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면세점 입찰 뒷이야기
승패 따라 엇갈린 희비…후폭풍은 함께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치열했던 서울 시내면세점 전쟁이 막을 내렸지만 승자도 패자도 후폭풍을 맞고 있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신세계와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은 주가 낙폭의 상황을 맞았다. 그동안 면세점 선정 기대감이 주가를 방어해왔던 만큼 실망감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승자인 HDC신라와 한화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관세청의 심사항목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으며, 한화는 선정 정보 유출 의혹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시내면세점 선정을 둘러싸고 벌어진 뒷이야기들을 들어봤다.
한화 선정 과정 정보 유출 의혹
치열했던 경쟁만큼 후폭풍도 거세게 불고 있다.
탈락의 고배를 마신 업체들은 주가에서부터 타격을 받았다. 그동안 2분기 실적 부진 우려가 계속돼 왔지만 면세점 선정 기대감이 주가를 방어해왔던 터라, 탈락에 대한 실망감이 반영된 것이다.
신세계는 시내면세점 발표 후인 13일 하루 새 11.13%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장 초반에는 13% 넘게 떨어지기도 했다. SK네트웍스도 9.32% 떨어졌으며 현대백화점도 3%가량 하락했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지난달 17만 원대까지 기록한 것과 비교해 볼 때 30%가량 떨어진 수치다.
반면 같은 날 호텔신라는 4%가량 상승했으며 한화갤러리아는 29% 넘게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또 신한금융투자는 호텔신라의 목표주가를 18만 원으로 상향조정했다. 대신증권은 현대산업의 목표주가를 8만2000원으로 올렸다.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탈락한 업체들의 주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백화점 업종의 경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실적 부진이 예고되고 있어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주요 3사의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평균 12%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 업체들은 시내면세점 탈락으로 주가 하락폭이 클 수 있다”면서도 “메르스로 인한 실적 우려가 뒤늦게 반영됐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탈락 업체들의 주가 조정 폭이 커지면 하반기와 내년 영업면적 확대와 신규 점포 효과를 대비한 전략이 유효하다”며 “향후 인수합병(M&A)과 같은 성장 동력을 발굴할 경우 중장기 관점에서의 매수는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거래중지·조사시작
승자들도 마냥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우선, 심사의 공정성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명확하지 않은 심사 항목으로 인해 기업들에게 혼선을 줬다는 것이다.
특히 배점이 가장 높은 ‘운영자 경영능력(1000점 만점 중 300점)’ 항목은 재무 지표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지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시내면세점 선정에 참여한 기업들의 재무제표는 연결 또는 별도 기준에 따라 순위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합작법인과 신규법인에 대한 평가 기준이 확실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합작법인을 평가하는 기준과 실적이 없는 신규 법인에 점수를 주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 시내면세점 심사평가표 공개를 요구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앞서 제주 면세점 특허권 사업자가 선정될 당시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관세청에 세부평가 점수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때문에 최종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화갤러리아는 면세점 선정 정보유출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화갤러리아는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발표 전부터 주가가 급등해 4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면세점 발표 전날 종가 6만 원에서 17만 원까지 올랐다. 그러다 지난 16일에는 단기과열을 이유로 거래가 중지됐다.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 호텔신라나 현대산업 등도 오름세를 보이긴 했지만 선정일 이후 상한가를 기록한 적은 없다.
이 때문에 선정 과정에서 한화갤러리아의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금융당국은 사안의 중대하다는 당국의 판단에 따라 거래소의 심리와 금융위의 조사활동이 시작됐다.
금융위원회 조사단은 미공개정보가 해당 거래에 이용됐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관계기관 임직원과 친인척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조사에 들어갔다. 거래소도 각 증권사에 해당 종목에 대한 거래내역과 해당 계좌정보 등을 보고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상태다.
한편,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의 결과 서울지역 신규 면세점 사업자는 HDC신라와 한화갤러리아가 선정됐다. 중소면세점에는 하나투어가 주도하는 SM면세점이 선정됐다.
이번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에 참여한 기업은 HDC신라면세점(현대산업개발·호텔신라)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신세계, SK네트웍스, 현대백화점, 롯데, 이랜드 등 7곳이다.
끝날 때 까지 끝난게 아니다
면세점 쟁탈 2차전 예고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이 마무리되자마자 시내면세점 쟁탈 2차대전이 예고되고 있다. 서울, 부산 등 면세점 특허심사가 다시 있을 예정이어서 이번과 같은 과열경쟁 양상이 벌어질 것에 대한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시내면세점은 대기업들이 뛰어든 대형 사업인 만큼 구설수가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탈락한 기업들의 경우 건물 임대계약 위약금, 인력 재배치 등에 대한 문제를 무시할 수 없어 이번과 같은 과열 양상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내면세점 2차대전은 연내 만료되는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 본점과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의 워커힐 면세점, 신세계조선호텔의 부산 면세점 등 특허가에 대한 입찰에서 벌어질 예정이다.
관세청은 서울 3개, 부산 1개 등 총 4개의 시내 면세점 특허 입찰 접수를 오는 9월 25일 마감한다. 이후 입찰에 참가한 기업을 대상으로 심사 절차를 거쳐 오는 11월 최종 사업자가 선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