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사퇴 정국] 여당 3인 기상도

‘생각대로’ 밀어붙여 웃고, ‘생각만’하다 울고…

2015-07-13     박형남 기자

 

[일요서울 ㅣ 박형남 기자] 거부권 정국으로 불거진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일단락됐다. 유 전 원내대표는 자진사퇴 형식으로 전격 사퇴했다. 이후 정치권은 인물별 기상도 매기기에 한창이다.

극적인 반전을 꾀한 이도 있었고, 상처만 남게 된 이도 있었다. 이른바 ‘유승민 정국’ 손익계산서. 유승민 원내대표가 물러난 덕에 당-청 간의 갈등은 봉합했다는 분위기가 크지만 그 아래에선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새누리당 스스로 입법부의 독립성을 훼손시켰다는 비판도 슬며시 나오고 있다.

   유승민, 권력과 싸워 패했지만 ‘소신 정치인’ 이미지 구축
   김무성- 오락가락 줄타기 행보에 이미지 관리 비난도


‘민주투사’ 거부권 정국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얻은 새 별명이다. 거부권 정국에서 청와대와 친박계로부터 ‘사퇴압박’을 끝내 이겨내지 못한 유 전 원내대표가 원내대표 자리와 맞바꿔 얻은 ‘훈장’이다. 그는 ‘정치인 2세’로 아버지의 후광을 입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재 권력인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여 “소신 정치인”이라고 칭송하고 있다. 여권 한 관계자의 평가를 들어보자.

유승민 전 원내대표
“얻을 것 다 얻었다”

“중도개혁세력이었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는 국민보다 당 상황 때문에 막혔다. 그러나 유 전 원내대표는 ‘헌법 1조 1항’을 내세우며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승부를 하는가 하면, 국민들에게 개혁적 보수의 길을 가겠다고 선포했다. 당내 세가 약해 물러났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당이 가야할 길이다.

여당 의원들도 이 부분에서만큼은 고개를 끄덕인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이제 유 전 원내대표에겐 사람들이 모일 일만 남은 것 같다. 여권 내 또 하나의 큰 축이 세워진 셈이다. 유 전 원내대표를 찍어내려 했던 청와대로선 낭패감이 클 것이다. 결과적으로 유 전 원내대표에겐 남는 장사였다.”  

유 전 원내대표가 친박계 인사들의 압박에도 버티려고 했던 것은 그만의 ‘원칙’ 때문이다. “최고위원들이 사퇴하라고 해서 사퇴를 하는 것은 원칙에도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전례를 남긴다”는 점에 ‘의원총회’에서 결론을 내달라고 요구했던 것. 또 여론도 유 전 원내대표에게 우호적이었다. 여권 한 인사의 말은 이랬다.

“유 전 원내대표에 대해 국민들은 잘 모른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전국적인 인지도와 지지도를 올렸다. 일부에서는 20대 공천이 어렵다고 말하는데 공천을 받지 못하더라도 무소속으로 나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박 대통령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했듯, 유 전 원내대표도 ‘여당 내 야당’ 이미지를 구축했다. 향후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가 중요하지만 지금은 단숨에 차기 대권 후보라는 것에 쐐기를 박은 것이다.”

특히 유 전 원내대표의 몸값이 상승한 것은 현재 권력과 싸웠다는 데 있다. 정치권 인사들은 만약 유 전 원내대표가 곧바로 사퇴했다면 박 대통령에게 패배해 정치적 생명이 끝났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른 여권 관계자들은 “친박계와 청와대에서 기대했던 것은 이런 그림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무성 대표
“얻은 것도 없고…”

사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이번 거부권 정국은 정치력의 시험대였다. 당대표로서 청와대와 여당 갈등을 막아야 하는 그로선 당·청 갈등을 막아야 할 막중한 임무를 맡아야 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로 일어날 당 내부의 갈등도 막아야 했다. 여기에다 유 전 원내대표도 끌어안아야 했다. 삼중고에 시달렸던 셈이다.

당초 김 대표는 국회법 개정안 제의안을 폐기하면 당청 갈등이 봉합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배신의 정치”를 언급하면서 김 대표의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오히려 친박의 공세가 갈수록 거세졌다.

김 대표로서는 당·청 목소리를 예의주시하며 모호한 스탠스를 유지했다. 이로 인해 당내에선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다”, “수평적이기보다 수직적 당청관계가 됐다”는 비판에, 일부 언론에서는 “어정쩡하다”는 따가운 시선에 시달렸다.

이에 김 대표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오락가락한다’, ‘어정쩡하다’, ‘눈치만 본다’며 많은 비판과 비난을 참고 견딘 것도 당의 단합과 화합을 위해서였다”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유 전 원내대표 사이에서 줄타기를 했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김무성 리더십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구나 “청와대에 할 말은 하겠다”는 과거 입장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여, 대권 주자로서의 이미지도 실추됐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일각에서는 지난해 10월 중국 상하이 개헌 발언 등으로 인해 청와대로부터 반격당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과 충돌을 피하고 청와대와의 보조를 맞추는 것이 김 대표의 대권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유 전 원내대표 사퇴에 앞장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을 의식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 의원실 관계자는 “김 대표가 당-청, 비박-친박 간의 갈등을 봉합하려 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대권 주자로서는 치명적인 행보를 보였다. 대권 후보로서의 리더십에 의문이 제기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김태호 최고위원
“어정쩡하네~”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은 유 전 원내대표가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유 전 대표를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의 자리는 집권당의 실행자 자리지 개인정치의 자리는 아니다. 책임을 지는 모습 그것이 책임정치고, 정도정치다”라고 말했다. 욕설까지 나왔던 지난 2일에는 연일 강성 발언으로 ‘유승민 사퇴’에 앞장섰다.

당내에선 “비박계인 김 최고위원이 친박계로 탈바꿈했다”고 말한다. ‘박심’을 얻어 친박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당내 분란을 오히려 가중시켰다는 평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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