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비 붙은 대상 vs 샘표
이탈리아 여행 콘셉트 놓고 ‘티격태격’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대상(대표 명형섭)과 샘표식품(대표 박진선·이하 샘표)이 파스타 소스 콘셉트를 놓고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샘표는 대상 브랜드 청정원이 자사의 파스타소스 ‘폰타나’의 콘셉트를 대상에서 도용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상은 문제로 지적한 문구와 콘셉트가 이미 10년 전부터 사용하던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또 의도적으로 콘셉트 도용이란 논란을 만들고,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무단 도용했다”vs“10년 전부터 사용”
대상과 샘표의 갈등은 샘표 측의 문제제기로부터 시작됐다.
샘표는 대상의 청정원 브랜드가 리뉴얼 출시한 파스타소스 제품이 샘표의 파스타소스 브랜드 콘셉트와 문구를 도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사의 폰타나 브랜드 콘셉트인 ‘맛으로 떠나는 여행’과 ‘맛으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을 대상 측에서 무단으로 도용했다는 것이다.
샘표는 “자사는 2013년 11월부터 ‘맛으로 떠나는 여행’이란 이름으로 각 지역 본고장의 맛을 살린 제품을 출시해오고 있다”며 “대상은 이를 무단으로 도용해 제품 패키지와 출시 보도자료 등에 사용했고, 매장행사의 상품 판매대 배너광고에도 인용했다”고 주장한다.
또 “대상 측으로 해당 사안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상은 “샘표 측의 노이즈마케팅이 의심된다”며 “문제로 삼은 문구는 2004년 ‘쿡조이’ 제품을 통해 대상이 먼저 사용한 콘셉트다”고 반박했다. 샘표에서 문제삼은 ‘맛으로 떠나는 여행’이란 문구는 대상에서 먼저 사용한 것이며, 샘표의 주장대로라면 샘표가 대상의 것을 베꼈다는 지적이다.
또 대상은 “1위 업체를 흠집내려는 목적으로 노이즈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며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되면 대상 역시 가만히 있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도의적 문제 제기한 것
이 같은 대상의 반박에 샘표 측은 “노이즈 마케팅이라면 이렇게 공식적으로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맞섰다.
샘표의 한 관계자는 “겹치는 단어나 문구를 중점으로 얘기한 것이 아니라 출시돼 있는 동일한 제품과 콘셉트, 메시지를 사용하는 게 문제인 것”이라며 “도의적인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샘표는 폰타나 홍보를 위해 페이스북, 블로그 등을 운영해왔다”며 “대상에서 제품을 출시하기 전에 기존 제품들에 대한 콘셉트를 조사하면서 폰타나를 봤을 텐데 왜 1등 브랜드에서 하위 브랜드의 것을 베끼는가 싶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폰타나가 원조처럼 느껴지더라도 나중에는 샘표가 1위 브랜드인 대상 청정원 것을 따라한 것처럼 된다”면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브랜드 입장에서 이번 사안은 브랜드 존폐 여부가 걸린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한 “광고 카피가 겹쳐 문제가 일어났던 사례들을 살펴보니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대상과 싸움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도의적인 문제가 있으니 콘셉트 중복에 대한 문제를 생각해보자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서 대상 측과 대화로 풀어나가고 싶은 것이지 의도적으로 흠집을 내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거짓주장 정황 많다
이 같은 샘표 측의 주장에 대상은 “거짓 주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다시 한 번 맞섰다.
대상의 한 관계자는 “샘표 측의 주장이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샘표의 처음 공식입장은 ‘맛으로 떠나는 여행’이란 콘셉트를 대상에서 무단도용했다는 것이었는데 대상이 10년 전 사용했던 콘셉트라는 증거를 제시하자 “문구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말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는 “샘표는 광고의 문구를 똑같이 도용했다고 주장했던 것에서 태도를 바꿔 ‘이탈리아’란 지역 콘셉트가 중복됐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러나 파스타 제품 자체가 ‘이탈리아’를 벗어날 수 없는 제품이다”면서 “중화요리는 중국, 스시는 일본을 바탕으로 제품이 기획될 수밖에 없듯이 파스타 관련 제품이 이탈리아를 바탕으로 기획되는 것은 기본적인 것이다. 샘표 고유의 것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맛으로 떠나는 여행’이란 문구를 사용하는 데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논란이 된 이 문구는 일회성으로 사용된 것일 뿐”이라면서 “실제 매장이나 마케팅 활동을 할 계획이 없던 상황이다”고 말했다.
대상 관계자는 “심지어 샘표 측은 이 같은 문제제기를 한 공문을 금요일에 발송하고서 주말인 일요일에 대상이 답변하지 않는다는 공식입장을 표명했다”며 “금요일 공문 발송에 대한 내용도 전해진 바가 없었다.
정말 샘표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이었다면 공문 발송에 대한 연락이 있어야 할 텐데 검토해달라는 연락조차 없었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행동이라 해석된다”고 말했다.
또 “샘표 측에서 보낸 공문은 청정원 브랜드 마케팅 팀장 명의로 지난 11일에 전달됐다”며 “샘표가 브랜드 존폐 위기를 느낄 만큼 중대 사안으로 여긴다면서 회사를 상대로 공문을 보내야하지 않냐”고 덧붙였다.
대상 측은 이번 사안을 두고 “우연히 같은 문구를 사용했다고 보이는 상황에서 샘표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며 “이미 1위 브랜드인 대상 입장에서는 하위 브랜드인 샘표와 갈등을 만들어서 좋을 것이 없다. 1위 브랜드라는 이유 때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면 하위 업체인 샘표를 죽이려 든다고 평가받고, 반응을 자제하면 샘표 측의 거짓 주장이 사실인 것처럼 알려져 곤란한 것이 더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대상과 샘표의 엇갈린 주장으로 논쟁이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공방 속 진실에 대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