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기자가 만난 사람들] ‘리콴유가 말하다’의 번역자 석동연 대사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

2015-07-27     박찬호 기자

누가 NO.1이 될 것인가? 중국인가, 미국인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국에 대한 지침

[일요서울 | 박찬호 기자] 미국 하버드대 그래엄 앨리슨 교수와 로버트 블랙윌 외교협회 연구원이 리 전 총리와의 인터뷰 및 그의 저서와 연설문을 발췌 편집하여 출간했다. 저자들은 1장부터 9장까지 아시아의 미래 정세 등과 관련한 70가지 현안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이에 대한 리 전 총리의 답변 형식으로 구성했다. 책을 옮긴 석동연 전 주홍콩총영사는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지금도 여전히 인민일보와 환구시보 등에 활발히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책을 번역한 석동연(61) 대사를 만나 “리콴유가 말하다” 대해 들어본다.

- 리콴유와 싱가포르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 싱가포르의 국부 리콴유(1923〜2015) 전 총리가 지난 3월 23일 91세를 일기로 서거했습니다. 1959년 싱가포르의 초대 총리로 취임해 1990년까지 31년간 재임하면서 신생국 취임당시 1인당 소득이 400달러던 싱가포르를 5만6000달러의 선진국으로 이끈 신화적인 인물입니다. 부정부패가 없는 청렴한 나라로 전 세계 속에 우뚝 섰습니다. 인구 500만 명의 도시 국가의 지도자가 아니라 세계 역사의 흐름을 바꾼 지도자입니다.
리콴유에 대한 평가는 극단적으로 엇갈립니다. 탁월한 통찰력과 강력한 추진력, 실용주의 등 국가지도자로서의 뛰어난 역량을 평가받고 있지만 언론 규제, 자유 억압, 강권 통치, 총리 세습 등으로 호된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 이번에 출간한 “리콴유가 말하다”는 어떤 책인가요.
▲ 신간 ‘리콴유가 말하다’는 하버드 케네디스쿨 국제문제연구소장 그래엄 앨리슨 교수, 미외교협회 연구원 로버트 블랙윌이 2012년 리콴유와 인터뷰했던 내용을 주로 실었습니다. 내용은 미래 세계의 앞날에 대해 리콴유의 견해를 통해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슬람 세계에 대한 통찰력은 탁월했습니다. 리콴유는 “이슬람주의자들은 이슬람의 영광을 재현할 때가 무르익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지하디스트 들은 제2의 전장으로 이라크를 선택했습니다. 목표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을 몰아냈던 것처럼 미국을 이라크에서 몰아내는 것입니다. 몇몇 나라의 과격 이슬람 단체들은 문명의 충돌을 획책하고 있으며 석유의 힘으로 그 수단을 마련하고 있습니다”라고 예측했습니다. 인터뷰 당시만 해도 이슬람국가(IS) 같은 이슬람 테러집단이 준동하지 않았을 때 이미 IS 출현 등을 예견한 것입니다. 리콴유의 예견은 이슬람 문제뿐만이 아니라 여러 곳에서 나타납니다.
이슬람 세계뿐만이 아닌 중국의 미래, 미국의 미래, 미.중 관계의 미래와 글로벌 이슈들은 우리나라의 지도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들도 꼭 읽었으면 하는 부분입니다.

이론보다는 행동을 중시한 리콴유

리콴유의 철학에 대한 견해는 독특합니다. “내 삶을 인도하는 것은 철학이나 이론이 아니다. 내가 할 일은 실제적인 해결책을 찾는 일이고, 내가 찾은 성공적인 해결책들에서 어떤 원칙을 추출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 몫입니다. 나는 이론에 따라 무슨 일을 하는 법이 없습니다. 내 방식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지 궁리하고 여러 대안을 검토한 끝에 해결책을 찾으면 그 연후에야 그 해결책의 원리적 배경을 규명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소크라테스는 나에게 아무 지침이 못됩니다. 내가 관심이 있는 것은 실제로 통하는 해결책입니다. 상충하는 입장들이 난마처럼 얽힌 중요한 난제를 만났을 때 나는 제안된 해결책이 통하지 않으면 어떤 대안들이 있는지를 검토합니다. 막다른 궁지에 몰리는 일은 없는 것입니다.”
리콴유는 중국에 대해서도 “중국의 의도는 세계 최강국이 되는 것”이라면서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 중국을 방해한다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임을 알기 때문에 각국은 자신의 입장을 재설정하고 있습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이 부채와 적자로 인해 울퉁불퉁한 험로를 지나고 있긴 하지만 이류 국가로 전락하는 일은 없으리라고 확신합니다”면서 “미국의 자유로운 사고와 제반 사회 여건은 어려움을 헤쳐 나오는 원동력이었습니다. 미국은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리콴유는 덩샤오핑 이래 시진핑 주석까지 중국 지도자들과 린든 존슨부터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역대 미국대통령들이 지혜를 구한 인물입니다. 한국과의 인연도 각별합니다. 박정희,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등과 교분이 깊습니다. 1999년 타임지는 ‘20세기 아시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0인’에 리콴유 전 총리와 박정희 전 대통령을 나란히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리콴유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위대한 정치인이자 20세기 아시아의 부흥을 이끈 위인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 이 책은 어떤 사람이 읽었으면 하나요.
▲ 이 책의 초점은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데 있지 않고 미래와 다가오는 도전 과제에 맞추어져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거센 파도를 헤치고 전진해야 하는 대한민국호의 선장과 선원, 승객 모두에게 나침반의 역할을 하고 길잡이가 되었으면 합니다. 외교 입안자, 글로벌기업 CEO, 미래세대 주인공인 젊은이들이 읽었으면 합니다. 오늘날의 글로벌 이슈들에 대한 리콴유의 통찰력 있는 분석들 중 정수를 모은 이 책은 미래의 세계정치를 이해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의 한번쯤 읽었으면 합니다. ‘리콴유가 말하다’를 읽으면 왜 역대 모든 중국, 미국의 최고지도자와 글로벌 기업 CEO들이 리콴유를 만나 지혜를 구했는지를 아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국에게 교훈과 영감을 주는 책입니다.

 

【번역·감수한, 석동연 대사는】
석동연 대사는 외대 인도어과와 미국 Fletcher 법학·외교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았다. 1976년 제10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이래 36년간 외교관생활을 하는 동안 20년 가까이 중국과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주 홍콩총영사 등 중국에서 세 차례 근무하고 동북아역사재단 사무총장을 역임하였다. 여전히 인민일보, 환구시보, 홍콩대공보에 활발히 기고하고 인터뷰를 하고 있다.
chanho2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