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의원 출신 현기환 역할에 한계론 대두
청와대 정무라인 ‘역대 최약체’ 혹평 받는 이유
“특임장관, 정무장관 신설로 후반기 친여의도 필요” 지적
김재원 정무특보, “카드도 없고, 대통령 면담 기회도 없다”
YS 시대 이원종 등 막강했던 과거 청와대 정무라인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7월 21일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최고위원들과 반주를 겸한 저녁식사를 했다. 자리가 파한 뒤 김 대표와 김태호 최고위원,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2차’를 가기로 했다. 김 최고위원은 자신의 단골인 청와대 인근의 통닭집으로 가자고 했고, 김 대표에게 “형님, 현기환 정무수석도 오라고 하시죠”라고 권유했다. 김 대표는 승용차 안에서 전화를 걸어 “니 어디 있노? 별 일 없으면 우리와 한 잔 하자”고 했다. 현 수석은 별도의 저녁 자리를 급하게 마치고 합류했다.
청와대와 여당 지도부 사이의 변화된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박 대통령 취임 후 세 번의 정무수석(이정현 박준우 조윤선) 때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유승민 파동’ 이후 당청 관계가 회복됐기 때문이지만 개인적인 친분도 작용했다.
김 대표와 김 최고위원, 현 수석은 PK(부산·경남) 동향으로, 평소 호형호제 하는 사이다. 김 최고위원은 그동안 몇 차례 돌출행동으로 김 대표와 충돌했지만 사석에선 여전히 ‘형님’으로 모신다. 현 수석도 김 대표와 형, 아우 하는 사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이 현 수석을 발탁한 건 김 대표와의 소통을 위한 ‘맞춤형 인사’라는 말도 나온다.
그러나 개인적인 친분과 당청 관계 업무 협조가 항상 같이 가지는 않는다. 대형 현안이 생기면 친분관계가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정가에선 벌써부터 김 대표와 현 수석 사이를 걱정어린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일단 두 사람은 연배와 국회의원 선수(選數)에서 큰 차이가 있다. 현 수석은 초선 의원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초대와 3대 정무수석이었던 이정현 의원과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비례대표 초선이었다. 이들은 여당 지도부의 맞상대가 되지 않았다.
심지어 2대 박준우 정무수석은 직업 외교관 출신이어서 여의도 정가에선 모습조차 보기 어려웠다.
그런 한계가 있음에도 박 대통령이 현 수석을 기용하자 그동안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던 박근혜 정부 정무수석들의 위상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무수석이 여당 지도부와 현안을 조율하기보다는 ‘연락책’ 역할만 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에 대해선 반론도 있다. 부산지역의 한 언론인은 “현 수석은 업무추진력이 대단하다. 특히 한 가지 목표가 주어지면 물 불 가리지 않고 이뤄내는 스타일이다. 아마도 대통령의 오더를 받으면 아무리 김무성 대표라도 거칠게 대들면서 관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당청관계는 다시 멀어진다.
이 때문에 정무수석 역할을 제한하고 과거 정부처럼 정무장관이나 특임장관을 둬서 여의도와 소통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이재오 특임장관은 당내 친이계의 기강을 잡는 ‘군기 반장’ 역할을 했다.
만일 현 직제를 유지하려면 정무수석의 격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의 정진석 정무수석은 3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갔다. 국회의원 선수가 높지 않더라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 정무수석에 앉으면 당청 관계가 원활해질 수 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이원종 정무수석이 대표적이다.
사실상 유명무실해진 대통령 정무특보제도에 대한 정비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윤상현 정무특보는 유승민 파동 때 정확한 상황인식을 갖고 대처하기 보다는 친박계의 ‘행동대’ 역할을 주로 했다. 김재원 정무특보는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정무특보의 활동에 한계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김 특보는 “사실 정무특보라고 해도 활동을 위해 사용할 카드가 나오는 것도 아니고, 대통령과의 접촉 기회도 별로 없다”고 토로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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