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 정국 최대 수혜자는 문재인

“내전은 휴전 상태로”

2015-07-06     류제성 언론인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조성된 ‘유승민 정국’의 최대 수혜자는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여당에 쏠린 데다, 당내 비노계도 대여공격에 당력을 집중하기 위해 그동안 진행됐던 내전(內戰)은 휴전(休戰) 상태로 들어갔다.

물론, 당의 원로들이 분열을 조장하는 ‘훈수정치’를 하고, 일부 중진 의원들이 신당 창당론의 불씨를 살려가고 있지만 일단 큰 불은 꺼졌다. ‘최재성 사무총장’ 카드에 반대해 당무를 보이콧 했던 이종걸 원내대표도 열흘 만인 3일부터 복귀했다. 전날 문 대표와의 심야회동에서 당무운영 전반에 대한 원만한 소통을 약속받은 데 따른 것이다.

이 원내대표가 최재성 사무총장 카드 무산 같은 성과도 없이 당무에 복귀한 건 ‘유승민 정국’의 영향이다. 야당 원내사령탑으로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향한 공격에 집중해야 할 시점에 계속 당무를 거부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문 대표도 이런 상황을 감안해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을 싸잡아 공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문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새누리당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자신들이 통과시킨 국회법을 표결 불참으로 폐기하겠다고 하고, 자신들이 선출한 원내대표를 찍어내기 위해 온갖 추태를 부리고 있다”고 공격했다. 또 “여당은 실종됐고, 새누리당은 국민의 머슴이 아니라 청와대의 머슴이 됐다”고 주장했다.

여당의 갈등을 부추겨 정국주도권을 잡으려는 이런 시도는 일단 성공을 거두고 있다. 김동철 의원의 ‘비노 신당론’도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다. 대신 이종걸 원내대표와의 ‘화해’, 여당 지도부의 대여 공격이 주요 기사가 되고 있다.

그 사이에 문 대표의 지지율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이는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머니투데이 the300과 함께 실시한 ‘국가과제 분야별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6월 30일 1일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1천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에서도 확인됐다. 이 조사에서 문 대표는 23.5%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5월 조사에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에게 1위 자리를 내줬지만 한 달 만에 탈환했다. 이는 김 대표가 ‘거부권 정국’에서 청와대와 유승민 원내대표 사이에서 갈팡질팡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 대한 반사작용으로 분석된다. 문 대표로선 어부지리를 얻은 셈이다.

그러나 여당의 친박-비박 갈등이 진정되면 곧바로 야당에서 친노-비노 간 전쟁이 재개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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