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화하는 신종마약 ‘포괄적 규제법’ 급하다

증가하는 신종마약

2015-07-20     김현지 기자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마약이 변화하고 있다. 무겁게 느껴졌던 코카인, 헤로인, 필로폰 등 과거의 마약보단 가벼운 느낌을 주는 신종 마약이 10대·20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특히 해외 유학생이 증가하면서 신종 마약의 국내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종류 역시 다양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런 마약의 제조 과정을 제조자만이 알 수 있어 그 위험성과 중독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점이다.

다양한 종류, 새로운 유통 경로
제조과정 알 수 없어 더 위험

지난 5월 랜덤채팅어플(랜챗)을 통해 마약을 판매한 부부를 포함, 9명이 구속되고 1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랜챗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사람과 무작위로 채팅을 하는 시스템이다. 익명의 사람과 쉽게 채팅을 할 수 있어 범죄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마약을 판매한 신 씨(남·41)와 부인 김 씨(여·27)가 작년 8월부터 올 4월까지 채팅앱 ‘즐톡’에서 ‘술(필로폰을 뜻하는 은어) 아시는 분’ 등의 글을 올려 마약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필로폰 0.4g을 20만원에 판 혐의 등을 받았다. 

다양해지는 종류와 유통경로

마약 문제는 끊이지 않고 터진다. 특히 유명인사 중심의 마약 사건은 사회적 파장을 가져온다. 지난 6월엔 한류의 원조격인 계은숙(53) 씨가 필로폰 투약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됐다. 계 씨는 2007년에도 일본에서 각성제를 소지한 혐의로 일본활동을 접은 바 있다. 배우 김성민 씨의 필로폰 투약 혐의도 연일 뉴스를 장식했다. 지난 2011년 필로폰 투약 혐의로 징역형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았고, 지난 3월 집행유예 기간을 보름 정도 남기고 다시 체포됐다. 이 외에 많은 스타들이 마약 투약 혐의로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 

최근 들어 마약이 점차 대중화, 신종화 하고 있다. 지난 5월 대구에서 신종 마약을 팔거나 투약해온 외국인 13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사건 조사과정에서 대중의 관심을 끈 건 신종 마약 ‘야바(YABA)'다. 야바는 2000년도 이후 국내에 유입된 필로폰 성분의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정제형 메스암페타민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야바의 가격이 저렴하고 복용이 간편해 주로 청소년, 유흥업소 종사자 등이 사용하는 걸로 보고한 바 있다. 국내에 외국인 노동자가 많아지면서 밀반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통 경로와 방법도 다양하고 치밀해졌다. 식약처가 신종 마약으로 지정한 환각제 ‘러쉬’가 택배 형식으로 국내에 들어오고 있다. 중국, 러시아 쪽 웹 사이트에서 러쉬를 주문할 경우 우편·택배 형태로 받아볼 수 있어, 범죄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2014년 4월 홍콩 웹사이트에서 9ml 분량의 러쉬 3병을 주문, 자신의 관악구 집에서 국제우편으로 이를 받았다가 적발된 사례가 있다.

중국인 유학생 두 명이 러쉬를 들여온 혐의로 최근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신 씨 부부의 사례처럼 모바일로도 마약을 판매·구매한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16일 경찰청(강신명 청장)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검거된 마약사범은 3370명으로 작년 같은 시기(2751명)에 비해 약 22.5% 증가했다. 경찰은 모바일 기기, 인터넷 구매 등의 대중화가 마약류의 유통을 촉진시켰다고 보고했다. 구체적인 수치 외에도 신종 마약을 투여하거나 이에 중독된 환자들의 상담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강남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조성남 교수는 “신종 마약의 99%는 인터넷·모바일 기기를 통해 유통된다”며 “최근 이와 관련된 상담이 증가하고 있다. 신종 마약과 관련된 사례가 꽤 많다”고 말했다.

문제는 신종 마약의 위험성이다. 조 교수는 “마약은 결국 중독 문제로 간다. 중독은 일종의 정신적 질병이다. 신종 마약의 경우 알고 투여한 경우도 있지만,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약물을 우연히 투여하고 이에 중독된 경우가 많다”며 “신종 마약 대부분이 합성 마약이기 때문에, 제조과정을 알 수가 없다. 어떤 약물이 얼마나 첨가됐는지 제조자만이 알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면내시경 검진 때 사용되는 미다졸람, 수면제, 감기약 등 일상에 노출돼 있는 약물의 중독 위험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적발 어려워…예방에 최선 다해야

신종 마약의 한 종류인 LSD는 액상이다. 국내에 반입될 때 LSD를 종이에 발라서 유입되는 경우가 있다. 이 종이를 책갈피 속에 숨겨 들어오면 적발은 더욱 어려워진다. 특히 신종 마약의 경우 유통경로 중 우편·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을 차지해, 이를 일일이 적발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한 해 택배 물량은 15억에서 18억 건 정도다.

조 교수는 “신종 마약을 관리하고 적발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며 예방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모르고 마약을 투여한 사례도 상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많다며 “수면제의 경우 처음엔 한 알만 먹었던 사람이, 먹을 때의 쾌감을 느끼기 위해 나중엔 삼백 알까지 먹은 경우가 있다. 일상에서 모르고 약을 먹은 경우엔 이를 다시 접하기보단 병원에 찾아가 상담을 하는 등의 개인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의 경우 2014년 ‘포괄적 규제법’을 시행했다. 이는 국가에서 지정한 마약 성분이 특정약에 하나라도 포함되어 있으면 그 약물 자체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게 주 내용이다. 이 제도가 시행된 뒤 일본의 마약 사건이 절반 이상 줄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본의 사례를 참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yon8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