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의혹’ 검찰 수사관, 이중생활 충격 폭로
낮에는 수사관, 밤에는 브로커(?)
[일요서울|박형남 기자] 검찰 수사관 A씨의 이중생활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08년 자신이 조사했던 피의자와 함께 카지노 도박을 한 의혹이 제기돼 감찰을 받았던 A씨가 이번엔 자신이 조사했던 피의자를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A씨와 피의자 관계로 만났던 B씨가 A씨를 상대로 사기죄 등으로 고소장을 작성하면서부터다. [일요서울]이 단독 입수한 고소장에는 A씨가 자신이 조사했던 또 다른 피의자와 함께 B씨에게 접근해 사기행각을 벌였다는 게 주된 골자다. 그 내막을 추적해봤다.
“믿었던 검찰 직원에 당해” 조사받던 피의자, 소송 준비
B씨 “매장 입점시켜 주겠다고 약속, 6천만 원 가져갔다”
검찰 수사관 A씨는 과거 자신이 조사했던 피의자와 함께 2008년 10월부터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의혹으로 감찰을 받았다. 이후 대구지방검찰청으로 발령을 받았다. 문제는 A씨가 대구지방검찰청으로 발령을 받은 이후에도 자신이 조사했던 피의자들과 원만한 관계를 가졌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A씨와 피의자 관계로 만났던 B씨가 A씨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사건은 A씨와 피의자로 만난 C씨와의 관계가 틀어졌고, C씨가 한 인사에게 A와 B 사이에 있었던 사실들을 폭로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A 씨, 사업 추진 대가로…
본지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B씨는 대구지방검찰청에 검찰 수사관 A씨를 ‘사기죄’ 혐의로 고소장을 작성해놓고, 검찰에 제출만 해놓은 상태다. A씨가 B씨 소유의 예식장을 팔아주겠다는 명분으로, 6천만 원을 받아갔다는 것이 주된 골자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을까. 지난 2013년 B씨가 대부업법 위반 등으로 고소를 당했을 당시 A씨가 담당 수사관이었다. 이 사건이 잘 마무리되면서 두 사람이 가까워졌다. A씨가 먼저 B씨에게 연락을 취했고, 이후 사적인 얘기까지 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워졌다.
실제 B씨는 고소장을 통해 “B씨는 A씨 소속 검사실에서 여러 차례 조사를 받으며 처음 알게 된 관계”라며 “수차례에 걸쳐 대구시내 등지에서 만나 술과 저녁을 같이 먹은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B씨가 예식장 운영이 힘들다고 토로하자, A씨가 C씨를 소개하면서 두 사람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B씨는 “A씨는 자신과 가까이 지내는 사람이 강원도에 있는 대관령축산한우의 대표와 아주 친하게 지내는 사이라고 자주 말했다”며 “A씨가 자신과 가까운 C씨를 주선해줬다. C씨는 B씨의 예식장을 사겠다며 갖가지 조건을 내세웠다. ‘C씨가 인테리어 회사를 인수하려고 하는데 그 회사에 현금 10억 원이 묶여 있다. 인수하려면 자금이 필요하다. 이 비용을 주면 예식장을 사겠다. 그리고 나머지 15억 원은 대관령축산한우를 입점 시키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A씨도 종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의) 예식장을 팔기 위해 내 돈을 투자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판단해 ‘없던 일’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A씨와 C씨는 과거 조사했던 피의자와 수사관 관계로 알게 됐다. 더구나 C씨는 사기 전과를 가지고 있고, 현재도 사기죄로 기소돼 4건의 재판을 받고 있다. 게다가 농·수·축산물 유통업 등을 하는 D사는 유령업체인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A씨와는 피의자와 수사관 관계로 알게 됐다”고 시인했으며, “B씨가 소유하고 있는 예식장을 인수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줬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어떻게 B씨를 알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A씨가 피의자들과 이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그 이후다. C씨와 B씨 간의 거래가 물 건너가는 듯했으나 A씨가 직접 예식장을 팔고, 대관령축산한우를 입점 시키겠다고 제안했다. C씨가 제안했던 것을 A씨가 그대로 B씨에게 제안한 셈이다.
B씨가 작성한 고소장에 따르면 “A씨가 예식장 건물에 대관령축산한우가 입점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을 통하여 대관령축산한우의 대표를 섭외하여 예식장 1층에 대관령축산한우 매장이 입점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의한 사실이 있다”며 “대관령축산한우를 입점시키려면 경비가 필요한데, 경비 1천만 원을 달라. 만약에 입점이 안 되면 경비는 돌려주겠다고 한 사실이 있다”고 적시했다.
B씨는 A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1천만 원을 건넸다. 게다가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됐을 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A씨에게 약속했다. 이후에도 A씨는 B씨에게 5천만 원을 더 요구했다. B씨에 따르면 대관령축산한우을 입점시키는 데 경비가 더 들어간다며 A씨가 직접 차용증을 써와 돈을 빌려갔다. 더 나아가 1주일이면 마무리될 것 같다고 B씨에 말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후 A씨는 ‘묵묵부답’이었다. B씨는 “A씨가 조만간 매장이 입점될 것이라며 마치 매장 입점이 기정사실처럼 약속하였으나 몇 개월이 지나도록 매장 입점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을 언급하지 않은 채 계속 기다려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며 “예식장 자금사정이 좋지 않아 그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의도적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씨는 A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B씨는 “검찰 직원이고, 내 사건을 담당했던 사람이라 100% 믿었다”면서도 “A씨 때문에 울산광역시 사업도 하려다가 중도 포기한 적이 있다. 이런 저런 사업을 연결해주면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으려 했던 것 같다. 한마디로 ‘브로커’ 역할을 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A씨 “그런 사실 없다”반박
이에 대해 A 씨는 “그런 사실이 없다. 제가 돈을 변제하지 못해서 작성한 것이고,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며 “B, C와 제가 함께 만났다. B씨는 예식장을 인수하겠다는 C씨를 보고 돈을 빌려줄 수 없으니 제가 보증을 섰다. 그리고 다음날 B씨가 C씨의 계좌로 돈을 보내줬다”고 해명했다.
한편, A씨가 2008년 카지노에서 도박을 한 의혹으로 감찰을 받은 사실에 대한 제보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특정 사건에 개입하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A씨에게 제보자로 지목받은 한 인사는 “카지노 도박 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제보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제보자로 지목했다. 더욱이 주변인들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며 “(제가) 고소 당한 사건에 A씨가 개입해 검사장급 변호사를 추천해줬다. 이 사건 역시 사기 전과가 있는 C씨와 연관돼 있다. 결국 A씨와 C씨가 합작, 저를 괴롭히기 위해 A씨는 아내를 공범으로 고소하라고 C에게 조언했다. A씨가 근무하는 관할지검의 주소지이므로 일면식도 없는 아내를 포함시켰던 것이다. 더 나아가 C씨에게 유리하도록 사건이 진행되도록 손을 쓴 정황도 알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어 “A씨와 C씨를 상대로 고소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