸쳐 1000가구 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때 300~500명의 인부는 18개월 정도를 일하게 되는데 3500~5000원 상당의 식사 세끼와 간식, 담배, 장갑과 같은 기본 장비까지 더하면 순이익만 2~3억 원에 이른다.
함바집을 차리는 식당 업계에서는 인부가 150명 남짓 되면 거액을 건네어도 손익분기점은 넘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도 이정도 규모는 돼야 함바집을 추진한다고 전해진다.
막대한 수익이 보장되는 판이니 함바집이 뒷돈 거래로 물드는 것은 당연하다. 관계자 증언에 따르면 함바집은 운영 전문기업과 투자 상품까지 생겼다고 한다. 함바집을 차리는 것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다고 공개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수년 째 함바집을 운영하는 한 업자는 “음지거래 없이 함바집을 차리는 것은 100% 불가능하다. 대부분 현장 소장 주관인데 접근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운영업자도 “전문 브로커 등의 초기 비용이 1억 원, 이 후 자릿세 역시 1억 원 정도를 지불해 왔는데 당연시 생각했기에 불법인 줄 몰랐다”고 증언 했다.
[일요서울]이 통화한 함바집 운영자 A씨 역시 이번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시했다. A씨는 “함바집은 고속도로, 빌딩, 휴게소와 같이 공개 입찰도 아닌데다가 돈 거래는 인부들 ‘밥집’을 위한 수의 계약의 일종인데 뭐 어떠냐”는 것이다. “이 같은 관행은 학교·병원·회사의 구내식당도 마찬가지다”라면서 “함바집 측은 시공이 끝날 무렵 혹시 건넨 돈보다 수익이 적으면 신고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선할 점은 없느냐라는 질문엔 “정 그렇다면 공개입찰을 법으로 하든가, 하나의 시공에 여럿 들러붙는 브로커들을 한 명으로 줄이면 나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10위권의 건설사만 해도 50~60개 함바집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에 걸쳐 크고 작은 함바집을 더한다면 그 수는 수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기업은 노른자위인 함바집 운영권을 빌미로, 운영업체는 진출하기만 하면 보장된 수익에 눈이 멀어 뒷거래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이창환 기자] hojj@dailypo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