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자 필승론’ 다시 나오는 까닭

여야, 일단 따로 움직입시다…꿈틀대는 ‘非의 반란’

2015-07-20     박형남 기자

87년 노태우-김영삼-김종필-김대중 때 ‘4자 필승론’ 대두
여권 : 새누리당 vs 비박신당 혹은 친박신당 창당설 솔솔
야권 : 새정치연합 친노 vs 비노 신당 통해 호남 주도권 싸움
비노 신당+비박 신당 등 각종 합종연횡 가능성까지 거론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최근 정치권에서 정계개편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감이 깊어지면서 어떻게 해서든 활로를 찾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현재로선 구체적인 밑그림이 제시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비노계 중심의 ‘비노 신당’이라는 원칙 아래 움직이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비노계에서는 “문재인 대표로는 총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일각에서 새누리당 비박계 중심의 신당창당론도 오르내리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등 개혁적 보수 세력을 결집해 신당을 만들자는 바람도 있다. 친박계에 완패한 비박계가 탈당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가능성은 남아있다. 친노계에 반감이 심한 비노계도 정계개편의 유혹을 느끼고 있다. 이는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던 4자 필승론과 유사하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2015 4자 필승론’이 다시 나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4자 필승론이란 여야에서 각각 신당을 만들어 독자 출마를 선언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4자 필승론의 역사는 지난 1987년 대선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당시 김대중, 김영삼 후보의 후보단일화가 불가능하자 두 사람이 따로 출마를 했다. ‘김대중-김영삼-김종필-노태우’ 4자 구도가 형성될 경우 승리할 수 있다는 게 김대중 후보 측의 선거 전략이었다.

실제로 노태우 TK(대구·경북), 김영삼 PK(부산·경남), 김종필(충청), 김대중(호남)이 각자의 지역을 가져가면 수도권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후보인 김대중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김대중 후보가 내세운 ‘4자 필승론’은 결국 실패로 드러났다. 이후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0년 김종필 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 및 민주정의당과 3당 합당해 민주자유당을 만들어, 대선에서 승리했다.

비박계-비노계
4당체제로 선거

최근 여야에서는 ‘4자 필승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새정치연합 안팎에서 야당의 분열을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됐고, 여당에서도 신당론이 흘러나오면서 4자 구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여당 신당파와 야당 신당파가 연대하거나 합당하면 승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즉 ‘4자 구도 필승론-연대’해 개헌 등을 시도하자는 것이다.

새누리당 비박계 핵심 중진 의원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개혁적 보수인 당내 비박(비박근혜)계와 합리적 진보인 새정치민주연합 비노(비노무현)계가 지역, 계층을 초월해 통일을 지향하는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는 얘기를 물밑에서 많이 하고 있다”며 “지금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양당보다는 4당체제로 내년 4월 20대 총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때만 되면 영·호남에서 여야 공천을 받으려고 어중이 떠중이가 마구 설치지 않느냐”며 “4당체제로 선거를 치르면 각 당이 실력있는 후보를 고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새누리당 후보와 비박 신당 후보가 영남에서, 새정치연합 후보와 비노 신당 후보가 호남에서 각각 각축전을 벌일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양당체제의 폐단을 지적 다당제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 

국민여론 역시 나쁘지 않다. 서울신문이 지난 13~14일 에이스리서치에 의뢰,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양당제(25.9%)보다는 다당제(51.8%)를 선택한 응답자가 2배 많았다. 심지어 신당 창당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51%인 반면, 불필요하다는 의견은 34%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나돌고 있는 ‘4자 필승론’이 실현 가능할까.

