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거물급 인사들의 20대 총선 ‘구상’

‘모 아니면 도’ 잠룡들의 대권 밑그림 시작됐다

2015-06-22     박형남 기자

 ‘포스트 박근혜’ 경쟁 김문수부터 유승민·최경환까지
  김무성 지역구 출마, 문재인 비례대표 발판삼아 대권행?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여야의 대대적인 당직 개편이 임박한 가운데 정치권이 내년 4·13 총선 대비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비례대표 의원들 역시 지역구를 선점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역구 선점’을 위한 당내 인사들 간의 경쟁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 중 눈여겨봐야 할 것은 거물급 인사들의 20대 총선 출마 여부다. 차기 대권을 꿈꾸고 있는 여야 잠룡들이 총선에 출마한다면 단순한 국회의원 선거 그 이상의 정치적 의미를 갖게 된다. 비례대표로 출마할 경우엔 당과 한 배를 탈 수밖에 없다.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가도가 유리하게 전개될지, 아니면 정치생명까지 위협 받는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될지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권을 노리는 인사들로선 20대 총선이 차기 대선을 겨냥한 실험무대로 ‘지역구냐, 비례대표냐’를 두고 고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거물급 인사들은 어떤 구상을 하고 있을까.

20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총선 대비 체제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여야 대권 주자들의 출마 여부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총선 결과가 대선 후보들의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에서 당선되면 대권주자로서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겠지만 낙마할 경우 대선 주자로서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역구 선점…
총선 앞으로 준비 완료

새누리당의 대선 주자 중 한 명인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김 전 지사는 지난 16일 경주 동국대 사회과학대학원 초청으로 경주 현대호텔에서 한 특강에서 대구 수성갑 출마와 관련한 질문에 “마침 빈자리가 생겼고 이한구 의원을 비롯한 대구지역 국회의원 모두가 나를 적임자로 생각하고 있어 고향을 위해 봉사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어 “보수정치의 중심인 대구를 혁신하고 국민이 행복한 정치를 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가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려는 것은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다. ‘김무성 대표가 PK(부산·경남)에 이어 TK(대구·경북)까지 잠식하게 되면 대선에서 김 대표를 이길 수 없다’는 논리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에도 호남과 TK라는 탄탄한 지역 기반을 갖고 대권에서 승리했다. 수도권을 기반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표의 응집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안팎의 요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야당에서 잠재적 대권 후보로 손꼽히는 김부겸 전 의원이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친박계인 강은희 의원으로는 밀릴 수 있다. 게다가 김 전 의원이 당선이 되면 차기 대권 후보를 키워주는 형국이 되어, 정권교체의 빌미를 제공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9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40.4%, 지난해 6·4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장에 출마해 40.3%의 표를 얻었다.

더구나 대구 수성갑은 ‘대구의 강남’으로 불리고 있고, 박 대통령이 대구 지역 출신이기 때문에 김 전 의원이 당선될 경우 후폭풍이 ‘이정현(전남 곡성·순천) 당선 효과’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구·경북 지역이 박 대통령 만들기에 일조했지만, 만약 여당이 자신의 텃밭을 통째로 야권에 넘겨주게 될 경우 차기 대권에 치명적 상처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대구 수성갑의 상황과 김 전 지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또 4선을 노리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잠재적 대권 후보군이다. 이들 역시 현 지역구에 출마한 뒤 대권 고지를 향해 나아갈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 총선을 기점으로 유 원내대표와 최 부총리 간의 대권을 향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몽준, 피파회장? 종로?
오세훈, 노원병 등 거론

새누리당 정몽준 전 의원의 경우 ‘유동적’이다. 당초 7선을 한 이후 국회의원 배지를 한 번 더 달아도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20대 총선 불출마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자숙의 시간을 1년 정도 가지면서 ‘정계 복귀설’이 퍼졌고, 당내에선 정 전 의원의 서울 종로 출마설이 확산됐다. 종로에 현대 사옥이 있고, 아산정책연구원, 선친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자택도 종로에 있다. 더구나 서울 종로구 평창동으로 이사를 하면서 서울 종로에 출마할 것이라는 기류가 강했다.

그런데 최근 제프 블래터 FIFA 회장이 사퇴하면서 정 전 의원이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 정 전 의원 측 인사들도 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반해 정치권에서는 결국 종로에 출마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대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지만 어느 곳으로 출마할지는 갑론을박이다. 오 전 시장은 서울시장 시절 ‘무상급식’을 두고 당내 반대에도 불구, 서울시장직을 걸고 찬반투표를 벌였지만 유효투표율이 안 돼 개함도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 이로 인해 안철수 의원이 차기 서울시장 후보로 급부상했고, 안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양보하면서 야권 내 잠룡군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런 상황이서 오 전 시장이 내년 총선에서 “서울 지역 중 새누리당이 어렵고, 전체 선거 판세를 이끌 수 있는 곳에 출마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오 전 시장은 안철수 의원의 지역구인 노원병 ‘차출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 전 시장은 일단 부정적이지만 당내에서는 노원병 출마설이 끊이지 않고 나온다. 이 외에도 새정치연합 추미애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김한길 전 대표의 서울 광진갑을 비롯해 분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서울 강서구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총선 진두지휘’
당대표들의 선택은?

반면, 당대표의 경우는 다르다. 20대 총선을 진두지휘한다는 점에서 총선 결과에 따라 대권가도로 질주할 수도 있고, 아니면 대선의 꿈을 접게 될 수도 있다. 실제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2년 14대 총선 승리를 통해 대선에 성공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5대 총선에서 제 1야당에 오른 뒤 집권에 성공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19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한 뒤 대선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거물급 인사들과는 정치적 상황이 다르다. 

그래서일까. 문 대표는 지난 2·8 전당대회 당시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문 대표는 당시 “총선 때 우리 당의 승리를 이끄는 일도 제 자신은 출마하지 않고 이렇게 전체 선거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우리 당의 총선 승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승리를 통해 대권으로 직행하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문 대표가 총선 승리를 이끌기 위해서는 비례대표 출마로 배수진을 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문 대표 측에서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주변 일부 에서는 당선 마지노선인 후순위에 비례대표를 배정해야 한다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정치권 안팎에서는 ‘문재인 비례대표’에 출마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 가운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20대 총선 출마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대표를 맡고 있는 만큼 지역구를 떠나 비례대표로 옮겨간 뒤 총선을 총지휘해 승리로 이끈 뒤 대권에 도전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직선제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본인의 출마 의사가 강하다”, “꼭 할 것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부산 영도에 출마를 노리고 있는 인사가 “김 대표가 영도에 또 다시 출마하려 해 곤혹스럽다”고 주변 지인들에게 말하면서 부산 영도에 출마할 것이라는 말이 설득력 있게 나돌고 있다.

더구나 김 대표는 PK지역 대표 정치인으로 총선에서 PK지역 전체 판도를 견인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지역구를 지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한때 야인생활을 하다가 지역구를 옮겨 부산 영도에 첫발을 들여 놓은 뒤 5선이 된 만큼 ‘지역구를 떠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정치권 안팎에서는 ‘20대 총선 지역구 출마 후 PK를 기반으로 대권에 도전하지 않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서청원-황우여
20대 국회의장 도전

한편, 친박 좌장으로 불리는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도 20대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에게 패배한 서 최고위원은 20대 국회에서 국회의장에 도전한 뒤 정치인생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인 황우여 의원도 20대 총선에 출마한 뒤 국회의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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