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특혜 논란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잊었는지…
출발시점·예산 청구 둘러싸고 정부와 갈등
일각에선 특조위 요구가 지나치다는 비판 많아
사상 최악의 테러로 기록되는 9·11테러. 13년 전인 2001년 오전 미국에서 발생한 테러로 워싱턴과 뉴욕에서 약 3000여 명이 희생됐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부시는 사건의 진상과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독립적인 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다. 테러 발생 14개월 뒤에 ‘미국에 대한 테러 공격에 관한 국가위원회(일명 9·11 위원회) 설립을 승인한 것이다.
9·11 위원회는 20개월 동안 10개국에서 1200명을 인터뷰하고 12회에 걸친 청문회를 열었다. 이후 585쪽에 이르는 보고서를 발행했다. 일련의 조사는 총 21개월에 걸쳐 진행됐고, 이 기간 동안 1500만 달러(약 165억 원)를 예산으로 사용했다.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 당시 전·현직 고위 공무원이 청문회에 불려갔다는 점, 전 세계적으로 조사범위가 넓었다는 점 등 때문에 9·11 위원회의 막대한 예산은 그 당위성이 인정됐다. 미국인들의 반대여론 역시 극히 드물었다. 현재까지도 ‘진상조사위원회’의 성공적인 해외 사례로 꼽힌다.
출범시기 논란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을 근거로 발족됐다. 문제는 현재까지도 출범시기를 두고 말이 많다. 특별법에는 특조위의 활동 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6개월 이내에서 한 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총 1년 6개월이 최대 활동 기한이다. 동시에 활동 기한과 연동되는 위원의 임기를 2015년 1월1일부터로 규정하고 있다. 보고서 작성 기간은 3개월로 최대 활동 기간인 1년 6개월에 추가된다. 특별법에 의하면 결국 특조위의 출범시점은 올해 1월 1일이고, 보고서 작성 기한까지 포함한 최대 활동 기간은 1년 9개월인 셈이다.
하지만 특조위는 공식 활동을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1월 1일부터 출범한 특조위가 그 기간에 맞게 활동을 하지 않았으니 출범 시기를 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 이유로 그동안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내적 논란 때문에 특조위가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언급한다. 또한 ‘조사1과장을 공무원으로 할 것인가’ 등 정부와의 여러 충돌 때문에 활동이 늦어졌다는 주장이다. 법적인 출범 일시는 1월 1일이지만, 약 6개월 간 진상조사를 위한 활동이 없었으니 이 시기를 공식 활동에 포함시키면 안된다는 것이다. 특조위 측은 정확한 날짜를 아직 언급하지 않았으나, 빨라야 올 7~8월을 출범시점으로 볼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렇게 되면 특조위의 활동은 최대 활동 및 보고서 작성 기한까지 더해 2017년 상반기에나 종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조위 직원들은 7월 말에 실질적으로 첫 출근을 했다.
공식 출범은 아닌데
예산은 청구?
문제는 예산이다. 특조위 측의 주장대로 특별법에 근거한 출범시기가 1월 1일이 아니라면, 그 시기에 관한 예산도 청구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 정부청구 결과에 따르면, 특조위는 지난달 예산을 청구하면서 상임위원 월급과 비상임위원 안건 검토 비용 등을 올 1월분부터 청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올 연말까지 청구한 예산이 6개월간 160억 원에 달했다. 21개월간 약 165억 원을 운영비용에 사용한 9·11 위원회의 경우와 비교한다면 지나치게 과도한 예산 청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한 출범 시기와 예산 청구 시점이 일치하지 않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특조위를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다.
국민들의 공분을 더욱 산 것은, 청구한 예산 중 일부가 과도하게 많거나 ‘진상규명’과 관계 없는 곳에 책정된 사실 때문이다. 인건비 논란이 첫째다. 특조위는 위원장 연봉 1억6500여만 원, 상임위원 1억5300여만 원, 민간인 출신 직원 1억1900여만(국장급)~4000여만 원(7급)을 청구했는데 이를 두고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위원회인데 인건비가 과다 책정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특히 ‘세월호 진상규명’과는 괴리감이 있는 연봉이란 지적이 있다. 2015년 현재 한국의 중위소득(전체 소득 중 가운데에 위치한 소득)은 월 422만 원이다. 연으로 계산하면 약 5000만 원이다. 2014년 기준 직장인의 평균 소득은 월 287만원이었다. 이와 비교해도 특조위 인건비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많다.
또한 특조위 직원 체육대회 개최 비용이 252만 원, 동호회 지원 비용이 720만 원, 전체 직원 생일 케이크 비용이 655만 원 등 이를 두고 ‘공무원들의 방만한 기관 운영 및 예산 사용이 재현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특조위 측은 “다른 특조위 수준을 따랐고, 파견된 공무원들이 만들어준 대로 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두고도 세월호의 아픔을 잊은 것 같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결국 예산 깎여…
갈등 예상
4일 국무회의에서 정부는 특조위 예비비 지출안을 의결했다. 특조위가 청구한 올해 예산 160억 원 중 71억 원이 삭감된 89억 원이 지급된다는 내용인데, 청구안에서 45%가 삭감된 금액이다. 정부 관계자는 청구된 예산 중 중복된 예산을 뺀 결과로, 빠른 시일 내에 예산을 지급하겠다고 언급했다. 문제가 됐던 생일케이크 값, 체육대회비, 동호회 지원비 등은 전액 삭감됐다. 홍보와 외주제작 비용도 대폭 삭감됐다. 한시적인 조직의 성격과 예산 책정이 맞지 않다는 이유였다.
과도한 예산은 그럼에도 여전히 논란이다. 문제가 됐던 인건비는 삭감 없이 그대로 지급하기로 했고, 복리후생비도 특조위 요구를 대부분 수용했다. 정부는 먼저 3개월 예산을 지급한 뒤 올 11월 특조위 정원이 90명에서 120명으로 증원될 때 나머지를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를 두고도 특조위 관계자는 “예산 삭감으로 진상 규명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조만간 정부 결정의 부당함을 알리는 공식 입장을 발표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와 특조위 갈등이 심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도는 가운데, 특조위의 편의를 봐주는 과도한 특혜 논란도 다시 불이 붙고 있다. 일각에선 세월호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이 어느새 권력이 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