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탄 전력 3년차 NC, 대권 도전에 승부수
팽팽한 선두싸움, 삼성·두산과 한 달째 자리다툼…0.5게임차 박빙
NC 전력약화 우려 불구, 5월 시즌 월간 최다승 타이기록 수립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연일 팽팽한 경쟁을 치르고 있는 프로야구가 자고 나면 순위가 바뀔 정도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올해 흥행주인 한화가 버티고 있는 5위권 싸움이 야구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1위 자리를 놓고 NC와 삼성, 두산이 엎치락 뒤치락하며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당초 힘에 부칠 것으로 예상했던 NC는 3년차에 접어들면서 더욱 완성도 높은 경기를 펼쳐 그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권 도전에 승부수를 건 공룡군단의 투지를 만나본다.
김경문 감독이 이끌고 있는 NC 다이노스가 지난 24일 리그에서 두 번째 40승 고지를 밟으며 선두 탈환에 성공했다. NC는 이날 경남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손민한의 호투와 13안타를 때린 타선의 폭발력으로 8-1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NC는 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두 번째로 40승28패1무를 달성하며 1위 자리를 되찾았다.
2015 KBO리그가 곧 반환점을 도는 가운데 1위 자리를 놓고 NC와 삼성, 두산이 한 달 넘게 자리다툼을 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세 팀의 승차는 불과 0.5경기, 1경기밖에 나지 않아 지난해 같은 기간 1위 삼성과 2위 NC의 4경기, 3위 넥센과의 6.5경기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안개 속 형국이다.
더욱이 6월 들어 1위 싸움이 더욱 치열한 데 NC가 지난 5월 말 창단 최다인 8연승을 달리며 6월을 1위로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이 지난 2일 롯데전 승리로 다시 1위에 올라섰고 이후 NC는 삼성이 주춤한 사이 5연승을 내달리며 다시 선두를 탈환했다. 두산도 지난 16일 삼성을 꺾고 NC가 패하면서 3위에서 1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처럼 하루가 다르게 순위가 바뀌면서 최근 한 달 동안 1위 주인공은 10번이나 바뀌었을 정도다. 4위 넥센 역시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노리고 있지만 지난 6일 하루 3위로 올라섰을 뿐 그 이상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감독들은 1위 자리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김경문 감독은 창단 최다 연승 기록 뒤에도 “5월 선전은 잊겠다. 5할 승률을 노리면서 기회가 됐을 때 위닝 시리즈까지 밀어붙이겠다”고 밝혔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이 같은 1위 경쟁이 시즌 끝가지 갈수도 있다”고 했고 김태형 두산 감독 역시 ”지금 1위는 큰 의미 없다“고 평했다.
탁월한 투타 조화
상승세 견인
당초 NC는 시즌 전까지만 하더라도 외국인 선수 1명이 빠지기 때문에 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또 지난 2년간 적극적인 비시즌 행보를 보인 것과 달리 올 시즌을 앞두고 이렇다 할 전력보강 없이 조용히 시즌을 준비했다. 그만큼 차분함으로 일관하면서 구단 내부에서도 지난해에 비해 뛰어난 성적을 기대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 측은 단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 내부 목표라는 것. 이는 매년 가을야구에 초대받는 강팀의 DNA를 갖추자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NC는 가장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지난 5월엔 20승 5패로 KBO리그 월간 최다승 타이를 이루는 기적을 연출해냈다.
이뿐만 아니라 세부 기록을 살펴보면 NC는 팀 평균자책점 4.37로 리그 3위, 팀 타율 0.284로 리그 4위로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다. 또 선발(4.45)과 불펜(4.31)이 각각 리그 3위, 4위를 기록할 정도로 밸런스를 갖추고 있다.
여느 구단 보다 뛰어난 투타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NC는 먼저 선발투수 중 팀 내 최다승인 8승을 기록한 에릭 해커(3패)와 손민한(4패)이 자리 잡고 있다.
