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볼링협회-대전볼링협회 법정싸움 내막
“대회 지원금 횡령” vs “협회보조금 정산의무 없어”…진실은?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체육계 비리가 또 발생했다. 이번엔 볼링이다. 대한볼링협회는 5월 1일자로 회원사인 대전볼링협회를 제명했다.
2012년에 진행한 ‘잇츠대전국제오픈볼링대회’ 당시 불분명한 돈의 흐름이 문제가 됐다. 현재 대전볼링협회는 제명에 불복해 가처분 신청과 제명결의무효확인소송을 낸 상태다. 법의 심판을 받겠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거짓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제명 사유 놓고 양측 대립…가처분 신청 진행 중
또 터진 체육계 비리…스포츠정신 사라졌나? 지적
대한볼링협회를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회계업무 처리과정에서의 ▲부적절한 시행사항 ▲정산증빙자료(영수증)의 중복사용에 의한 이중정산 ▲공금의 입출금 과정에서의 불법적인 개인명의 사용 ▲대회운영지원금의 부적정 집행금에 대한 회수조치 등에 관한 감사처분조치 요구사항 시행을 연기하는 등 정상적인 감사업무에 불응한 회원단체를 제명한다.
지난 1월 29일 열린 ‘2015년도 정기대의원총회와 임시대의원 총회(4월 28일)’를 통해 협회 정관 제10조(회원단체의 의무)에 의거 재적대의원 19명 중 18명 참석, 찬성 15표 반대 2표로 제명을 결의했다.
이로써 회원단체로서의 자격, 권리, 의무를 잃게 된 곳은 ‘대전볼링협회'다.
본지는 대한볼링협회 관계자와의 전화인터뷰를 통해 좀 더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대전시는 대한볼링협회와의 협약에 따라 2012년 ‘잇츠대전 국제 오픈볼링대회’ 운영비 2억85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대전볼링협회는 운영비 중 1억 원을 별도 대회 유치비로 전환한다. 문제는 이 돈이 시에서 지원한 것이어서 정황상 국고횡령으로 비춰질 수 있다.
또 이를 협의하는 과정에서 대한볼링협회가 대전볼링협회에 3000만 원을 대회 지원금 명목으로 보낸다.
하지만 대전광역시볼링협회는 이 3000만 원을 대회가 끝난 다음해인 2013년까지 대회 지원금 결산 영수증으로 처리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 부분이 같은 해 8월 정부합동으로 실시한 체육단체 특별감사에서 문제로 지적받는다
대한볼링협회 관계자는 “대전볼링협회는 영수증을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거나 답변을 하지 않아 결국 대한볼링협회 대의원총회를 통해 제명이 결정됐다”고 전했다.
자금 성격 놓고
‘갑론을박’
반면 대전볼링협회 측의 입장은 달랐다. 협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A씨는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며 부당하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A씨는 “말주변이 없어 내용상 오해를 살까 걱정스럽다”며 변호사와의 통화를 원했다.
본지와 통화한 변호사는 “제명된 절차와 타당성에 법적 분쟁이 있다”고 말했다. 변호사는 “현재 이 건과 관련해 가처분신청하고 제명결의무효확인소송까지 함께 신청했다”며 “가처분은 임시적인 것이라 본안소송에서 무효라고 주장해 확인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제명 절차의 경우 대의원 총회에서 결의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무효라고 생각돼 제명결의무효소송도 함께 진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립하는 자금 사용 내역 미영수증 첨부와 관련해서는 “논점이 다른 거 같다”며 부연설명을 이어갔다. 2012년 당시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한볼링협회로부터 3000만 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성격의 차이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대한볼링협회가 주장하는 대회지원금이 아닌 대전볼링협회운영보조금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 돈이 대회 지원금이라면 당연히 모든 절차에 의해 정산을 해야하나 협회 운영보조금으로 지급받았기 때문에 정산에 의무가 없다는 것. 이는 공문을 통해 대한볼링협회 측에도 전달된 내용이다. 다만 대한볼링협회 측이 이를 받아들이진 않았다.
변호사는 “2013년 대한볼링협회가 대한체육회로부터 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3000만원에 대한 정산서류 미제출을 지적받았다”며 “(그러자) 대한볼링협회가 협회지원금이 아닌 대회지원금이라고 말을 바꾸며 영수증 제출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변호사는 “논란이 된 돈 3000만 원은 본래 취지에 맞게 협회보조금으로 대전시에 관련서류를 제출한 상황에서 대한볼링협회가 대회지원금이라며 영수증 제출을 원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 생각돼 이를 바로잡으려 한다”고 맞섰다.
이에 따라 결국 양측의 대립은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한편 스포츠업계는 각종 대회나 행사 지원금 관리 부실과 도덕불감증 논란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자정 노력과 내부 통제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지난 2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 유형별 신고접수 현황에 따르면, 총 381건의 신고가 접수됐으며 이 중 조직 사유화가 14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승부조작(편파판정 포함) 44건, 폭력·성폭력 19건, 입시 비리 9건 순이었다. 승부조작의 경우 종목별로는 태권도와 복싱이 각각 8건으로 가장 많았고, 축구와 수영이 각각 5건, 농구 4건 등이다
전담기구 설립
‘감감무소식’
국회에는 지난 2013년 9월 승부조작과 오심, 선수폭력, 인권침해 등에 관한 업무를 총괄할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설립하는 내용의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안이 제출됐지만, 법안은 2년 가까이 상임위원회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은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서 각종 스포츠 관련 비리를 접수하고 있지만, 실제 처분 조치는 사정기관이나 각 종목 경기단체에 의존하고 있다”며 “스포츠 비리에 대한 사후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전담기구 설립을 통해 불공정 행위를 사전에 예방하는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