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살인한 60대女 ‘무죄’…바람피운다고 때려 숨지게 해

2015-08-14     장휘경 기자

[일요서울장휘경 기자60대 여성이 70대의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며 5시간 동안 각종 도구로 때려 숨지게 했으나 법원이 살인 혐의를 무죄 판결했다. 남편을 숨지게 할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살인 대신 상해치사죄를 적용, 3년을 감형해 7년형을 선고한 것이다. 

서울고법 형사2(부장판사 김용빈)에 따르면 14일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임모(65·)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상해치사죄가 적용돼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임씨가 범행 당시 살인할 의도는 없었고 때려서 다치게 할 의도만 있었다고 일관되게 주장한다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지 않았나 의심이 들긴 하지만, 임씨가 남편 A(당시 71)를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임씨가 이 사건 발생 전부터 지속적으로 A씨를 때렸으나 당시 사용한 도구는 효자손, 플라스틱 빗자루 등으로 사람에게 치명상을 일으킬 정도의 물건으로는 보이지 않는다임씨가 A씨에게 발라줄 연고나 약을 사오라고 딸에게 부탁하기도 하고, 범행 당일 A씨가 숨을 쉬지 않자 딸에게 전화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임씨가 상해치사죄 등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점, 2002년부터 우울증 등으로 치료받아온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임씨는 지난 2011년부터 A씨가 바람을 피운다며 자주 다퉈왔다. 임씨는 A씨가 내연녀와 함께 여행을 가고 생활비도 줬다고 의심하며 A씨를 지속적으로 때렸다.
 
임씨는 지난해 910일 오전 7시께 경기 구리시 자신의 집에서 A씨가 내연녀를 만나러 갈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 집 안에 있던 프라이팬과 효자손, 빗자루, 부러진 나무의자 등으로 A씨의 얼굴과 팔, 몸통 등을 수차례 때렸다.
 
임씨는 이날 오전 1030분께 딸이 집에 들어오자 잠시 때리는 것을 중단했다가, 1시간 뒤에 딸이 돌아가자 다시 A씨를 때렸다. A씨는 이날 오후 155분께 저혈량성 쇼크로 숨졌다.
 
1심은 임씨가 A씨를 숨지게 할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임씨가 범행 열흘쯤 전부터 A씨를 심하게 때렸던 점, 이 폭행으로 A씨가 다쳐 수술이 필요했지만 임씨가 경제적인 이유를 들며 이를 거부한 점, 범행 당일 폭행 정도가 심각했던 점 등에 비춰볼 때 임씨가 A씨를 살해하려고 했거나 A씨가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도 계속 때려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아 살인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고 상해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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