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게 들어본 20대의 성
데이트보다 섹스놀이가 더 신나
2010-12-07 기자
20대의 성 관념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적극성, 개방성, 그리고 보수적인 이중성이다. 어떤 면에서 봤을 때 성에 대한 이러한 인식은 다소 모순적으로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적극성과 개방성은 요즘 세대에 맞는 특유의 발랄한 문화들이 투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이중성이 남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성에 관한한 기성세대의 논리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성의 강도는 예전보다 훨씬 낮다. 과거 성은 때로 입에 올리는 것조차 금기시해야 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는 적극성과 개방성, 그리고 보수적인 이중성이 서로 상호작용을 미치면서 이중성의 색깔을 어느 정도는 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적극성-여자들이 더 무서워
많은 20대 남성들은 한결같이 ‘요즘에는 여자들이 더 무섭다’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과거에 섹스를 하는데 있어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남자들이었다. 여자는 부끄러워하며 싫다는 듯이 이에 응했어야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이러한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때로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욱 섹스에 적극적이고, 특히 자신의 쾌락에 대해서도 매우 민감하다. 30대 중반의 최모씨는 자신이 20대에 경험했던 여성들과 요즘 20대가 말하는 여성들이 확연한 차이가 나는 것을 알고 많이 놀란 케이스다.
“사실 예전에 여자들은 ‘자신보다는 남자 친구가 원해서’, 혹은 ‘남자 친구나 나를 통해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 좋아서’ 섹스를 하는 여자들이 많았다. 또 설사 자신이 원하는 체위 등이 있어도 상대 남자에게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때에는 ‘섹스를 밝힌다’는 말 자체가 하나의 수치스러움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여자들에게는 그러한 것이 전혀 없다고 한다. 섹스 행위의 주체는 ‘나’로 변했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말하고 대시하는 것이다. 성에 대한 자세와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젊은이들의 실용적인 태도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무엇을 하든 형식이나 명분에 얽매이기 보다는 실질적으로 자신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가에 더욱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요즘 여성들은 모텔에 대한 정보도 ‘빠삭’하다. 예전 같으면 남자들이 이끄는 데로 가는 것은 물론 ‘모텔 정보’를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방도 잡고 그곳에서 어떻게 놀지도 ‘기획’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한다. 대학생 이 모 (23)씨의 이야기다.
“한번은 애인이 다른 커플과 함께 모텔에 놀러가자는 제의를 했다. 일단 한 방에서 같이 놀다가 ‘시간이 되면’ 각자 커플끼리 따로 따로 방에 들어가자는 이야기였다. 섹스에 대해서도 아무렇지 않기 이야기하고, 자신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주니 우리들로서는 ‘땡큐’가 아닐 수 없다. 요즘 여자 애들은 대부분은 섹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것 같다.”
젊은 여성들의 적극성은 ‘몸’과 ‘몸의 쾌락’에 민감한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도 있다. 과거 어머니 세대는 몸보다는 정신, 몸의 쾌락보다는 ‘인내’를 더욱 중요한 가치로 여기고 살아왔다.
그러니 섹스에 대해서도 당연히 적극적일 수가 없었던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 그러나 ‘먹고 살만한’ 세상이 되자 이제 더 이상 인내의 가치는 사라지기 시작했고 몸에 대한 담론이 봇물을 이루면서 젊은 세대들 역시 자신의 몸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쾌락’이라는 것에 더욱 적극적으로 추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섹시’를 강조하는 미디어와 광고의 등장은 이러한 쾌락에 대한 추구를 더욱 가속화시켰다고 할 수 있다. 여자 연예인들의 누드 역시 성에 대해 보다 자유로운 인식을 강화시켰다. 이렇듯 요즘 젊은 여성들의 성에 대한 적극성은 다양한 시대적, 문화적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방성- 섹스가 뭐 어때서
20대 젊은 남녀의 또 하나의 특징이라면 성에 대한 ‘개방성’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방성은 적극성과 비슷해 보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적극성이 ‘실천’의 영역에 속한다면 개방성은 ‘마인드’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섹스는 더 이상 ‘금기의 영역’은 아니다. 따라서 과거보다는 좀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이고, 서로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함께 대화해야 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한 남녀 커플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먼저 김모(26)씨의 이야기다.
“솔직히 이제 우리도 성인인데, 섹스에 대해서 쉬쉬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비록 은밀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름 사람도 아닌 당사자들끼리 대화조차 ‘은밀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어차피 다 즐기자고 하는 것 아닌가. 데이트할 때에도 ‘어떻게 하면 신나게 놀 수 있을까’라는 생각하는데, 그보다 더 재미있는 섹스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을까’를 이야기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지 않은가.”
남성 역시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차피 섹스란 것은 두 명이서 하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의견의 존중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그게 아니라면 그냥 혼자서 자위를 하면 그만이다. 둘이 함께 하는 ‘공동작업’에서 대화는 필수적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그것은 둘이 하는 섹스가 아니라 누군가가 희생을 해야 한다. 그것은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할 뿐, 즐거움은 위한 섹스라고 볼 수는 없지 않은가.”
섹스에 대한 이야기는 또래의 동성친구와의 자연스러운 주제가 되기도 한다. 특히 여성들끼리는 터놓고 이야기도 하는 경우가 많아 수다를 떨면서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다보면 간간이 섹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게 마련. 그럴 때 여성들은 부끄러워하지 않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때로는 자기 남자친구들의 ‘섹스 능력’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한다고. 대학생 김모(22)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섹스에 대해 비교적 개방적이라고 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도 탁 터놓고 마음을 드러낼 수 있는 상대는 그리 많지 않다. 엄마하고 그런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교수님하고도 힘든 이야기 아닌가.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또래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게 된다. 여러 남자를 사귀어보지 못했으니 경험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친구의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여러 가지 간접경험을 하는 경우도 많다. 섹스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은 우리들에게는 그나마 좋은 경험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중성-그래도 내 여자는…
비록 20대들이 섹스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역시 보수적인 한계는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들 역시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문화의 범주 안에서 배우고 생활해야 하니 마지막 한계선을 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중성은 여성보다 남성들에게서 더욱 유별나게 나타나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중성의 핵심은 ‘섹스에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여자가 좋기는 하지만 내 여자가 그러는 건 용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그런 여자하고는 결혼하기가 어렵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이는 전형적인 보수성향의 이중성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는 여성을 ‘섹스 대상으로서의 여성’과 ‘동반자로서의 여성’을 구별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엄밀하게는 남성중심주의적인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쾌락은 마음껏 즐기지만 내 여자만큼은 그러한 쾌락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생각에는 여성 스스로의 쾌락과 의지 등은 완전히 배제되는 것. 최모(27)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솔직히 내 여자가 난잡한 성생활을 하는 것을 용인할 수 있는 남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진정성이 결여된 관계가 아니면 그것을 용인하기는 아마도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런 걸 성에 대해 이중적이라고 하면 딱히 할 말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런 마음들은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본능적인 것이 아닐까?”
물론 최씨의 말대로 이는 어느 정도는 ‘본능’의 영향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능이라는 것 일부분은 문화적인 것과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는 기성세대들의 보수성이 젊은 층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20대의 성은 분명 기성세대와는 달라졌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기성세대들이 이러한 20대의 모습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20대의 성담론은 더욱 더 ‘자신들끼리의 이야기’가 되고 기성세대와의 그것과는 격차를 벌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호·야밤닷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