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시내면세점 사업자 발표 ‘지상중계’

'이부진 리더십' '김승연 63빌딩' 크게 웃었다

2015-07-13     이범희 기자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유통재벌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던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사업자가 발표됐다.  관세청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10일 오후 5시 영종도 인천공항세관에서 서울지역 3곳과 제주지역 1곳의 신규 면세점에 대한 특허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기업 부문에서는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중소·중견기업 부문에서는 SM면세점(하나투어 컨소시엄)이 최종 선정됐다.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신규사업자로는 지방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가 선정됐다. 사업권을 거머진 이들 회사들은 황금알은 물론 오너 자존심까지 잡는 등 두마리 토끼를 잡았다.

HDC신라-한화-SM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롯데 탈락
용산·여의도·인사동·제주 중문에 사업장 신규 설치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둘러싼 업계의 쟁탈전은 불꽃이 튀는 현장이었다. 최종 PT가 열린 지난 9일까지도 사업권 유치를 위한 각기업들의 숨은 노력이 알려질 정도로 사활을 걸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사촌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손을 잡지 않고 경쟁사인 범현대가의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과 손 잡은 것도 이례적이었다. 마찬가지로 정몽규 회장은 조카인 정지선 현대백화점 그룹 회장과 손을 잡지 않아 선정발표 전부터 이목을 끌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신의 한수가 됐다.

이부진-정몽규
합작카드로 진입 성공

30%를 웃도는 시장점유율 탓에 독과점 논란이 일었지만, 양 사의 ‘합작 카드’로 15년만에 열린 신규면세점의 문을 통과했다.

호텔신라의 면세점 운영능력과 현대산업개발의 용산부지가 결합해 단숨에 유력 후보로 떠올랐고 경쟁사들을 긴장케 했다. 합작을 통해 현대산업개발은 전무한 면세점 운영노하우를 갖췄고, 호텔신라는 용산부지를 획득하는 동시에 ‘독과점’이라는 비난에서도 한 발 멀어질 수 있게 됐다.

또한 이들이 내놓은 용산 ‘DF랜드’의 청사진은 인프라와 사업계획 면에서 손색이 없다. 상권이 시들해진 용산지역에 6만5000㎡ 규모의 초대형 면세점을 짓고, 400여대 주차가 가능한 대형 주차장을 구비했다. 기차역, 지하철역이 연결돼 강북과 강남, 서울과 지방, 공항과 도심을 연결한다는 접근성 측면에서도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는 이 같은 운영 경쟁력뿐 아니라 이부진 사장의 리더십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사장은 앞서 메르스 사태로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자, 중국을 직접 찾아 현지 여행사 및 국가여유국 및 외교부 관계자를 잇달아 면담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지난 9일 있었던 면세점 사업 관련 프레젠테이션장에도 직접 나타나 “잘되면 여러분 덕, 안 되면 제 탓”이라며 담당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선정된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는 여의도 63빌딩을 면세점 승부수로 던진 게 주효했다.

갤러리아가 지난해 6월 문을 연 제주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며 사업 첫해 흑자를 달성, 국내 면세 사업자 중 최단 기간 내 수익을 달성한 점도 경쟁력이 됐다.
황용득 갤러리아 사장은 발표 하루 전 진행한 입찰기업 프레젠테이션(PT)에서 이 같은 경험을 적극 어필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러리아 제주공항면세점은 현재까지 안정적인 매출실적을 기록하며 성장하고 있다.

갤러리아 측에서 내세운 63빌딩 면세점의 규모는 1만72㎡로  아쿠아리움, 한강전망대 등 63빌딩 내 주요 관광시설과 고품격 카페·레스토랑 등 각종 편의시설을 합치면 3만6472㎡ 규모의 대형 쇼핑·문화 관광 공간이 탄생한다.
또한 63빌딩 면세점은 시내 중심부에 위치하지 않아 주차공간이 넉넉하고 도심교통체증을 피해갈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서울의 동맥인 ‘한강’과 우리나라 정치·경제의 중심지 ‘여의도’를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관광코스와 쇼핑 명소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중소기업 신규 면세점 사업자로는 SM면세점이 선정됐다.
제주지역 시내면세점 사업자에는 제주관광공사가 최종 선정됐다.

제주관광공사는 글로벌 마케팅 능력과 함께 기종 중문 면세점 경험 운영 능력을 강하게 어필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지역 상생 동반성장과 함께 신용등급(AA), 자기자본비율(72.8%), 부채비율(37.3%), 이자보상배율(58%), 유동비율(397%) 등의 튼튼한 재무구조를 내세웠다.

특히 공사는 개점 5년내 매출 1000억 원과 순익 누계 360억 원을 달성해 관광객 유치 마케팅·관광 인프라 구축·지역사회 환원·중소상권 지원 및 육성 등의 수익금 환원을 통한 지역 상생 동반성장 방안을 제시해 경쟁업체들을 따돌렸다

이재홍 제주관광공사 본부장은 시내면세점 사업자 선정 결과 발표 직후 “이번 심사 결과는 제주관광의 양적 성장은 이룩했으나 질적 성장으로 전환되지 못했다는 대내외 평가, 돈은 많이 있으나 도민들 호주머니에는 들어오지 못한 느낌, 면세사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도민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대기업 중심이 아니라 도민과 호흡할 수 있는 지방공기업인 제주관광공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도민의 염원이 이번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세계DF, 현대백화점DF, SK네트윅스(워커힐면세점),이랜드(이랜드면세점), 호텔롯데(롯데면세점) 등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돈+명예 두 마리 토끼
실검 1위 오르기도

이번 시내면세점 선정 과정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만큼 재계는 물론 일반인들의 관심을 모았다. 누리꾼들은 “누가 선정될지 궁금하다”며 하루종일 궁금해 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하루종일 상승 그래프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시내 면세점 선정만으로도 주가에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할만큼 투자자들이 예의주시했다.  면세점 면적에 따라 다르지만 예상 연 매출은 4000억~8000억 원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시장 규모는 8조3000억 원으로 전년대비 21.6% 늘었고 이 가운데 5조4000억 원이 시내 면세점에서 발생했다. 시내 면세점 매출은 전년대비 30%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서영화 교보증권 연구원은 “면세점 입찰에 성공한 회사는 최소 30% 이상의 주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 연구원은 장충동 호텔신라 면세점(2000평)의 지난해 매출액 1조 원을 기준으로 사업 초기년도 디스카운트 30%와 영업이익률 7% 등을 반영해 추산한 결과 호텔신라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 35.8% 증가가 예상되고 현대백화점은 14%의 영업이익 증가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또 한화갤러리아는 영업이익이 133%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관세청은 특허 심사 과정에서 특허보세구역 관리역량(250점), 운영인 경영능력(300점), 관광인프라 등 주변환경요소(150점), 중소기업 제품판매 실적 등 공헌도(150점), 기업이익의 사회완원 및 상생협력 노력 정도(150점) 등을 반영해 평가했다.
이돈현 관세청 특허심사위원장은 “관세법 시행령 제192조의3 제2항에 규정된 특허심사 기준을 바탕으로 정책연구용역과 특허심사위원 논의, 의결을 거쳐 마련퇸 특허심사위원회 심사 평가표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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