호남 민심, 새정치 외면
비노 신당 ‘초읽기’

먼저 새정치연합 내부 사정부터 살펴보자. 호남에서는 야당의 승리가 가능하다고 믿었던 19대 총선과 18대 대선 패배, 그리고 재보선 패배로 새정치연합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졌다. 최근 새정치연합 전북도당과 전남도당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살펴봤을 때 신당 후보에게 12%, 15%로 밀린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김상곤 혁신위위원장의 혁신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라 충격을 주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비노계 사이에서는 선거에 잇따라 패배한 문재인 대표의 거취가 포함되지 않은 이상 혁신위는 실패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심지어 당내에서는 김상곤호가 문 대표의 바람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분당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박준영 전 전남지사가 탈당을 선언했고, 새정치연합 전직 당직자들도 일부 탈당을 했다. 여기에 현역의원들도 탈당 후 신당창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특히 4월 재보선에서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 서구을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천정배 의원도 ‘개혁적인 전국신당’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1차적으로 뉴DJ 영입에 적극 나선 뒤 여의치 않으면 플랜 B 방안으로 정동영 전 의장과의 연대 및 손학규 전 지사와 함께 간다는 복안으로 신당창당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외에 당내의 비노 중도 세력 3~4개 그룹이 신당 창당 가능성을 저울질하면서 물밑활동을 벌이고 있다. 즉, 친노를 제외하고 비노계가 탈당할 수 있다는 얘기인 셈이다.

이에 대해 탈당 대상 1호로 분류되는 새정치연합 박주선 의원은 “각기 다른 정당을 만드는 것은 국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결국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당) 분위기에 동참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있다. 혁신위 활동 마감시점에 결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의사 표시하는 분도 있다”고 말한 뒤 ‘당내에 20~30명 정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 정도는 충분히 된다”고 답했다. 여기에 안철수, 김한길 의원 등도 신당창당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안 의원과 김 의원 측은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고, 천 의원 측 호남 신당이 아닌 전국신당에 방점을 찍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함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럴 경우 20대 총선에서 호남이 불리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새정치연합은 총선 얼굴마담으로 문재인 대표를 내세우는 반면, 비노 신당에서는 안철수, 김한길 의원 등을 내세워 ‘호남 발 야권재편’을 이룰 수 있다는 게 비노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당청 화합모드 속
공천 두고 갈등 불가피

여권 역시 내년 총선을 향한 당내 갈등이 일어날 소지가 충분하다. 지난 8일 새누리당 의원총회를 통해서 유승민 사퇴문제가 정리됐고, 원유철 의원을 원내대표로 추대해 당청간의 갈등이 해소됐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간의 독대가 이뤄지는 ‘당청 간의 화합’기류가 강하게 흐르고 있다.

특히 수평적 당청관계를 주도해왔던 김 대표가 박 대통령에게 납작 엎드리는 분위기다. 현 상황으로 보면 새누리당은 일단 분열 없이 총선에 임할 가능성이 높다.

일례로 박 대통령과 정면대결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 가운데 김 대표는 7월 초 사석에서 의원 10여 명과의 만찬에서 “유 전 원내대표나 이재오 의원이 쓴소리를 한다고 해서 공천을 안주면 내가 절대로 가만 있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대표는 내년 공천에서 자신도 공천권을 내려놓겠지만 청와대의 입김도 배제하겠다는 복안 하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시도할 계획이다.

이에 반해 친박계에서는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게다가 친박계의 당 장악력을 확인한 이상 박 대통령이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가 여권 내에 파다한 상황이다.

이럴 경우 여권에서도 신당 창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위세력을 중심으로 열린우리당이 창당됐던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대통령이 탈당한 뒤 친박계가 신당을 만들어, 박 대통령이 신당에 힘을 보탤 수도 있다. 박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TK를 기점으로 전국신당을 만들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친박계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황교안 국무총리 등을 전면에 내세울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반해 박 대통령이 당을 만든 이상 탈당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개혁적 성향의 여권 인사들이 오히려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새정치연합, 비노신당, 새누리당, 친박신당 또는 비박신당이 출연해 20대 총선에서 4당체제로 선거를 치른 뒤 비노계와 비박계 간의 연대 등이 얼마든지 이뤄질 수도 있다는 게 정치적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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