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사태…무슨 일?

유로존 위기…한국경제도 긴장감

2015-07-13     박시은 기자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가 압도적인 ‘오히’(반대)로 나오면서 그리스 사태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가 어려워졌다. 사실상 채무불이행, 국가부도 상태에 이른 것이다. 이로 인해 은행으로 돈을 찾으러 달려 나가는 뱅크런 증가, 외국 자본 탈출로 인한 금융시장의 타격이 커지고 있다. 또 그리스의 모습이 한국경제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와 국내 경제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그리스 사태의 전말을 살펴봄과 동시에 그리스와 한국경제의 유사성, 차이점을 살펴봤다.

   국민투표 ‘긴축안 반대’ 압도적
   노인 기초연금제…한국 안심 못해

그리스는 지난달 30일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추가 연장 없이 종료돼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임박한 상황이 됐다.

앞서 국제 채권단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유럽중앙은행(ECB),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리스의 구제금융을 오는 11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내놨으나 협상 결렬로 지난달 30일 구제금융 프로그램이 종료됐다.

더욱이 국제 채권단의 ‘긴축안’에 대한 찬반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국민의 61.3%가 반대표를 던졌다.

당초 찬반 의견이 박빙일 것으로 예상됐으나 결과는 반대표가 압도적으로 나오면서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 유로존 탈퇴로 이어지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후 그리스는 3차 구제금융 지원을 받기 위한 새로운 개혁안을 승인하고, 채권단에 제출한 상태다.

하지만 돈을 찾기 위해 은행으로 달려 나가는 뱅크런이 잇따르고 있고, 외국자본도 그리스를 빠져나가고 있어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에 대해 낮은 산업경쟁력, 포퓰리즘, 만연한 부정부패, 유로화의 태생적 한계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다.

그리스는 관광, 해운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국제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거의 없다. 노동경쟁력도 떨어져 외국과의 교역에서 오랫동안 적자가 쌓여왔다.

이에 반해 복지는 유럽 최고 수준이다. 평균임금 월 600만 원을 기준으로 그리스는 재정위기 전까지 900만 원 안팎 수준의 연금을 지급해왔다. 영국과 독일은 180만 원과 220만 원 수준이다.

또 사회당 안드레아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1981년 선거에서 승리한 후 10년 가까이 장기집권했다는 점도 그리스 사태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공무원 무더기 채용, 높은 연금 등 포퓰리즘을 일삼아왔기 때문이다.

이 결과 그리스는 1980년대 초 GDP 대비 30%가 채 안 됐던 빚이 지난해 177%(3240억 유로)로 치솟았다. EU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제 채권단이 그리스에 빌려준 돈은 2266억 유로(약 280조 원)이다. 그리스 국민 1인당 3000만 원에 육박하는 국가 빚을 갖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그리스의 모습이 한국 경제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경제위기로 구제금융을 받은 것은 물론, 반도국가의 특성으로 외세의 침탈을 당해온 역사도 비슷하다는 것이다.

한국은 1997년 11월 21일 IMF에 구제 금융을 신청해 195억 달러를 받았다.

다만 한국은 IMF 구제 금융을 조기에 졸업한 모범국가로 꼽히고 있어 그리스와는 다른 결말을 냈다.

안심할 수 없다

당시 한국은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채무 135억 달러를 만기보다 8개월 앞당겨 상환했다. 이 과정에서는 금융기관의 통폐합, 기업 도산, 감원 등으로 인한 실업자 문제, 자살자 속출이란 사회 문제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리스는 구제금융의 대가로 지난 5년간 긴축 정책을 실시했으나 GDP 하락, 실업률 증가가 계속됐다.

하지만 한국이 마냥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 역시 최근 노인에게 최소 10만 원에서 20만 원까지 주는 기초연금제도를 도입해 그리스의 전철을 따른다는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세부적인 내용에서는 그리스와 차이가 있고, 복지제도 역시 그리스보다 건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정치적 포퓰리즘에 관한 한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지적이다.

그리스 사태로 한국경제의 긴장감도 높아진 가운데 그리스의 향후 행방에 귀추가 주목된다.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