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오체투지방식 집회, 공공 안녕질서에 직접 위험 초래 하지 않아"
[일요서울Ⅰ오두환 기자] 오체투지 방식의 행진을 이유로 집회금지를 통고한 경찰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호제훈)는 희망연대노동조합이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옥외집회 금지 통고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희망연대노조가 당시 집회에 질서유지인을 60명 배치할 예정이었다"며 "이 경우 경찰은 현행법에 따라 집회개최장소와 주변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있다는 점이 인정돼야만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 사건 집회 하루 전인) 2월 5일자 집회에서 심각한 교통 불편이 야기됐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경찰 제출 증거만으론 이 사건 집회가 개최장소와 주변 도로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켜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 우려가 있었다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아울러 "이 사건 집회는 참가예정인원이 600명이고 1개 차로 및 인도에서 행진을 진행할 예정이었다"며 "집회가 폭력적인 방법이 아니라 두 무릎과 두 팔, 머리를 땅에 대고 하는 절인 '오체투지'의 방법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는 점에 비춰 공공 안녕질서에 직접적 위험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희망연대노조는 지난 2월 4일 서울지방경찰청에 '정리해고-비정규법제도 폐기를 위한 오체투지 행진' 집회 신고를 했다. 집회는 신고 이틀 뒤인 같은 달 6일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자정까지 남산트라펠리스~청계한빛광장에서 600여명이 오체투지 행진을 진행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다.
경찰은 다음날 희망연대노조에 "집회 행진구간은 1일 교통량이 상당해 교통 체증이 심한 곳"이라며 "오체투지 행진을 할 경우 인근 도로의 교통 불편을 일으킬 것이 명백하다"며 집회 금지통고를 했다.
경찰은 ▲또 다른 오체투지 집회의 행진 속도가 0.72㎞~1.15㎞에 불과한 점 ▲같은 달 5일 희망연대노조가 개최한 집회에서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일대 교통이 마비된 점 등을 통고 근거로 들었다.
이에 희망연대노조는 "이번 집회는 집시법상 금지된 장소가 아닌 곳에서 개최될 예정이었고 질서유지인도 동행하려 했다"며 "보통 3보1배로 진행하는 오체투지 행진을 20보1배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므로 인근 도로에 교통 불편을 줄 우려가 없다"고 반박하며 이 사건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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