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의 실책에 편승…1565명 양성 판정 全無

박원순식 표(票)퓰리즘 ‘메르스 마케팅’

2015-06-29     류제성 언론인

 [일요서울 | 류제성 언론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정국에서 ‘박원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6월 4일 한밤 중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서울삼성병원 의사(35번)가 증상이 심해지고 있는데도 1,565명이 참석한 행사에 참석했다고 ‘폭로’한데 따른 반짝 효과다.

박시장의 심야 회견은 진실 감추기에 급급한 보건당국과 무감각한 의사로부터 시민의 안전을 지키려 나선 선각자처럼 비춰졌다. 당시 국민들은 메르스 파급력에 대해 여러 가지 억측을 갖고 있는 상황이어서 박 시장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 그런 민심은 각종 여론조사에 그대로 반영됐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6월 3주차 차기 대통령 선호도 조사(15~19일,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0% 포인트) 결과, 박 시장 지지율은 전 주보다 2.6% 포인트 상승한 22.5%를 기록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0월 4주차(20.6%) 조사에서 기록한 자신의 최고 지지율을 경신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36.9%), 경기·인천(26.1%), 서울(24.6%)에서 높은 지지를 받았다. 호남에선 같은 야권 주자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 대한 반감이 박 시장 지지로 표출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인천은 메르스의 발생지인 경기도 평택성모병원이 있는 곳이다. 서울은 박 시장이 수장으로 있는 지역이자, 35번 환자가 거주하던 곳이다.

결국 박 시장은 문 대표에 대한 민심 악화, 심야 기자회견의 효과로 차기 대권주자 1위 자리를 꿰찬 셈이다. 박원순 캠프는 최근의 지지율 상승에 잔뜩 고무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박 시장의 지지율에는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특유의 표(票)퓰리즘에 의한 깜짝 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심야 기자회견 후 박 시장이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놓고 성급하게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까닭이다.

35번 환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행사에 참석할 당시 아무런 증상이 없었으며, 박 시장 측으로부터 어떠한 확인 요청도 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또 박 시장은 해당 의사가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은 14번 환자와 접촉했다고 발표했지만 그는 “14번 환자를 진료한 적이 없고 누군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심지어 박 시장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보건당국이 정보를 공개하기 전 한 밤중에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의 파수꾼을 자처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시민들이 느낄 불안감을 생각하지 않은 채 마치 1,565개의 ‘시한폭탄’이 서울시내를 활보하고 있는 것처럼 과장했다는 얘기다. 실제론 1,565명 가운데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그러자 같은 당 소속인 이종걸 원내대표마저 박 시장을 비판하고 있다. 이 원내대표는 박 시장의 심야 기자회견에 대해 “전염병 감염자가 겪을 수 있는 사회적 ‘왕따’ 현상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고 꼬집었다. 또 “박 시장이 워낙 상황이 급박하다보니까 해당 의사와 제대로 소통을 못하고 기자회견부터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 시장은 35번 환자가 ‘메르스 증상’이 시작된 5월 29일부터 ‘메르스 확진’을 받은 6월 1일까지 서울 강남구 세곡동, 송파구 문정동, 서초구 양재동 일대를 돌아다녔다고 공개했다. 이에 새누리당 소속인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발끈했다.

신 구청장은 “시와 구가 하나가 돼서 일해야 하는데 강남에서는 무척이나 힘들었다. (박원순 시장이) 심야 긴급 브리핑을 함으로써 강남구에선 완전 폭탄 맞은 격이 됐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서울시에서 모든 것을 갖추고 발표했으면 좋았겠지만 시장은 보여주기 식 행정을 했다”고 지적했다.

박원순 식 표퓰리즘의 행정이 점차 실체를 드러냄에 따라 그의 지지율도 조만간 물거품처럼 가라앉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극심한 내분을 겪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전열이 정비되면 문재인 대표가 다시 치고 올라 갈 것이란 견해가 많다. 아울러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로 분란에 휩싸인 새누리당이 정상화 되면 김무성 대표의 지지율도 다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국회의원을 지낸 강용석 변호사는 한 방송에 출연해 “박 시장의 지지율이 올라간 건 지금 눈에 띄어서 그런 것”이라며 “박 시장의 지지율은 메르스 사태 진정과 함께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 정치평론가는 “박원순 식 ‘메르스 마케팅’, ‘공포 마케팅’은 당장에는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그 실체가 드러날수록 박 시장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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