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김무성發 오픈프라이머리의 숨겨진 진실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여부를 두고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오픈프라이머리 제도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미국 방문 길에 오른 김 대표는 개방형 선거제 도입 필요성을 더욱 강조할 전망이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이 사실상 오픈프라이머리 여야 동시 실시 제안을 거부하면서 찬반 논쟁도 가열될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김 대표가 대권 도전을 위한 정치적 기반 마련을 위해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고 의혹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국민여론은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찬성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이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불거진 오픈프라이머리 찬반 후폭풍이 어디로 향할지 알아봤다.
- 목숨건 ‘개방형경선’ 야권신당 세력 연대설까지
- ‘전략공천’ 카드 박근혜·문재인 ‘적과 동침’에 빠졌지만…
박 의원의 안을 좀 더 설명하면 한 지역구에 여야 후보가 한꺼번에 나와서 상위 2사람(여야2, 여2, 야2, 여1야1)이 본선을 치르되 만약 50% 이상 득표를 한 사람은 본선 없이 당선시키고 과반을 득표하지 못할 경우 본선을 치르자는 것이다.
공통점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취지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김 대표와 박 의원의 안이 국민참여율이 높고 새정치연합의 경우가 부분국민참여형 제도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 미세한 차이가 차기 대권 주자의 이해관계와 함께 청와대 공천권 입김까지 차단할 수 있어 정치적으로 민감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오픈프라이머리 3가지 유형
일단 김 대표의 안은 선거때마다 불거진 한국정치의 고질병인 계파정치, 보스정치에 따른 공천권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주자는 취지다. 당원과 국민들 모두를 대상으로 한 완전개방형 경선제도로 여야 동시 실시를 통해 ‘역선택’을 최소화하고 있다. 국민여론 역시 최근 리얼미터 전국조사에서 김 대표의 안에 대해 찬성 여론이 60%가 넘게 나타났고 반대 의견은 19.8%에 불과했다.
그러나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일단 선거구별 실시되는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국민이 3000명 미만으로 정치적 무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조직동원’ 문제는 여전히 존재할 수밖에 없다. 역선택 역시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위적으로 상대편 경선인단에 참여시켜 정작 찍지도 않을 후보를 선출하거나 상대 정당의 약체 후보에 투표하는 역선택도 문제된다. 무엇보다 야당에서는 여성, 장애인, 정치신인들에게는 진입장벽이 높은 대신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에게 유리하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반대한고 있다.
이에 새정치연합 혁신위에서는 위와 같은 부정적인 면을 들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반대를 표명했다. 특히 최인호 혁신위원은 김 대표를 겨냥해 ‘자기 대권용’ 일환인 정략적 제안이라고 비판했다. 최 위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무성식 오픈프라이머리의 구체적 문제점 4가지’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 현역의원 재공천통한 대권 도전 정치적 기반 강화 ▲ 비박우위 의석 분포 유지 ▲ 박근혜 대통령 공천 영향력 축소 여권 질서 재편 ▲ 도입 실패 시 공천주도 위한 명분 축적용으로 내다봤다.
최 위원의 이런 시각은 김 대표가 25일 미국 방문길에 오르면서 좀더 구체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새정치연합 혁신위에서 24일 자신의 오픈프라이머리 동시 실시 제안을 반대하자마자 당일 “반개혁적 방향으로 가는 야당을 국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 “국민의 압박을 견디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여론’을 앞세워 공세 수위를 높였다. 김 대표로선 야당의 반대를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높은 국민여론 찬성의견을 바탕으로 정면돌파할 뜻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특히 이번에 방문한 미국은 오픈프라이머리가 오랜 기간 시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미국 의원들과의 회동에서 자연스럽게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논의가 오가면 국내에서도 공론화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복안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일정 말미에 LA에서 현지 한인 차세대 정치지도자들과 ‘오픈프라이머리’를 주제로 한 토론회도 가진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자연스럽게 미국 출장 정리 및 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무성, 문재인 ‘왕따전략’ 신당과 연대?
특히 여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야권 발 정계개편 흐름에 ‘오픈프라이머리’를 매개로 과감한 제안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여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김 대표가 이번 미 방문길에 조용하게 다녀오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야당이 반대한 마당에 야당 밖의 찬성 세력과 함께 새정치연합 즉 문재인 세력을 고립화시키려는 깜짝 발언이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인사는 구체적으로 “YS 정치 스타일을 물려받은 김 대표다”라며 “김 대표 입장에서 비노 세력 특히 야당 밖에 있는 천정배-박준영 등 호남 세력과 오픈프라이머리를 통한 연대를 제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럴 경우 ‘오픈프라이머리 찬성세력=개혁 세력’과 ‘반대세력=반개혁세력’으로 구분해 향후 정계개편 구도를 주도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더불어 완전국민경선제도에 부정적인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 세력의 대국민 고립화 전략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김 대표 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청와대의 공천 입김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으로 내다보고 있다.
청와대와 친박 주류입장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최소한 ‘레임덕 심리적 마지노선’인 20석의 친박 세력을 만들어야 하는 절박함이 강하다. 그러나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할 경우 인위적으로 공천과정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오히려 경선과정에 ‘박심’이나 ‘청와대 개입의혹’이 불거질 경우 역풍도 불 수 있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반면 새정치연합의 경우 기존 국민참여경선에 전략공천 20%를 고수할 전망이다. 김상곤 혁신위는 김 대표의 오픈프라이머리 제안에 반대하면서 도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 현행 공직선거법상의 사전선거운동 금지 규정 폐지 ▲ 정당의 노선과 정책이 희석되거나 실종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을 내세웠다. 그러나 구체적 대안 언급은 하지 않은 채 “시기적으로 8개월 남은 총선에서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은)정치신인의 공정한 경쟁이 힘들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새정치연합의 문재인-김상곤 지도부입장에서는 오픈프라이머리가 국민들의 찬성 의견이 높고 공천 개혁 수단으로 현대 정치에 가장 바람직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반대하는 데는 역시 이유가 있다. 친박 주류와 청와대와 마찬가지로 ‘자기사람 심기’에 대한 미련이 강하기 때문이다.
박근혜-문재인 ‘자기사람 심기’ 동병상련
오픈프라이머리 반대 명분은 ‘정치신인 등 소외된 약자의 정치진출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지만 속내는 친문(문재인) 세력 결집과 함께 차기 대권을 위한 우군을 최대한 많이 확보해야 하는 필요성 때문이다. 김상곤 혁신위원장 역시 과거 경기도지사 선거 경선에 나가 기존 현역의원에게 패한 경험이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에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다.
결국 김 대표가 전격적으로 제안을 했지만 청와대와 친박 그리고 문재인-김상곤 새정치연합 지도부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얽혀 오픈프라이머리를 두고 고차 방정식 풀기에 직면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민의 찬성을 등에 업고 정면돌파하려는 김 대표와 ‘자기 사람심기’에 전력투구를 벌여야하는 문 대표 지도부와 청와대가 아이러니하게도 ‘동병상련’에 빠진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