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유도회 ‘숙취 왕 사건’ 풀스토리
술깨는 음료 만드는 분이 왜 그랬을까…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남종현 그래미 회장 겸 대한유도회 회장이 임원 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남종현 회장이 산하 연맹 회장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남종현 회장은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유도 경기장에서 안전요원과 경찰에게 행패를 부린 전력까지 있어 시선이 더욱 따갑다. 한편 남종현 회장은 숙취해소음료 여명808로 유명한 그래미의 회장이다. 소비자들은 “왜 기업인이 체육단체장을 맡아 말썽을 부리냐” 혹은 “앞으로 그래미 제품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반응도 보인다.
비난 봇물…그래미 제품 불매 움직임
경찰 수사 본격화…출석 요구서 발송
이른 바 숙취왕 사건은 지난 19일 밤에 발생했다. 강원도 철원에서 열린 2015 전국실업 유도 최강전이 끝난 뒤 유도회 임원 회식 자리에서 일이 터졌다. 이 자리에서 남종현 회장은 대한유도회 산하 연맹 회장인 이씨를 향해 술잔을 던져 상해를 입혔다.
당시 남종현 회장은 이 씨를 불러 “너 반기를 든 X 아니냐?, 다른 X들은 다 충성맹세를 했는데 넌 왜 안 해? 무릎 꿇어”라며 욕설을 했고 술잔으로 이씨의 얼굴을 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맥주잔에 맞은 이씨는 치아 1개가 부러지고 안면이 찢어지는 등 중상을 입었고 곧바로 신철원의 길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뒤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돼 상처 봉합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그동안 대한유도회 정관 개정을 두고 남종현 회장과 의견 대립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남종현 대한유도회장에게 1차 출석요구서를 발송하는 등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5일 남종현 회장에 대한 1차 출석요구서를 지난 24일 발송·통보했다고 밝혔다.
남종현 회장은 10일 내로 출석해야 하는데, 요구 시한까지 출석하지 않으면 2차, 3차 출석요구서가 발송되며 계속 응하지 않으면 강제 소환된다. 남종현 회장은 훈계 과정에서 일어난 우발적인 일이었다고 해명한 상태며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알려진 뒤 그 후폭풍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남종현 회장은 이미 회장직을 내놨지만 여기저기서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남종현 회장이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행패를 부린 바 있어 비난의 강도는 더욱 세다.
앞서 남종현 회장은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당시 출입증을 확보하지 못한 지인들을 경기장에 입장 시키려다가 이를 제지한 안전요원과 충돌했다. 또 이를 말리려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내가 여기선 왕이다”라고 소리치는 등 행패를 부렸다.
이러한 남종현 회장의 행보에 유도계 인사들은 단단히 뿔이 난 모양새다. 박희찬 서울특별시유도회 회장은 지난 24일 임시 대의원총회 소집요구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남종현 회장의 불미스러운 행위가 전 유도인의 분노를 느끼게 한다”며 “선배들이 유도 정신으로 지켜온 명예에 용서할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임종한 전라남도유도회 부회장 역시 “자신과 맞지 않는 의견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폭행사건을 접하고 유도인으로서 부끄러움에 저절로 웅크러짐을 느꼈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악화되자 남종현 회장은 대한유도회장직에서 스스로 물러난 상태다. 대한유도회는 지난 25일 “남종현 회장이 이날 사무국으로 대리인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사직 사유는 일신상의 이유로 돼 있다”고 전했다. 그가 지난 2013년 대한유도회장에 오른 지 2년 2개월여 만이다.
여기저기 튄 불똥
더불어 시민들 사이에서는 남종현 회장이 대표로 있는 그래미의 제품을 사지 않겠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이들 대부분은 “기업인이 체육단체장을 왜 맡았는지 모르겠지만, 부도덕한 기업인이 운영하는 회사의 제품은 사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래미는 숙취해소용 음료 여명808을 제조하는 회사다. 이번 폭행 사건이 일어난 장소도 그래미가 운영하는 공장 안 연회장이었다. 그렇다보니 “술을 마시고 여명808을 안 마셨나보다. 무슨 숙취왕이냐”는 비아냥도 들린다.
그가 과거에 했던 발언도 비판에 한몫한다. 남종현 회장은 그래미 제품을 두고 “술은 신비의 음료다. 사람이 괴로울 때나 즐거울 때나 친구처럼 곁에서 위안을 준다. 지나치면 독이 되는 것을 알지만, 흥에 겨워 자제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며 “때문에 술과 숙취해소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상생의 관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를 본 한 소비자는 “이미 알고 있는데 실수를 또 했나보다. 나는 아무리 술에 취해도 여명808을 마시지 않을 것”이라며 “라면 상무, 땅콩회항에 이어 나타난 최악의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인터넷 상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만 보더라도 “때가 어느 때인데, 조직폭력배도 아니고 유리컵을 던지냐”, “나쁜X 여명 불매운동이 답이다. 다시는 사는 일 없다” 등의 반응이 쏟아진다.
한편 남종현 회장이 어떻게 대한유도회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도 관심거리다. 이 과정에서는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김정행 회장은 2013년까지 대한유도회를 20년 동안 이끌다 대한체육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때 공석인 유도회장 자리를 놓고 유도계는 양분돼 있었는데, 예상을 깬 남종현 카드를 발탁하는 데 기여한 것이 김정행 회장이라는 것이다. 이번 폭행 사건으로 기업인과 체육계의 관계까지 파헤쳐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이다. 피해자인 이씨가 모든 형사·행정적 책임을 물을 것으로 알려지는 가운데 앞으로도 당분간 남종현 회장의 ‘숙취왕 사건’은 세간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