이중 관록 투구를 선보이고 있는 손민한은 만 40세 5개월의 나이에 개인 통산 120승을 달성하며 베테랑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1997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데뷔한 그는 18년 만에 한국 프로야구 통산 13번째 120승 투수에 이름을 올리며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해커는 14게임에 출장해 88과 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하고 있다
더욱이 해커는 팀이 기록한 22번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중 10번을 달성하며 1위에 올랐다. 손민한이 5번, 이태양이 3번, 이재학 2번, 박명환과 퇴출당한 찰리 쉬렉이 각각 1번이었다.
이외에도 이민호가 10차례의 홀드를 기록했고 임정호와 최금강이 8번씩을 기록하면서 그 뒤를 따랐다. 세이브 부분은 임창민이 14개로 팀내 1위를 달리고 있다.
여기에 김 감독은 지난 21 kt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외야수 오정복, 투수 홍성용을 내주고 용덕한을 불러들여 안방의 안정감을 더했다.
김 감독은 주전 포수인 김태군만으로 올 시즌을 끌고 가기에 불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백업 포수 박광열은 아직 믿고 맡기기엔 프로 2년차밖에 되지 않아 역부족이기에 이를 받쳐줄 든든한 지원군이 필요했다.
올 시즌 67경기 전 경기에서 마스크를 쓴 김태군은 시즌 절반을 향해가는 시점에서 체력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체력저하가 부상으로 이어질 경우 NC로서는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또 김태군은 아직 군 문제도 남아있다.
이번에 합류한 용덕한은 경험이 풍부한 프로 12년차 수비형 포수로 노련함을 바탕으로 젊은 투수들을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여 젊은 김태군의 패기와 노련한 용덕한의 조화가 더욱 기대된다.
타선에서는 파괴력과 응집력이 조화를 이룬 방망이를 선보이고 있다. NC는 팀타율 0.284로 삼성과 함께 공동 2위다. 타선도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는데 나성범, 에릭 테임즈, 이호준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10개 구단 최강 클린업 트리오다. 특히 이들 모두 장타를 날릴 수 있는 파워에 정교함, 찬스해결능력까지 갖춘 매우 이상적인 조합이다.
지난 24일 기준으로 3번 나성범은 타율 0.304에 13홈런 53타점을 기록 중이고 4번 테임즈는 24일 기준으로 타율 0.35에 22홈런 72타점을, 5번 이호준은 타율 0.308에 16홈런 70타점을 올렸다. 이 가운데 타점 부분에선 테임즈와 이호준이 집안 경쟁을 벌이고 있다. 더욱이 좌-좌-우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은 다양한 유형의 투수들을 상대하기에 적합하다. NC는 막강한 중심타선을 구축하면서 상위 타순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해주는 하위 타선의 힘을 앞세워 더 큰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
후반기 퍼즐 맞춘
김경문 대권 겨냥
김택진 구단주도 구단의 자율성을 보장해주고 있다. 이는 프런트의 빠른 의사결정을 이끌어내며 팀의 경쟁력을 갖춰가는 한 축이 됐다.
이런 신뢰관계는 올 시즌 NC가 예상 밖의 대권 도전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 구단은 비시즌에 적극적인 전력보강을 돕진 못했지만 이제는 현장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고 있다. 이에 몸값이 100만 달러인 외국인투수 찰리를 과감히 퇴출하고 곧 바로 세 외국인 투수 잭 스튜어트와 계약할 수 있었다. 통상 중도퇴출을 시킬 경우 관행상 몸값을 전부 지불하고 있어 외국인 선수 교체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바로 2배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앞서 NC는 2013년 그라운드 안팎에서 물의를 일으킨 아담 윌크를 퇴출시킨 바 있다. 하지만 대체선수를 곧바로 영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kt와의 트레이드 역시 구단이 김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됐다.
이제 NC는 조용히 대권 도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1군 선수단에 합류한 새 외국인 투수 슈튜어트와 용덕한의 합류로 후반기를 위한 퍼즐을 맞춘 셈이다. 이에 김 감독은 “우리는 조용하게 우리 갈 길을 가겠다”는 말로 승부수를 던졌다.
더욱이 올해는 시즌 3년차에 접어들면서 막내 꼬리표를 떼는 시험대에 오른 만큼 올해의 고비를 넘겨야만 신흥 야구구단으로서의 위용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공룡군단의 끈기와 전진에 박수와 기대를 보낸다.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